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수 같은 '닭강정', 또 다시 불거진 '안재홍 은퇴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4-09 07: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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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벌써 세번째다. 배우 안재홍은 또 한번 독보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제목부터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닭강정'의 고백중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마스크걸' 주오남으로 '은퇴설'을 탄생시킨 안재홍이 티빙 시리즈 'LTNS'의 사무엘에 이어 '닭강정' 고백중까지 3연속 '은퇴 밈'을 불러일으켰다.


'닭강정'은 세상에 없던 신계념 코미디로 지난달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닭강정'은 어느 날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찾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고백중 역 안재홍/넷플릭스


어디서도 본적 없는 독보적인 매력의 원작 웹툰은 '병맛 코미디' 장인 이병헌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됐다. 안재홍이 연기한 고백중은 최선만 사장의 딸인 민아를 짝사랑하는 엉뚱한 인턴사원이다. 매일 똑같이 파란색 조끼와 노란색 바지만 입고,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작사, 작곡을 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게 제목인가 했었다. 굉장히 독특하고 새롭고 뭔가 착 붙었다.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새로운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뭔가 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본 자체가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본적 없는 무언가를,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구나!' 하는 상쾌함이 있다. 어떻게 봐주실지가 너무 궁금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독특한 캐릭터에 눈길이 간다. 하지만 안재홍을 사로잡은 것은 원작 작화였다. 원작 웹툰 속 고백중의 모습은 안재홍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던 것이다. 안재홍은 "시나리오 보고 원작 웹툰을 재미 삼아, 좋은 게 있다면 참고하려고 봤다. 고백중을 보면서 이건 해야 하는 거라는 마음을 먹었다. 저와의 굉장한 외모의 흡사함에 놀랐던 순간을 숨길 수 없었다. 나를 보고 그린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정말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고백중 역 안재홍 스틸/넷플릭스

웹툰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고백중을 표현하기 위해 분장도 했다. "백중의 배 분장을 한 장면도 있고 안 한 장면도 있다. 과거 장면에는 살집 있는 캐릭터로 보이려고, 같은 색상이지만 사이즈가 더 큰 옷을 입고 촬영했다. 홍차(정호연)와의 과거 장면, 민아씨와 과거 장면에서는 몸집을 더 커보이게 하려고 했다. 갈수록 몸에 맞는 조끼를 입으려고 하면서 캐릭터를 변주하려고 했다. 그치만 옷이 한 벌이라서 크게 느끼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독특한 설정과 서사, 비주얼까지 새롭기 그지없는 '닭강정'은 공개된 후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시청하던 중 탈주한 시청자도 대다수이지만, 병맛 코드를 이해하고 재밌게 보는 시청자들도 존재했다. 안재홍은 그런 반응조차 감사해했다.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해 감사하다. 오히려 건강하고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수라는 식재료가 호불호가 갈리지 않나. 그 맛은 다른 어떤 맛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보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매력 있고 끌리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처음 할 때 새롭고 독창적인 것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전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신나있었다. 정말 재밌고 작품 이름처럼 맛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저도 집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콘텐츠를 검색한다 선택이 어려울 때 음식이 식는다. 그럴 때 '닭강정'이 소중한 친구같이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닭강정'에서는 민아가 닭강정이 된 후 본격 선만과 백중이 힘을 합쳐 민아 구출작전에 나선다는 점이다. 날것의 웃음과 장면을 만들기 위해 대본을 맞추거나 리허설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두 사람은, 첫 호흡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티키타카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자아낼 수 있던 순간이 굉장히 영광스러웠다. 정말 빠른 속도로 오고 감이 있을 때 배우로서 쾌감을 느꼈다. 정말 탁구공이 오가듯이 선배님이 씬과 시퀀스를 조율하시는 기둥같은 존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고백중 역 안재홍/넷플릭스

 

