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수철이가 울 때 '웃프다'는 반응을 보여주셨다. 수철이 혼자 다혜가 남긴 편지를 보고, 부적을 찢는 장면에서 다양한 반응을 주시더라. 그게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곽동연이 연기한 '눈물의 여왕' 홍수철의 사랑은 순수했다. 수철은 자신이 이용당한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심지어 이제껏 자신이 키워 온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에도 아내와 아들을 그리워했다. 이후 어렵게 재회한 후에는 철부지 같았던 모습과 달리,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친과 거리를 둬가며 노력했다. 수철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절로 응원하게 만들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수철 役 곽동연/블리츠웨이 스튜디오 |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문화창고, 쇼러너스)은 3년차 부부 백현우(김수현), 홍해인(김지원)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종영 후에도 넷플릭스 (비 영어) TV부문 글로벌 4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5월 6일부터 12일 넷플릭스 공식 TOP10 홈페이지 기준)
매 작품 새로운 변신으로 시청자들에 기대감을 안기는 곽동연은 퀸즈그룹 전무이사 홍수철로 또 한번 새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홍수철은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기가 세고 똑부러지는 누나 홍해인에 치이며 성장했다. 그런 그가 홍해인과 정반대되는 아내 천다혜(이주빈)를 만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간다.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건우도 있다.
곽동연은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초반부 수철의 모습을 순화시켜야 하나 밸런스를 조절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결국에는 변화하는 진폭이 있는데, 그게 수철의 매력이다. 절대적인 멜로 라인을 보여줘야하는 캐릭터인데 밉상이다. 스스로 챌린지였다. 믿고 의지하는 감독님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갈 때까지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천천히 변화하는 걸로 도전해보자 했다"고 말했다.
수철의 성장 스토리는 많은 응원을 받았다. 홍해인의 철부지 동생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우뚝 서는 모습까지. 수철의 성장사는 '눈물의 여왕'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수철의 사랑관은 동화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인상이 강하다. 그 점이 수철의 사랑관에도 포함됐다. 수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됐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는 다 중요하지 않다. 아이도 친자 여부를 떠나서 내가 키웠고, 날 아빠라고 하는게 중요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수철 役 곽동연/블리츠웨이 스튜디오 |
곽동연은 "수철이 무너지고 깨졌다가 용기를 내고 진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용두리에 내려가서 부터는 방패 같았던 비싼 옷들도 다 사라진다. 다혜가 떠난 이후에 고통스러운 장면에서 현실감을 주려고 그 사이에 6~8kg을 감량했다. 두 달 안에 다 빠졌다. 머리 스타일도 바꿨다. 망가져 있는 상태를 잘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
유일한 안식처 같았던 아내 다혜가 편지 한장만 두고 떠난 뒤 수철은 괴로워한다. 그는 사라진 아내와 아이를 찾기 위해 자전거 타는 게 서툰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용두리에서 다혜와 재회한 후 자신을 위해 희생하려는 다혜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들에 달려든다. 곽동연은 "배우로서 지금까지 해 온 작업들 중 에 그 씬이 기획되고 완성되기까지 가장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자전거, 복싱은 수철에게 중요한 키워드로, 다 몰린 씬이었다. 이는 곽동연이 뽑은 수철의 명장면이기도 하다." "배우가 콘티 회의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드라마 찍을 때 현장에서 급변하는 것들이 많다. 기찻길 납치범들과 대치 씬은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눈물의 여왕' 찍기 전에 취미 삼아 복싱을 배웠다. 그래서 다치지 않을만큼 액션도 잘 숙지했다. 또 잘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못하는 것을 촬영해야 해서 힘들었다. 자전거도 잘 타는 데 못 타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재벌이라는 딱지 다 떼고, 내 몸으로만 하는 것이다. 준비하면서 디렉팅 해주는 형이랑 한참 실랑이를 하면서 만든 장면이다. "
극 중 퀸즈가 식구들이 용두리에 첫 입성, 식사 자리에서 물 편식(?)하던 수철은 결국 누나 해인에 뒷통수를 맞고 깨갱한다. 곽동연은 "용두리 식사 장면은 두 가족이 융합해서 찍는 초반 촬영이었다. 실제 묘한 느낌이 담기면서 배우들이 준비한 것들이 잘 나왔다. 당시 수철은 '싫어증 걸린 듯이' 라는 지문이 있었다. 제 모습에 선배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웃으셨다"고 전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수철 천다혜 스틸/tvN |
곽동연의 애드리브는 할아버지의 유산을 찾던 중, 창고 씬에서도 돋보였다. 그는 상황에 맞지 않는 중국어로 시청자들에 웃음을 유발했다. "중국어 하는 씬에는 '아무 중국말이나'라고 써 있었다. 대놓고 재밌으라고 나온 장면이라 이수근 선배님의 개그처럼 가짜 중국어를 할까 고민하다가 중국어 할 줄 아는 지인들에게 중국어를 배웠다. 여러 개를 준비하고 고민해서 '고수 빼달라'고 하는 말과 '차가운 물 주세요'를 썼다. '샹차이'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진 말이라 일부러 채택했다. 친구한테 번역기 스럽게 문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웃음)."
