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훈 "'눈물의여왕' 김지원 가스라이팅 씬, 과거 경험에 힘들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0 07: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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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저 원래는 달달한 사람입니다"


대중들은 배우 박성훈을 '전재준'으로 기억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역대급 악역을 펼치며 대중의 뇌리에 '전재준'이라는 이름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박성훈도 "박재준이라고도 하시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도 '재준씨'라고 한다. 행사장에서도 '전재준'이라고 하더라"라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할 정도다.

박성훈은 '악역'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지만, 2008년 영화 '쌈화점' 단역부터 꾸준히 연기 필모를 쌓아왔다. 지난 2022년 '더 글로리' 이후 무려 2년간 연극까지 10작품을 소화했다는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었다. 인터뷰에 앞서 '저 원래는 달달한 사람입니다' -은성훈-이라는 문구를 붙인 꿀을 선물하며 취재진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인간 박성훈'의 귀여운 면모였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윤은성 役 박성훈/BH엔터테인먼트

박성훈은 최근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문화창고, 쇼러너스)에 윤은성 역으로 출연했다. '눈물의 여왕'은 3년차 부부 백현우(김수현) 홍해인(김지원)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성훈이 연기한 윤은성은 투자계의 큰 손, 월가 분석가 출신 M&A 전문가다. 겉으로는 젠틀해 보이는 윤은성이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첫사랑 홍해인을 잊지 못하고 결국에는 집착을 보이게 된다. 이에 최종회에서는 홍해인을 죽여서라도 함께 데려가겠다는 잔혹한 면모를 보이다가 결국 백현우를 쏘고, 경찰들의 총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박성훈은 최종회가 방영된 후 소속사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마지막회를 보는 모습을 담아냈다. 집착으로 인해 악랄해졌지만, 사실 윤은성은 누구보다 외로웠던 인물이기에 박성훈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 장면은 복잡한 감정과 레이어가 있는 씬이다. 유년 시절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줘보지도 못했다. 해인이만 바라보던 친구가 결국 마음을 얻지 못하고, 해인이를 얻지 못하고 죽는다는 게 애처롭고 안쓰러운 마음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끝맺음을 위해서는 죽음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석방하고 나면 또 집착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커플을 위해서는 은성의 죽음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윤은성 役 박성훈/BH엔터테인먼트

16회 엔딩 속 은성의 마음을 이해했다. "16회 대본을 읽으면서 많이 놀랐다. 총을 들이대면서 대사가 '너를 죽여서라도 데려갈 것'이라고 한다. 저는 얼마나 사랑하면, 이승에 놓고 가면 현우랑 있을테니 너를 차지하기 위해서 같이 죽자고 할까 싶었다. 여러 군상의 사랑도 있지만 이런 뒤틀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표본을 보여드린 것이다. 복잡미묘하고 다채로운 감정 속에 너무 사랑하면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인생의 끝, 절벽에 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을 해서라도 함께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었다."

만약 인간 박성훈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질문에 "저는 남의 여자 절대 안 건들인다"고 선을 그었다. "저는 혼자 아파하고, 멀리서 응원하고 그랬을 것 같다. 현우와 해인이 3년차 부부로 시작을 한다. 만약 연애시절부터 은성이 들어갔다면 삼각구도로 뭔가 보여줄 수 있었겠구나 생각은 했다."

반면, 의도치 않게 포스트 김갑수가 됐다며 웃었다. "제가 작품에서 많이 죽었다. '선산', '지옥만세' , 이번에 '눈물의 여왕'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계속 죽는다. 포스트 김갑수 선배님이라는 말을 들었다. 하하."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윤은성 役 박성훈/BH엔터테인먼트

박성훈은 '전재준'에 이어 '윤은성' 역할로 강렬한 악역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는 방영내내 윤은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청자의 반응을 받아야만 했다. "전재준 때는 희화화 된 캐릭터로 봐주실 수 있었는데 은성이는 백홍 커플의 사랑을 방해해서 정말 욕을 많이 먹었다. 수많은 육두문자가 섞인 디엠을 받았다. 그래도 작품을 사랑해 주셨다는 의미로 감사했다."

