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각인형이 된 거꾸로 사는 남자…뮤지컬 ‘벤자민 버튼’ 늙어가는 것의 아름다움 이란?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6 18: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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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거꾸로 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이 목각인형으로 변모해 무대 위에 오른다.

 

16일 오후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프레스콜이 서울 종로구 소재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자리에는 조광화 연출, 이나오 작곡, 협력 연출 안무가 심새인, 퍼펫 작가 문수호와 ‘벤자민’ 역의 김재범, 김성식, 심창민, ‘블루’ 역의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배우가 참석했다.

이날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넌 됐어, 꺼져’, ‘스윗 스팟’, ‘사랑한다면’, ‘답을 찾아서 리프라이즈’, ‘금지는 기회’, ‘팬레터’, ‘그건 저들의 세상’, ‘비포 앤 애프터’ 장면을 시연했다.

 

▲ 사진=연합뉴스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신작 창작 뮤지컬이다.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통해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의 인생을 조망한다.

이번 작품은 개막 전부터 ‘퍼펫’을 차용한 디자인 구성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광화 연출은 “벤자민 버튼은 무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전 연령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는데 무대에서는 CG나 특수분장으로만 처리할 수도 없고, 연령대에 맞는 여러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없다. 하지만 퍼펫은 살아있는 생명, 감정이 보이는 인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퍼펫을 통해 벤자민의 나잇대를 정리하면 공연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고 싶었는데 동물 퍼펫과 달리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 있어서 오히려 욕심을 비우고 놀이성으로 객관화 시키려했다. 배우가 할 수 없는 슬로우모션, 점프 같은 표현에 대해 차용했다. 그렇게해서 배우는 인물의 정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작품에 사용되는 퍼펫은 무대 연출을 비롯해 인형 제작, 인형극까지 펼치고 있는 오브제 아티스트 문수호 작가의 작업물이다.

문수호 작가는 “초반에는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보니까 마찰이 좀 있었다. 연출님이 제안하신건 동화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인데 제가 원래 했던 개인작업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있다보니까 그 중간으로 맞추는 작업이 흥미롭기도 하고 고되기도 했다. 저는 인형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형태만 만들었다. 연출님이 인형을 인간답게 만들고, 배우님들이 멋진 배우로 승화시켜주셨다. 공연이 끝날때까지 퍼펫의 작업은 끝난게 아닌 것 같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 김성식 [사진=연합뉴스]

 

작품에 사용되는 퍼펫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마네킹 퍼펫과 60cm 가량 되는 크기의 로드 퍼펫이 있다. 퍼펫은 모두 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따뜻한 인상을 준다.

조광화 연출은 “저희 작품은 서로를 보듬어 주는 것 같은 따뜻함이 필요한데 나무가 주는 친근함이 용이한 것 같았다. 소재 선택부터 형태, 어디까지 움직에게 하는지 기능 등 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디자인을 수정해나갔다. 특히 디자이너님이 체코에서 공부하신 분이라 유럽의 퍼펫 같은 감성이 있다. 그 감성과 한국의 감성, 미국 배경인 작품과 잘 맞도록 조율하기 위해 스케치도 많이 주고받았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퍼펫은 안무에도 영향을 미쳤다. 심새인 안무가는 “전문 퍼피티어가 인형을 움직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에너지가 퍼펫을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함께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퍼펫을 움직이고 빠져나와서 그것을 바라봤을 때 줄 수 있는 느낌에 차이점을 두려고 노력했다. 배우들과 어려운 작업을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좋은 답을 찾은 것 같다.”고 만족을 표했다.

퍼펫과 주로 호흡을 맞추는 등장인물은 주인공 벤자민이다. 벤자민 역을 맡아 연기하는 김성식은 “연습과정에서 어느 순간은 제가 연기하는 나이에 맞춰서 하고 있고, 어느 순간은 퍼펫의 나이에 사로잡혀서 연습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연출님이 벤자민의 정서에 더 깊게 다가가라고 말씀해 주셔서 적정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퍼펫과는 공연하면서 더 친해지는 중이다. 아직 완벽하게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고, 그 시간이 관객들에게 작품의 깊은 정서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연습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대해 말했다.

 

▲ (왼쪽부터) 이아름솔, 박은미, 김소향 [사진=연합뉴스]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음악에 있어서도 재즈풍의 색깔이 돋보인다. 이나오 작곡은 “음악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직접적인 영감이 됐던건 뮤지컬 대본의 벤자민 버튼이었던 것 같다. 대본을 읽으면서 음악적으로 어떤 식으로 설계를 해야할지 잘 그려졌던 것 같고 다양한 재즈풍의 음악들과 재즈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음악들, 퍼펫으로 그려지는 판타지적인 걸 표현하는 색채들을 조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뮤지컬로서는 1920년대의 클래식한 뮤지컬들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재즈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감성이 많이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극중 재즈 싱어인 블루 역을 맡은 이아름솔은 “작품에 블루의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연출님이 어린아이인 시점이라고 해서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내지말고, 노인이라해도 노인의 중후한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나이대에 맞는 목소리를 따로 내는 게 아니라 어려움은 없었다. 또, 정통재즈 장르의 노래가 아니고 뮤지컬스러운 재즈풍의 곡이었기 때문에 익숙한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처럼 불렀다.”고 넘버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이에 김소향은 “박은미, 이아름솔 배우는 워낙 모든 장르를 잘하시는 분들이다. 그래서 장르가 바뀐다고 해서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칭찬했다.

‘벤자민 버튼’은 거꾸로 나이가 드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삶을 깊이있게 조명한다. 김재범은 “대본 보고 한 번에 다 읽었고, 읽은 다음에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어긋남이 굉장히 가슴에 훅 들어왔다. 간만에 따뜻한 대본을 봐서 행복했다. 꼭 하고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작품의 서사가 주는 울림을 강조했다.

김소향은 “관객들에게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고 나누고싶었다.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주름이 늘어간다는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그걸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블루가 부르는 마지막 넘버 ‘불안에의 초대’가 산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아름답게 정의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듣기 위해서 공연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 심창민 [사진=연합뉴스]

원작의 데이지를 각색해 탄생한 인물 블루는 크레올(유럽계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 벤자민과 연결점을 강화했다.

박은미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거꾸로가는 벤자민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출님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 소외당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했다. 그 설정이 많이 와닿았고 특별한 사람끼리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블루는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1920년대 여성이기도 하고 서사적으로도 많이 상처를 받는다. 여러 사람한테 기대다 홀로서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런 인간적인 면에도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벤자민 버튼’은 동방신기의 멤버 심창민(최강창민)의 데뷔 21년만의 뮤지컬 작품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강창민은 비교적 늦게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는데 늦바람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연출님과 같이하면 많이 배우고 귀한 작업을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규현이 조언해줬다. 그걸 듣고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연습에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려고 했다. 뮤지컬은 처음인데 그동안 제가 해왔던 춤과 노래와는 너무 많이 다른 분야이고, 현장의 어느 배우보다도 나은게 없는 신인이다보니 어떻게서든 이분들과 호흡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많이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뮤지컬은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려웠다. 하지만 너무나 멋진 배우, 제작진분들과 함께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어하는 '스윗 스팟'이라는 걸 이 작품을 통해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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