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만에 꿈의 무대 오른 정성화,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스러운 작품”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3 1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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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데뷔 20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노트르담 대성당의 추한 꼽추로 분해 꿈의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 역으로 활약 중인 정성화는 지난 6일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5세기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대주교 ‘프롤로’, 근위 대장 ‘페뷔스’의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로, 약 6년 만에 한국어 무대로 돌아왔다.

 

 

▲ 사진=(주)마스트인터내셔널

 

올해 개막한 여섯 번째 시즌에 처음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 참여하게 된 정성화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사랑스러운 작품이라 칭하며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2009년 부산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봤는데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충격받고,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 스스로 음악을 즐기고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공연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오래토록 꿈꿔왔던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음악의 에너지’를 꼽았다. “프랑스에서는 초연 당시 ‘아름답다(Bell)’라는 넘버가 차트에서 44주 동안 1위 했었다. 그 정도로 대중적이고 사랑받는 음악이었는데, 직접 이 공연을 해보니까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 정성화가 추구하는 연기 노선은 ‘연민의 콰지모도’다. 그는 “콰지모도가 가진 추한 이미지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과 동시에 그 이미지가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처음에 등장한 콰지모도의 흉측한 외모를 보고 놀랐던 관객들이 극장을 나올 때는 사랑해 주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연민의 정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사진=(주)마스트인터내셔널

 

데뷔 20주년을 맞은 베테랑이지만 처음으로 입은 옷에는 항상 어려움이 존재했다. 첫 공연 직후 본 리뷰 중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는 평은 그가 캐릭터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 리뷰를 보고 제가 노래 실력만 뽐내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고, 캐릭터를 다시 연구했다. 몸이 불편하고, 귀가 안들리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조금 어눌한 발음을 적용했고, 등이 불편하기 때문에 최대한 낮은 자세로 무대에 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왼쪽 다리로만 걷는 연습을 했다.”

정성화는 평소에도 관객들의 리뷰를 잘 찾아보는 편에 속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사하는 사람이 메뉴를 내놨을 때 그 메뉴를 손님들이 맛있어 하는지 맛없어 하는지를 꼭 알아야하니까. 객관적인 눈높이를 알 필요가 있다. 제게 충고가 되고, 참고가 될 만한 글들은 배우로서의 발전을 위해서도 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고 있다.”

 

한쪽 다리만을 이용해 오랜 시간 걷고 움직이는 역할은 단단한 체력을 요구했다. 실제로 정성화는 연습 첫날 이후 며칠을 앓아누웠다고 털어놓았다.

“콰지모도의 2막 첫 넘버 ‘성당의 종소리’를 부를 때는 무대를 다 돌아다녀서 끝나고 나면 헉헉거릴 정도로 힘든다. 그런 것에 대비해 근육훈련,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같이 공연하는 댄서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방지하는 법 등을 배웠다. 연습실 분위기가 태릉선수촌 같다.”

 

▲ 사진=(주)마스트인터내셔널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래를 부르는 배우와 춤을 추는 배우가 나뉘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같은 무대에 오르는 댄서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온 정성화는 그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댄서 분들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장면을 소화하고 있다. 옆에서 볼 때 안쓰러우면서도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만 1천 회 넘게 공연한 타이거라는 댄서가 있다. 콰지모도로 300회 연기한 윤형렬씨도 그렇고, 이 작품은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면서 공연하고 있다. 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정성화는 이번 작품에서는 ‘뉴비(Newbie)’이지만, 뮤지컬 ‘영웅’에서는 초연부터 십연까지 함께한 것은 물론, 각색한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아 ‘안중근’ 역의 상징이라 불리는 배우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 1월 KBS ‘열린 음악회’에 출연해 넘버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가창한 정성화의 동영상 댓글에는 ‘일어나 에스메랄다 독립운동 해야지’라는 유머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정성화는 이를 또 하나의 숙제로 받아들였다. 그는 “선입견이라는게 대단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했다. 내 눈높이로 표현한 노래와 관객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구나, 대표작이 있더라도 다른 작품에 출연할 땐 이전 역할을 생각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사진=CJ ENM


영화 ‘영웅’을 통해 뮤지컬 영화의 첫 주연을 맡은 성과를 마무리가 아닌 시작으로 점찍은 정성화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가 잘 되는 날을 꿈꾸며 살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드러냈다.

“아직 한국은 뮤지컬 영화 불모지다. 최근 흥행한 ‘웡카’의 경우처럼 왜 뮤지컬 영화가 외국어일 때는 부담없이 받아들여지고 한국말일 때는 오그라든다고 느껴지는지에 대해 좀 더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관객 피드백도 받아야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한번 뮤지컬 영화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정상급의 배우지만 정성화는 여전히 ‘환호성’과 ‘박수’가 고프다.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중독된 건 환호성과 박수다. 매일 받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2시간 반 동안 공연을 했다는 것에 대한 수고의 의미기도 하고, 연습에 대한 상이기도 하다. 환호성과 박수를 받으면 칭찬받은 느낌이 든다. 이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연습하는거다.”

한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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