전재준과 윤은성은 어떤 차별점을 지닐까. 박성훈은 "전재준은 외적인 스타일링도 날티나는 모습이다. 그때는 래퍼 분들을 많이 찾아서 봤다. 은성이는 젠틀하고 포멀하다. 전재준은 고함을 많이 지르고 특유의 억양이 있다. 은성은 꾹꾹 눌러서 일정한 톤을 많이 유지하는 쪽으로 했다. 화를 내는 방식에서도 재준은 뒤에다 강세를 줘서 위협적여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은성은 앞에 강세를 줘서 위협적이어 보이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의 연기에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연기 하는 입장에서는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은성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 모슬희(이미숙)에 버림받고, 가스라이팅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해인의 병을 알고, 연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또 수술 후 깨어난 해인을 차지하기 위해 백현우가 전남편이자 스토커였다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며 해인을 가스라이팅 했다. 박성훈은 "저도 예전에 주변 지인들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해본 안 좋은 경험이 있다. 해인이 수술을 받고 일어났을 때 그를 속이지 않나. 되게 장문의 대사를 하는데, 그때 스스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잘 안 쉬어지더라. 이 씬 찍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버겁게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윤은성 役 박성훈/BH엔터테인먼트

극 내내 김수현과는 라이벌 구도를 유지했지만, 누구보다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둘 다 MBTI가 ISFJ여서 잘 맞는다. 서로 연기 호흡이 잘 맞았고 저희 둘이 연기할 때 감독님들이 특별한 디렉팅 없이 준비한 것을 하게끔 해줬다. 수현이가 저를 한 대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때리기 전에 주먹을 쥐고 리허설을 하는데 가까이 얼굴을 대고 있을 때 속으로 '진짜 잘생겼다' 했었다(웃음). 수현이는 눈빛이 너무 좋다. 사람을 스며들게 하는 마력을 가진 친구라서 너무 좋아하는 친구다."

김지원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전했다. "무결점 캐릭터다. 전교 1등 스타일이다. 정직하고 바르고 겸손하고 샤이한데 해인이 모드로 돌변하면 전환해서 해내더라. 식단 조절을 1년 가까이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다. 주변에서 지원이가 너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노력한게 빛을 발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에서 유독 외로운 인물이었다. 젊은 배우들 중 김수현, 김지원 커플, 곽동연 이주빈 커플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는 퀸즈가 식구들, 용두리 식구들은 모두 함께였다. 게다가 10회 촬영 할 때까지도 김수현, 김지원의 연락처도 몰랐다. "저는 원래 대본 리딩하는 첫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말 놓자고 한다. 옛날에 어떤 선배님께서 먼저 해주셨는데 너무 좋았다. 근데 제가 리딩 날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걸 못했더니 수개월동안 모르고 살았다. 결국 제가 큰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두 주인공의 분량이 워낙 많아서 거의 쉬는 날이 없었다. 독일도 저도 같이 가는 줄 알고 설렜는데 저는 세트 촬영이어서 아쉬웠다."

 

어렵게 연락처를 얻어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지만, 모두가 I 성향이라 조용하다. "저희가 I(아이) 성향이 많아서 첫 방송보고 '우리 드라마 재밌다' 정도만 하고 지금은 사망했다(웃음)."

