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성빈 감독 "첫 장편영화 '공작새' 용서의 여정...이영애와 작업하고 싶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24 07: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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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용서하는 여정"


91년생 신인감독 변성빈은 왁킹과 농악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절묘한 하모니로 이끄는 탁월한 연출력을 가졌다.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그의 첫 장편영화 '공작새'는 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왓챠상을 수상하고 제 12회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 개막작 선정, 제66회 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초청되는 등 전 세계 62개 영화제에 초청,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3년만에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공작새'는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아가던 왁킹 댄서인 트랜스젠더 '신명'(해준)이 아버지 ‘덕길’의 죽음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센세이션 드라마로, 10월 23일 개봉했다. 제목처럼 화려하고 컬러풀한 '공작새'. 여기에 왁킹과 농악이라는 음악이 더해지며 상영내내 눈과 귀가 즐겁다. 개봉날 변성빈 감독을 스포츠W가 단독으로 만났다.
 

▲영화 '공작새' 변성빈 감독/㈜영화사그램

 

'공작새'는 2014년 단편영화 '뿔'을 시작으로 '신의 아이들은 연기가 어렵다', '신의 딸은 춤을 춘다'를 연출한 변성빈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다. 변성빈 감독은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공작새'는 관객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 개인적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LGBT(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성적소수자를 의미)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못한 나라일수록 영화를 심각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에서 상영이 많았는데, 그곳에서는 영화를 즐기면서 보는 느낌이었다. 소재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영화가 제가 만든 의도와는 다르게 힘든 영화로 생각하실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공작새'는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왁킹과 농악, 그리고 샤머니즘까지 최근 사회에 화두가 되는 소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영화의 시작은 '신명'을 연기한 왁킹 댄서이자 배우 해준이다. "'신의 아이들은 연기가 어렵다', '신의 딸은 춤을 춘다'를 같이 만든 팀과 장편 영화를 만들자고 시작했다. 해준 배우를 주인공으로 염두해서 자연스럽게 트랜스젠더와 왁킹이 기본 설정값이 됐다. 해준 배우는 제가 육군장교로 군복무 시절, 병사로 만났었다. 그때도 센 캐릭터였다. 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무서움이 있었다(웃음). 그때 군부대내에서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메인 댄서였다. 너무 잘해서 상급부대로 토너먼트로 올라갔다. 그 공연을 준비할 때 중요한 소품이 망가졌었는데, 그때 해준 배우가 아무 천이나 가져와서 '어떻게든 해야죠'라고 하더라. 그리고 수 백 명 앞에서 공연하는데 너무 멋있고 굉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공연 준비하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서, 사회에서 댄서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들려줬다. 그 친구의 매력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더라. 그래서 단편영화를 같이 하게 됐다."

어쩌면 왁킹과 농악의 만남은 해준과 변성빈 감독의 만남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첫 장편 영화인만큼 고심했다. 대학에서 동아시아 철학을 전공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 끝에 깨달은, 살아가는 방식과 생각을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 농악과 굿은 공동체 번영을 위해 기리는 의식이다. 저도 농악을 배운 적이 있고, 상쇄(꽹과리)를 했었는데 재밌었다. 아마 영화 감독이 아니었다면 농악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여기에 나의 삶을 녹이자 생각했다. 왁킹도 LGBT 컬쳐에서 비롯된 댄스 장르다. 그들은 소외된 인들들이다. 농악은 공동체 번영을 기리는 행위를 한다는게 엄청난 포용과 용서와 연대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만의 흥이 있고 분명히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 머리속에는 그림이나 음악이 명확했다."
 

▲영화 '공작새' 메인 포스터/㈜영화사그램

 

영화의 시작은 왁킹댄서인 ‘신명’이 대회에서 자신만의 색이 없다는 이유로 수상에 실패하는 모습이다. 전문댄서인 해준이 오프닝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감독은 오프닝 컷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신명이 춤추면서 웃고, 놀고 있지만, 그 웃음이 울음으로 보인다. 웃음과 울음의 모호한 경꼐를 한 컷 안에 표현하고 싶었다. 해준 배우에게 많이 요청해서 공들인 장면이다."