또 앞서 류승룡은 안재홍의 연기력에 극찬을 쏟아냈던 바. 안재홍은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대선배님이 후배를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시기 위해서 칭찬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고,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잘 해내고 싶고, 잘 걸어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영광스러운마음이다"고 했다. 이어 "류승룡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선배님이 무한한 신뢰를 주는 연기자라고 생각하는데 선배님처럼 무한한 신뢰와 감동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매 순간 진실되고 살아있음을 표현하려고 할 때 존경심이커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백중의 과거 연인이었던 홍차(정호연)과의 촬영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방법으로 촬영이 이어졌다. 웃음 장벽이 낮은 정호연을 위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리허설 하면서 정호연을 지치게(?) 만드는 촬영장 메이킹도 화제를 모았던 바. 안재홍은 "제 대사도 아닌데 제가 외울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왔다. 그 장면은 지뢰밭 같은 느낌이었다. 어딜봐도 웃긴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호연 씨를 보다가도 너무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승룡 선배님을 보면 더 못 보겠더라.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하고 온전히 마쳤다. 호연씨가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등장과 동시에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홍차한테 민초를 건네고 혼자 민초를 입에 물고 와인을 음미하는 장면은, 먹기 싫어서 그랬다. 촬영 감독님이 '너 진짜 대단하다. 안 먹으려고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시더라. 저는 백중이처럼 취향이 확고한 편은 아니다. 열려있다. 반민초고 노파인애플 피자다. 부먹이다(웃음)."

 

그럼에도 웃음을 참지 못해 NG가 났던 장면은 극 후반부에 기계 연구에 미친 유인원(유승목) 박사, 그의 노안 콤플렉스를 가진 조카 유태만(정승길)과 함께한 씬이다. "유승목 선배님과 첫 장면이다. 애벌레(라바)로서 2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인지했다. 근데 그 박사에 애벌레로서의 기억이 몸에 잔존하고 있다는 것은 대본에 없었다. 선배님이 캐릭터를 만들어오신 것이다. 촬영 시작하고 (라바 때의 기억을 살리는) 웨이브를 보니까 못 참겠더라. 굉장히 고통스럽게 추셨다. 그걸 처음 볼 때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웃음)."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고백중 역 안재홍/넷플릭스


안재홍은 극 말미 '옐로우 팬츠'라는 월드스타로 거듭난다. 고백중의 서사에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흥'이 존재한다. 유승목이 라바 시절 기억으로 웨이브를 췄다면, 안재홍은 댄서 아이키에 교습받았다. 안재홍은 "백중이 노래와 춤을 추며 등장하는 모습부터 본 적 없고, 이상한 듯한, 근데 자꾸 보게 되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백중이 추는 장면을 지도받을 수 있었으면 했다. 이 작품의 말랑말랑하고 오묘한 무언가는 아이키 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부탁드렸더니 섭외해 주셨다. 막춤의 색다른 소스들을 많이 배웠다. 그것들을 현장에서 스물스물 피어올라 오는 것으로 구현하면서 춤을 만들었다. 참 많이 도움이 됐다. 안무를 구성하는 전문가라서 몸 동작 쓰는 것들에 대해서 다채롭게 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마스크걸'부터 올해 'LTNS', '닭강정'까지 안재홍의 미친 캐릭터 소화력에 '안재홍 은퇴설 밈'이 탄생했다. 또 안재홍은 제60회 백상예술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 후보에 은퇴설의 시초가 된 '마스크걸'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다른 '은퇴설 밈'의 주인공이자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이이경, '살인자의 ㅇ난감' 이희준, '고려 거란 전쟁' 지승현과 경쟁을 펼치게 됐다.

무려 3연속 은퇴설의 주인공이 된 안재홍은 "의도할 수도 없고 '마스크걸' 때 그 '은퇴설'이라는 반응에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제 이름을 검색하는데 사진을 흑백으로 쓰신 기자님들도 계셔서 당황한 순간도 있었다. 그만큼 이 캐랙터를 위해 온몸을 다 던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던지고 임했구나 라는 반응. 그게 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느꼈을 때는 너무 감사하고 '최고의 칭찬'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온 마음 다해서 캐릭터를 구현해 내고 싶다는, 그런 순수한 마음이 더 커진다"고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고백중 역 안재홍/넷플릭스

독보적인 캐릭터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주오남, 사무엘, 고백중은 너무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배우들은 기피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안재홍은 "독특하거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강박은 없다"면서 "다양한 역할을 통해 깊이 있는 감정을 연기해내도 싶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고 했다.

"정말 실제 현실에 닿아있는 듯한, 사실적인 인물도 너무 공감되게 그려내고 싶다. 대중이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몰입해 주셨다는 것이 감사하고 만족하는 부분이다. 백중처럼 만화적인 캐릭터도 그만의 세계관 속에서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인물 하나하나를 고유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있다. 독창적이거나 새롭고 흔치 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하는 강박은 없다. 배우 입장에서는 캐릭터는 운명적인 순간들인 것 같다. 이미지 고정화 부담감도 없다. 대체 불가한 캐릭터로 말씀해 주시는 게 정말 감사한 것 같다. 더 깊이 있는 작품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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