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김무열이 데뷔 22년차에 첫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았다.
장르 불문, 연극, 뮤지컬, 드라마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빼곡하게 필모를 쌓아온 김무열은 영화 '보이스'에서는 극악무도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활약하며 몰입감을 높였으나,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에서는 판사들에 진심 어린 눈빛으로 소년범들을 교화할 수 있다고 호소하며 호평 받았다. 매 작품 그 어떤 캐릭터도 명품 연기로 소화하며 대중을 사로 잡아온 그가 마침내 '천만 배우'라는 결실에 도달했다.
▲영화 '범죄도시4' 백창기 役 김무열/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김무열에게 첫 1000만 관객 돌파라는 결실을 안겨준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렸다. 15일, 대체공휴일을 맞이한 가운데 개봉 22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범죄도시' 시리즈는 1편을 제외하고 3편 연속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믿고 보는 시리즈물로 다시 한번 자리를 견고히 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서 4세대 빌런 백창기를 연기했다. 용병출신으로 살상에 최적화 돼, 전투력은 역대 최강을 자랑하는 백창기는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근복근, 잔근육 몸매에 상반신 전체를 문신으로 휘감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특히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며 '단검 액션'으로 카리스마를 뽐냈다. 절도있는 그의 몸짓은 섹시미가 폭발, 스크린 여성 관객들을 설레게 했다.
매 작품 존재감을 과시하며,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로 몰입감을 높여온 김무열은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함에 따라, 데뷔 22년차에 '천만 배우' 대열에 합류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범죄도시4' 인터뷰 당시 김무열은 1000만 관객 돌파 질문을 받고 "1000만 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일원이 된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1000만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VIP 시사 때도 표가 모자랄 정도였다. 우리 영화 보시는 동안만이라도 힘들었던 것을 잊고 마동석 등에 업혀서 잠깐이나마 잊으셨으면 한다."
네번째 시리즈의 빌런으로 대활약한 김무열은 사실 '범죄도시' 시리즈 기획 당시부터 제안을 받은 배우 중 하나다. "그때는 '범죄도시'가 시리즈화 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사실 1편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 수를 모았지만 저는 그 당시에는 이게 시리즈화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를 되게 재밌게 봐서 나도 무슨 역할 하나 했으면 재밌게 잘했을텐데 아쉬웠다. 동석 형의 선구안, 추진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영화 '범죄도시4' 백창기 役 김무열/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 시리즈의 듬직한 핵주먹 '괴물형사' 마석도를 연기한 마동석과는 '악인전'에서 호흡한 바 있다. 4편 제안이 왔을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엇보다 마동석에 대한 무한 신뢰가 있었다. "같이 연기하면 훌륭한 연기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행보만 봐도 안다. 상대 배우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배우 직업 이외에도 작품을 직접 제작하던가, 기획하는 아이디어도 끊임없이 탐구한다. 작가분들 만나면 소재를 항상 찾아서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식으로 다방면으로 계속 노력을 할 수 있는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1~2시간 자고 나와서 촬영을 하더라. 밤새 다음날 찍어야 할 장면에 대해 고민하고, 다 같이 애드리브인지 모호한 대사도 전날 아이디어를 모아서 짜기도 했다. 그럼 새벽 3시 반 쯤에 메시지가 와 있더라.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빌런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1편에 윤계상이 미친 존재감을 과시, 2편에서는 손석구, 3편에는 이준혁, 일본배우 아오키 무네타카가 활약했다. 4세대 빌런 백창기를 연기하는 부담감은 당연했다. "부담감은 있었지만, 영리하게 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좋은 것은 취했다. 저에게는 이제껏 쌓인 데이터가 있다. 캐릭터 자체는 제가 만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공동작업이니까 작품의 세계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하는 기존의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러면서 백창기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백창기는 용병 출신으로, 압도적 카리스마와 냉혈함을 모두 담은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행도 서슴치 않는, '살상'에 최적화된 인물이며, 주로 눈빛으로 표현, 말수가 거의 없다. "저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나가면서 확장시켜 나갔다. VIP 시사회 때 지인들이 '살쾡이 같은 형형한 눈빛이 좋았다'고 해주셨다. 그런 것들은 의도했었다. 사선을 넘나들면서 살아남고, 이 사람의 입장에서 기회라고 포착되는 순간의 표정,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서 캐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 포인트에서는 백창기의 느낌을 정확하게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창기는 자신을 방해하려는 누구든 제거하며 형형한 눈빛을 내뿜어 보는 이들에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셔츠가 근육 때문에 터질 듯한 마초적인 전사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탄탄한 잔근육을 지녔지만 스키니하다. "감독님과 미팅하는데 제가 예상했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줬다. 그냥 수더분한 스타일에 문신을 택했다. 옷도 단정하게 코트를 입었다. 강렬했던 기존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감독님과 꾸준히 얘기하면서 백창기를 디자인해보니 강렬해보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때부터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더 견고해졌다. 비니를 쓰고 무표정으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도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영화 '범죄도시4' 백창기 役 김무열/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백창기의 주 무기는 단검으로, 김무열은 날렵해 보이기 위해 무려 10kg을 감량했다. 자타공인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김무열은 20년 전부터 카포에라를 배운, 단검 액션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다. "한국에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를 전파하는데 큰 기여를 한 분께 배웠다. 5~40cm 긴 칼을 두 손으로 잡고 하는 무술이다. 그걸 단검으로 쓰기도 한다.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어서 (단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던 상태였다."
