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재훈 기자] 불미스러운 오구 플레이 파문을 딛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한 윤이나(하이트진로)가 복귀전 첫 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윤이나는 4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첫 날 1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한 개로 2언더파 70타를 기록, 공동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윤이나가 KLPGA투어 공식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2022년 7월 KLPGA 투어 호반 서울신문 클래식 이후 1년 9개월(21개월) 만이다.
이날 날 12시 15분 1번 홀에서 방신실(KB금융그룹), 황유민(롯데)과 함께 티오프 한 윤이나는 티샷 하기 전 갤러리들을 향햐 오른손으로 모자 끝을 잡은 채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호쾌한 드라이브 샷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윤이나(사진: 스포츠W) |
윤이나는 2번 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했지만 4번 홀(파5)에서 복귀전 첫 버디를 잡아내며 '바운스백'에 성공한 데 이어 9번 홀(파4)에서는 티샷 실수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면서 언더파 스코어로 돌아섰고, 후반 11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경기 도중 갤러리들의 격려에 종종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한 윤이나는 18번 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에는 홀가분한 마음을 드러내듯 좀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기자회견을 위해 미디어센터에 마련된 자리에 앉은 윤이나의 표정은 사뭇 굳어있었다.
복귀전 첫 라운드를 치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윤이나는 "우선 저의 잘못으로 인해 상처 받으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인 뒤 "잔디를 밟으며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는 하루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말 많이 긴장이 됐었는데 저를 위해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궂은 날씨에도 코스를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윤이나(사진: KLPGT) |
1년 9개월 만의 복귀전인 만큼 라운드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어떤 부분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윤이나는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며 "그저 그냥 잔디를 밟으면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오구 플레이 파문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갖고 다시 KLPGA투어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질문에 "정말 많은 분들께서 도움을 주셨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에 남는 것은 저희 팬분들"이라며 목이 메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잠시 감정을 정리한 윤이나는 "징계 기간 동안 골프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는데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돼주셨던 것이 팬 분들이었다"며 "이 자리를 빌어서 계속 응원해 주셨던 저희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리고 싶다."고 거듭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기자회견 도중 눈물 흘리는 윤이나(사진: 스포츠W) |
이어 티샷 전 고개를 숙여 갤러리들에게 인사를 전할 때 심경에 대해서도 윤이나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팬분들과 다시 골프장에서 만나 뵙는 게 처음이어서 뭔가 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와 관련 퍼팅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힌 윤이나는 9번 홀 치샷 미스 상황에 대해서는 "티샷이 조금 왼쪽으로 갔다. 공의 상황은 잘 몰랐는데 무언가를 맞고 다리를 넘어서 카트를 맞고 갔던 것 같다."고 돌아본 뒤 "(세컨드 샷) 들어가는 위치가 좋아서 무리 없이 보냈다"고 밝혔다.
윤이나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제가 다시 한 번 골프 선수로 살아갈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제 개인의 개인의 성과보다는 골프 발전을 위해 힘쓰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답하는 것으로 약 15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쳤다.
윤이나는 지난 2022년 6월 16일 충북 음성군의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한골프협회(KGA) 주최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15번 홀 티샷이 우측으로 밀렸고, 이 공을 러프에서 찾은 것으로 생각하고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그린에서 퍼팅을 하려는 순간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윤이나는 그 상황을 시정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윤이나는 대회가 끝난 뒤 약 한 달이 지난 7월 15일 KGA에 오구 플레이를 자진 신고했고, 처음 기록으로는 대회에서 컷 탈락했으나 규칙 위반 자진 신고 후 실격 처리됐다.
윤이나는 문제의 한국여자오픈 이후 KLPGA투어 5개 대회에 출전했고, 그 가운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위, 맥콜-모나파크 오픈 준우승에 이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는 올 시즌 KLPGA투어에 데뷔한 루키 선수들 가운데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호반 서울신문 클래식을 끝으로 투어 출전을 중단한 윤이나는 KGA로부터 3년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후 KLPGA도 같은 수위의 징계가 결정됐다. 하지만 KGA가 지난해 9월 윤이나가 충분히 반성했다는 이유로 먼저 징계 기간을 1년 6개월로 줄이자 KLPGA도 지난 2월 1년 6개월로 징계 기간을 감경했다.
윤이나는 징계로 출전을 못 하는 동안 훈련과 함께 미국여자프로골프 미니투어와 호주 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 등에 출전하면서 KLPGA투어 복귀를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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