부친의 부고 소식을 우기(김우겸)로부터 전해들은 신명은 '추모굿'을 해야만 부친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을 바라보는 고향 호창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트랜스젠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추모굿을 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간다. 그럼에도 마음이 변해 서울로 돌아가려는 그의 눈앞에 항상 등장하는 것 파란 공작새다.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공작새라는 메타포를 쓰고 저만의 정해진 답이 있지만, 관객들이 저마다 해석하고 생각하는게 답이다. 제가 정한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다르게 생각한다. 저는 그럴 때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기 닿고,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란 공작새처럼 변심한 신명을 다시 붙들고, 고향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조력자가 덕길의 수제자 우기다. 배우 김우겸과는 종업작품 때부터 무려 10년의 우정을 자랑한다. "졸업작품 '뿔'을 만들 때 김우겸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그때는 둘 다 가진 게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때 내가 영화를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것도 모를 때 만나서 서로 응원하는 사이다. 우겸 배우가 얼른 잘 되어서 제가 덕을 보고 싶다(웃음)."
 

▲영화 '공작새' 우기 역 배우 김우겸 스틸/㈜영화사그램

 

왁킹과 농악, 트랜스 젠더와 혈연 가부장 주의의 이질적 충돌 서사에 포용과 용서, 연대라는 메시지를 담은 만큼,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도 중요했다. 배우 황정민과 개그맨 김진수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처음 시나리오 쓸 때부터 김진수 선배님이 생각났다. 많은 분들이 개그맨으로 알고 있지만, 다부지고 묵직한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안면도 없는 분이지만 시나리오를 보냈고, 선배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황정민 선배님도 안면이 없었다. 근데 이전 작품 속에서 선배님을 뵀을 때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드리게 됐다. 두분이 중심을 잡아주셔서 감사했다."

신명은 호창에서 추모굿을 준비하면서 아침 조깅을 꼬박꼬박 했다. 그는 논밭을 가로질러 뛰어 올라, 성곽에서 왁킹댄스를 춘다. 똑같은 장소에서 두번 나오는 이 장면은 '변화'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성곽을 중심으로 신명의 눈앞에는 아파트 같은 고층 건물이, 뒤에는 산과 자연이 담긴다. "그 장면의 음악은 촬영 전에 만들었다. 해준 배우가 즉흥으로 춘 춤이다. 두 장면이 다르길 바랐다. 명이의 춤이 점점 한국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영화의 흐름상 무거워지는 시기여서 춤추는 순간만이라도 가볍게 가자고 했다. 그 씬의 분위기는 조금 더 무게감이 있으면 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명이를 가운데 두고 카메라가 회전하는 방식으로 찍었다. 우기와 함께한 장면이다. 두번째는 명이가 돌고, 카메라 감독님이 중심인 컷이 됐다. 그 안에서 춤을 추는 명이의 우울한 투쟁이 잘 묻어나서 좋았던 것 같다."

또 감독은 "신명의 의상이 탱크탑이 많았다. 해준 배우는 조금이라도 배가 나온 모습을 싫어하더라. 촬영장에서 샐러드만 먹고 거의 안 먹었다. 정말 촬영을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공작새' 신명 역 해준 스틸/㈜영화사그램

 

변성빈 감독에게 '공작새'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걷게 한 작품이지만, 용서를 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첫 단편영화 '뿔'에 이어 두번째 단편영화 '우주의 닭'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이제는 내 영화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니 내 자신에 대한 의심 덜어냈다. 또 이야기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저 스스로에 용서를 말하고 있더라. 시나리오 초고를 쓸 때는 제 안에 분노가 가득했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에 해한 분노가 가득했다. 이 시나리오가 저한테 그 사람을 용서하는 여정을 시작하라는 의미였다.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때 스스로를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용서하는 여정과 같다고 하겠다. 쉽지 않은 도전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첫 장편영화 '공작새'는 무려 62개의 영화제에 초청 받고, 마침내 개봉이라는 또 다른 시작점에 도달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변성빈 감독은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로 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제가 쓴 이야기가 대중들이 공감할 수도, 때로는 공감을 요구하지 않는 영화도 만들고 싶다. 오래오래 영화하고 싶다. 또 스펙트럼이 넓은 감독으로서 다양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롤모델은 테렌스 맬릭 감독이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셨다. 테렌스 감독님의 영화는 시 같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의 영화를 통해 많이 위로 받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좋아한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는 이영애를 꼽았다."어릴 때부터 언제가는 이영애 선배님과 꼭 작업하고 싶었다. '장금이'를 보고 자랐다(웃음). 그 아우라가 좋은 것 같다. 이영애 선배님의 본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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