▲ 박민지(사진: 골프채널 윤현준 기자)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그동안 골프에만 너무 집중했지만, 골프가 싫었다"
최근 건강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뒤늦게 국내 시즌을 시작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돌아온 대세' 박민지(NH투자증권)의 뜻밖의 고백이다.
박민지는 25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6천554야드)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경기를 마쳤다.
오후조 선수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박민지는 이로써 생애 세 번째 메이저 우승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박민지는 지난 달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열린 2024시즌 KLPGA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한 뒤 국내 대회에는 출전을 미뤄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 출전이 예정되어 있었던 탓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박민지를 괴롭혀온 신경통 탓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치료와 휴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셰브론 챔피언십 출전 신청을 철회한 박민지는 K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을 통해 국내 투어 시즌을 시작했다. 박민지가 국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SK쉴더스 · SK텔레콤 챔피언십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박민지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샷이 좋지 않았는데, 공이 그린에만 올라가면 퍼트가 거의 다 홀에 스치거나 들어가서 좋은 점수를 냈다"며 "오랜만에 대회에 나와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쳐 과분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주 전부터 통증이 사라지면서 필드 복귀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박민지는 자신을 괴롭혀 온 신경통에 대해 "머리 오른쪽 윗부분만 아픈 병"이라며 "이 병이 10만명에 5∼6명만 있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도 많이 걸리는 추세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지는 젊은 나이의 사람들이 신경통에 시달리게 된 원인에 대해 "그게 한국 사회의 피곤함 때문인 것 같다"며 "저도 너무 부정적으로 살고, 골프에만 매달리고, 매일 힘들고, 골프 칠 때마다 인상을 쓰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민지는 최근 겪은 신경통을 "고마운 병"이라고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음식에도 신경 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통증도 사라지고 건강을 올바르게 돌보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시즌 6승을 달성하며 투어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박민지는 과거 자신의 골프백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패치를 붙이고 다니며 그를 롤모델이라고 밝힐 만큼 '승부욕의 화신'과 같은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신경통으로 고통을 겪는 동안 골프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박민지는 "100% 다른 사람이 됐다"며 "그동안 골프에만 너무 집중했지만, 골프가 싫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아프기 전에는 잘 쳐야 재미있는 골프를 한 셈"이라고 돌아본 뒤 "아프고 나서야 골프장에 있다는 자체가 건강한 것이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그 이후로는 골프를 치면서 임팩트 순간을 빼면 인상을 써 본 적이 없다"며 "예전에는 제가 30살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골프가 좋아져서 40살까지 치고 싶다"고 밝혔다.
그 동안 고수하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달라진 헤어 스타일이 대단히 마음에 든다고 밝힌 박민지는 남은 2∼4라운드에 대해서도 "오늘처럼 얼렁뚱땅 치면 좋겠다"며 "그게 대충 친다는 뜻이 아니고, 조금 실수가 나오더라도 저에게 관대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렇게 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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