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 2년 만에 돌아온 레인보우힐스에서 보여줄 것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4-06-12 16: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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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오구플레이 파문 이후 2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출전

[스포츠W 임재훈 기자] 2022년 6월 16일이었다. 

 

기자가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취재를 위해 충북 음성군 소재 레인보우힐스 코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미디어센터에서 노트북을 펴고 막 자리에 앉아 스코어를 표시하는 모니터로 눈을 돌린 순간 스코어보드 한켠에 숫자 '1'이 나란히 세 개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파5 홀에서 11타를 친 뒤 곧바로 다음 파3 홀에서 홀인원을 한 상황이었다. 

 

이런 스코어를 낸 선수가 누군가 살펴봤더니 다름 아닌 윤이나(하이트진로)였다. 

 

이날 이른 새벽 티오프한 윤이나는 첫 홀이었던 10번 홀(파5)에서 시도한 샷이 두 차례나 오비(OB, out of bounds)로 나가면서 무려 6타를 잃는 섹스튜플 보기를 범한 뒤 곧바로 11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잡아냈다. 

 

기자는 지체 없이 이 진귀한 상황을 현장에서 곧바로 기사로 옮겼고, 잠시 후 경기를 마친 윤이나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당시 윤이나는 홀인원 한 개와 버디 3개 섹스튜플 보기 한 개, 보기 3개를 묶어 4오버파 68타를 기록, 최하위권에서 1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 오구 플레이가 있었던 2022년 6월 16일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 직후

믹스트존에서 스포츠W와 인터뷰 당시 윤이나(사진: 스포츠W)

 

비록 저조한 스코어와 순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데뷔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인터뷰에서는 윤이나와 유쾌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가대했지만 실제로 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이나의 분위기는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어딘지 우울했고, 어딘지 정신이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 궁금했지만 당사자에게 '왜 기분이 가라앉아 보이느냐'고 물어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후 기자는 윤이나가 그날 15번 홀에서 자신의 공이 아닌 공으로 플레이를 펼친 사실을 숨겨왔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제서야 그날 윤이나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의 오구 플레이가 알려진 이후 윤이나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려들었고, 결국 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KGA)로부터 향후 3년간 KGA 주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도 같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윤이나에게 내려진 징계는 지난해 가을을 지나면서 감경됐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필드에 복귀할 수 있게 된 윤이나는 오는 13일 레인보우힐스 코스에서 다시 경기를 펼치게 됐다. 

 

윤이나는 오는 13일 오전 6시35분 레인보우힐스 10번 홀에서 서연정(요진건설), 최민경(지벤트)과 오전 첫 조로 티오프 한다. 2년 전 윤이나의 오구플레이가 있었던 그날과 사실상 같은 시간 같은 홀에서의 티오프다. 

 

징계 감경이 없었다면 윤이나는 다시 레인보우힐스에서 열리는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2년 가량 빨리 필드에 복귀할 수 있게 되면서 어쩌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같은 무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홍지원(요진건설)이나 시즌 4승에 도전하는 '대세' 이예원(KB금융그룹) 못지 않게 윤이나는 이번 대회 내내 전체 출전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주목 받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이나로서는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 파 세이브를 기대하기 어려운 레인보우힐스에서 페어웨이 적중률을 높여야 하는 스윙 기술적인 극복도 필요하고, 여기에 더해 여전히 자신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심리적인 부담과 압박을 이겨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뛰어야 한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선수라도 이런 상황에 의연하게 티잉 구역에 오르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누비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2년 만의 레인보우힐스 복귀전을 앞두고 윤이나의 최근 페이스는 썩 좋지 않았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크리스에프앤씨 제46회 KLPGA 챔피언십'(9위), 지난 달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2위) '두산매치플레이'(4위)에서 준우승 한 차례 포함 3주 연속 톱10을 기록했던 윤이나는 최근 세 차례 대회에서 고관절 통증에 따른 기권과 한 차례 컷 탈락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레인보우힐스에서 치르는 한국여자오픈에서 윤이나가 예선을 통과할 지, 기권을 할 지, 4라운드를 꽉 채워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회에서 윤이나가 성실한 플레이를 통해 아직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과 오랜 기간 그를 기다려 준 팬들 모두에게 앞으로는 절대 2년 전과 같은 무책임한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다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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