'눈물의 여왕'은 촬영이 끝난 후 방영이 시작됐다. 박성훈은 '오징어 게임2' 등을 촬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시청자로 함께 했다. "우리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줘서 인기 있었던 것 같다. 니즈를 충족시켜준 것 같다. 제가 봐도 해인현우 커플 보면 너무 흐뭇하고 애절해서 같이 울기도 했다. 쭈쭈바 먹는 장면, 우산 씬, 아쿠아리움 장면도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비주얼 합이 너무 좋아서 한 프레임에 담긴 것만으로도 좋았다. 또 최종회 엔딩의 백발 현우 보면서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박성훈은 만 2년동안 8작품에 출연하며 쉴 틈이 없었다. '눈물의 여왕' 종방 후에는 태국에서 영화 '열대야' 촬영 중에 있다. 마약 판매책이면서, 마약도 즐겨하는 역할을 위해 감량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악역까지는 아니지만 '열대야' 역시 선역은 아니다. 그는 당분간 악역보다 선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선역이 더 편하다. 악역은 힘도 많이 줘야하고 소리도 많이 질러야 한다. 재미는 캐릭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악역이 좀 더 있다. 저는 평소에 화를 잘 안낸다. 사회생활 하면서는 화를 삭혀야 할 때가 있다. 표출할 때 대리만족 되는 부분이 있다. 카니발 씬 찍고 나서 내렸을 때 스태프들이 사우나 하고 나온 사람 같다고. 제 얼굴이 개운해보인다고 하더라. 최근에 악역으로 대중분들에 많이 각인이 됐으니까 당분간은 악역을 주머니에 넣어 놓고 선한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다. 코미디가 섞인 역할로 재밌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다음 작품은 로코 하는 게 목표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윤은성 役 박성훈/BH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박성훈은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 하신다. 선한 역할을 하라고(웃음). 장고래 같은 드라마 하나 더 하라고"라며 "근데 그때는 못 드리던 용돈을 지금은 매달 드리고 있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더 글로리' 이후 '남남', '선산', '눈물의 여왕' 그리고 전 세계 기대작 '오징어 게임2'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성훈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많은 화제가 됐다. 그는 힘들었던 가정사부터 배우가 되기 위해 걸어왔던 길을 서스럼없이 털어놓으며 '인간 박성훈'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사실 '유퀴즈' 출연은 그가 목표해왔던 것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저는 목표를 세우고 작은 목표 하나하나를 이뤄가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연극 무대만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면 했고,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에서 매체 작품 출연을 목표로 세웠다. 그리고 매체에서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가 목표였는데 하나씩 그걸 지금 다 이루고 있다. '유퀴즈'는 '더 글로리' 끝나고 23년에 칠판에 적었던 목표다. 25년도에 나가는 게 목표였는데 24년도에 이뤘다. 지금은 로맨틱 코미디가 목표다. 소화기로 불을 좀 끄고 로코로 유쾌한 모습, 헐렁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박성훈은 김은숙, 박지은 등 내로라하는 스타 작가, 안길호, 황동혁, 장영우, 김희원 감독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져 쉴 틈이 없다. 그가 지향하는 연기자의 길은 무엇일까. 박성훈은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그분들 작품을 찍은 게 맞나 싶을 때도 있다. 왜 찾아 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은숙 작가님은 '하나뿐인 내편' 때 고래를 기억해주시고 순하게 생긴 친구를 나쁜놈을 만들면 재밌겠다 하셨다고 하셨다. 박지은 작가님은 '글로리' 공개 후 러브콜을 주셨다. 아마 전재준을 보시고 연락 주신 것 같다. 제가 말을 좀 잘 듣는다. 진선규, 박해수 등 선배님들을 좋아한다. 형들이랑 무대 서면서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다. 그분들만큼 실천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병헌 선배님도 현장에서 분위기를 풀어주시고, 수현이도 동생이지만 자신을 낮추면서 웃겨가면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든다. 재밌게 장난 쳐주는 친구같은 선배가 되야지 생각한다"고 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지만, 만약 일주일의 휴식이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그는 하와이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제일 막판에 대본 내려놓고 불멍 영상을 켜고 멍하게, 경직된 몸을 풀면서 와인 한잔으로 릴렉스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원래는 사우나 좋아해서 명상도 하는데, 요즘에는 사우나를 가기엔 많은 분들이 알아보신다. 그래서 불멍을 자주 하고 있다. 만약 일주일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하와이에 가고싶다. 한번 가봤는데 왜 지상낙원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다. 전 세계 모든 분들이 한번쯤 가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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