용병 출신 역시 전작의 도움을 받았다. 김무열은 "'범죄도시' 촬영 직전에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를 촬영했다. 제 캐릭터가 현직 UDT 중사 역할이다. 실제 근접 격투 세미나를 받았다. 특수부대라면 어떤식으로 행동하는지도 배웠다. 의도치 않게 맥락이 맞게 흘러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 중 호텔에서 마치 원테이크로 촬영된 듯한 액션 씬은 김무열과 그의 수하인 배우 김지훈이 함께한 장면이다. 김무열은 자신이 아닌 복싱선수 출신으로, 배우로 전향한 신인배우 김지훈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굉장히 수월하게 촬영했다. 감독님이 무술감독 출신이라 액션 포인트를 정확하게 아신다. 당초 3일을 계획했는데 2.5일만에 촬영이 끝났다. 김지훈 배우가 엄청 몸도 날렵하고 국가대표 출신이라 주먹이 엄청 빠르다. 상대 팀이 맞는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박자가 오히려 늦었다. 그분의 주먹이 너무 빨라서. 저도 지금 그분께 복싱을 배우고 있다(미소)."
마석도와는 극 중반부에 호텔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타며 긴장감을 유발했지만,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이륙 직전인 비행기 기내에서 최후의 결투를 펼친다. 단검을 주 무기로 하는 백창기가 맨손으로 마석도를 상대해야 하는 장면이다. 기내 세트는 카메라, 오디오, 조명까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좁은 현장이었다. 김무열은 "저도 지금보다 10kg 더 크고, 형 몸도 크고, 형 대엳 배우도 커서 많이 좁아서 촬영이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정말 수월하게 부상 없이 촬영했다"고 현장을 전했다.
▲영화 '범죄도시4' 백창기 役 김무열/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힘들겠다는 예상이 완벽하게 빛나간 촬영이다. 백창기는 폭력에 중독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 전에 일대 다수의 싸움을 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전에 더한 상황들을 겪어본 인물이니까. 사람을 죽이거나 이런 것들에 감정에 치우침이 없다 생각했다. '범죄도시'에서 보여줘야 하는 여러 이야기 중에 중요한 것은 마석도의 통쾌한 한방이다. 매 시리즈 마석도가 마지막에 빌런을 때려서 기절시킬 때 통쾌함. 그 직전에 그 빌런의 한마디나 얼굴 표정이 그 이후에도 셍각이 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는 꺼지지 않는 불씨라는 느낌을 준다. 백창기로서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창기가 일격을 당하기 직전에 너무 재밌더라. 그때야 비로소 아드레날린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석도를 비웃는게 아니라 그런 웃음이다. 너무 재밌는 상황인 것이다. 마석도가 너무 아파보이게 통쾌하게 때려부셔주길 원했다. 여운같은 것이 있기를 바랐다."
김무열은 "제가 액션 씬 촬영 중 서로 주먹질을 하다가 형의 팔을 쳤다. 제가 때렸는데 형은 맞은 줄 모르더라. 저는 주먹이 아파서 칼을 잡아야 하는데 제가 더 아픈 느낌이었다(미소). 근데 형은 모르시더라. 제가 더 죄송했다. 그래서 더 아프다는 이야기를 못하겠어서 참고 촬영했다"며 비화도 덧붙였다.
또 '범죄도시1' 장첸의 '혼자왔니?' 라는 대사에 버금가는 '혼자서 괜찮겠어?'라는 백창기의 대사에 대해 "일주일을 배우, 감독, 스태프가 함께 고민해서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다"고 준비된(?) 애드리브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022년부터 디즈니+ '그리드', 넷플릭스 '소년심판', 드라마 '트롤리', 영화 '정직한 후보2', 유플러스 모바일tv '하이쿠기',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 '범죄도시4'까지 김무열은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하며, 매 작품 호평을 이끌어냈다. 장르를 넘나들면서 매 캐릭터마다 찰떡같이 소화할 수 있는 22년차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김무열은 "어떤 작품을 볼때, 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나라면 어떤 감정을 느낄 지 항상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4' 백창기 役 김무열/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 시리즈도 내가 저 빌런을 연기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봤다. 장첸은 '범죄도시'의 첫 포문을 연 빌런이다. 첫 인상이 주는 존재감이 어마어하다. 계상 형님이 잘 연기했고, 잘 만들었지만 첫 빌런을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존재감이 가장 강렬한 것 같다. 장첸이라는 빌런은 기둥 뿌리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마석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펀치가 있는 형사가 있어도, 언제 어디서든 범죄는 불씨는 다시 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줬다."
무엇보다 김무열에 만족감을 안겨준 것은 '공동작업'이다. '범죄도시4'에 대한 김무열의 애정은 인터뷰 하는 태도와 표정만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전 작품 인터뷰 때와는 달리 첫 타임부터 내내 미소를 띠며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동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항상 모든 준비는 돼 있다. 제작자 분들, 동료 배우도 전부터 알던 분들이다. 새로 만난 분들도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모난 사람도 없었다. 작업도 수월하고 서로 돕고 먼저 나섰다. 지금도 형, 동생 하면서 만나고 잘 지낸다. 그것만로도 잘 성공한 것 같다. VIP 시사 후 뒷풀이 자리에서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한참 했다. 그때가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서 더 누리고 더 즐기지 못한게 후회가 될 때가 있을 정도다. 그게 우리 현장이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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