곽동연은 필모 사상 아이의 아로아역 배우와 처음으로 호흡을 나눴다. 초반에는 아이 자체가 조심스러웠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아역 배우가 성장함에 따라 호흡을 느꼈다. "극 초반에는 뭐하는 건지 인식을 못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협조적이었다. 촬영 몇 달 후에는 뭘 하는지 알아버렸더라(웃음). 그래서 아이의 컨디션에 맞춰서 촬영했다. 아이를 10분동안 기다린 적도 있다. 렌즈만 살려놓고, 인형 쿠션으로 대역해서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아내 천다혜로 호흡한 이주빈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이주빈 배우님은 100점 만점에 95점이다. 정말 좋은 분이다. 처음 친해지기 위해 아이스브레이팅 할 때 저 혼자서 집에서 위스키를 즐겨마신다고 했었다. 며칠 뒤에 30년산 위스키를 선물로 주셨다. 좋은 누나다 싶었다. 현장에서 안 풀리거나, 고민 있으면 골머리를 앓는 타입인데 주빈 배우는 내가 가야할 길을 명확하고 명쾌하게 가는 타입이다. 그렇게 텐션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
하지만 연기, 표현의 강약 조절은 물론, 어떤 캐릭터라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곽동연은 촬영장에서 '천재'라는 소문이 났을 정도다. 곽동연은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하지 않나. 나의 무식을 받아들인 사람은 괜찮은데 나의 무식함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 같아서 인간의 습성을 알아내려고 했다. 묘한 자신감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홍수철 役 곽동연/블리츠웨이 스튜디오 |
메이킹 영상을 통해 애드리브 장면이 공개되며 '눈물의 여왕' 촬영장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홍수철은 퀸즈가 식구들은 물론, 후반부에는 용두리에 머무르며 마을 사람들과도 동화됐다. 곽동연은 "전반적으로 사랑이 넘치는 촬영장이었다"고 했다. "서로 격 없이 지내면서 서로 더 애정하게 됐다. 너무 좋은 씬들이 있으면, 서로 너무 좋았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너무 울었다고 소감을 보내기도 했다. 종방연에서도 서로 좋았던 씬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미소)."
'눈물의 여왕'이 챌린지였다는 곽동연은 작품 활동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했다. "저는 보통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울면 슬픈 장면을 뜻하는 바가 동일시 됐다. 수철이가 울 때 '웃프다'는 반응을 보여주셨다. 수철이 혼자 다혜가 남긴 편지를 보고, 부적을 찢는 장면에서 다양한 반응을 주시더라. 그게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곽동연은 "멋있어 보이려고 캐릭터의 일면을 축소하거나, 감추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연기했다. 끝끝내 수철이라는 캐릭터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갔다는 점은 성공인 것 같다. 수철을 아끼는 마음도 있어서 성취감도 느껴진다. 아쉬움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사실 곽동연은 '눈물의 여왕'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박지은 작가가 집필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조, 단역으로 데뷔했고, 무려 12년만에 주연으로서 재회했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가치를 잘 찾아내시는 것 같다. 가족의 이야기도 있고, 기억이나 시간처럼 당연하게 여기지만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들도 조명하신다. 너무 일상적이고 캐주얼하게 잘 녹여내셨다. 트렌디함에 치우쳐서 어른들이 보기엔 화려한 화면이나 과한 콘셉트의 작품들이 있다. 저희 드라마는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와 가치에 집중해서 더 많이 사랑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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