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최근 사람을 렌탈하는 일본의 이색 서비스는 다양한 콘텐츠로 접할 수 있어 한국에서도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렌탈 파파’는 렌탈 서비스로 연결된 두 사람이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렌탈 파파’는 렌탈 파파 사업에 종사하는 ‘나카무라’가 미대생 리카를 만나 드로잉 모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사이가 마사카즈와 우츠미 세이코가 주연을 맡았다.
▲ 우츠미 세이코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는 ‘렌탈 파파’를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다. 극 중 '리카’를 연기한 우츠미 세이코와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지난 4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스포츠W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나왔다. 제 작품을 가지고 전주국제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엄 공개 작품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된 게 제 인생에서는 굉장히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영화제의 스태프분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시는 부분이 인상에 남는다”고 영화제 초청 소감을 전했다.
‘렌탈 파파’의 원제의 ‘스키마(スキマ)’는 한국어로 ‘틈새’라는 뜻을 가진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인터뷰 장소 내에 있는 문틈과 창틈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감독은 “영어 제목 ‘Gap Father’의 ‘Gap’도 공백이라는 의미로 전달이 되는데, 이 틈새 또는 공백을 메꿔주는 것이 아버지(나카무라)라는 느낌”이라며 제목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우츠미 세이코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그는 “(한국 영화는) 어떤 작품이 제일 좋은지 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다. 그 중 ‘아저씨’(2010)를 제일 좋아해서 30번 정도 봤다”며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이렇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대를 받아서 어머니의 모국에 방문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무엇보다도 어머니께서 기쁘게 생각하고 계셔서 자랑스럽다. 또, 제가 출연한 영화를 한국분들이 봐주실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크다.”
▲ '렌탈 파파'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그가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한국 영화에서부터 시작했다. 우츠미 세이코는 “원래 영화라는 건 팝콘을 먹으면서 보는 엔터테인먼트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도가니’(2011)라는 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계기로 법이라는 게 생긴 걸 보고 굉장히 많은 감명을 받았다. 영화라는 게 그냥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는 걸 느껴서 나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전했다.
‘렌탈파파’도 현대 사회와 연관되어 있는 작품이지만, 우츠미 세이코는 사회적인 메시지는 물론 픽션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마음이 끌렸다고 전했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인데, 저는 ‘리카’라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리카’의 시선에서 영화를 보지만 이제 ‘나카무라’라는 인물에서도 영화를 해석을 할 수 있다. 이 두 인물이 한 스토리 안에서 교차하게 되는 부분에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극 중 ‘리카’는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웬만한 어른도 견디기 힘든 아픔을 견뎌온 인물로, 다면적인 모습이 특징적이다. 우츠미 세이코는 이러한 ‘리카’라는 인물에 대해 ‘사랑이 고픈 어린아이 상태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리카’는 한창 사랑이 고픈 어릴 때에 부모가 부재하게 되고, 그래서 사랑이 고픈 어린아이 상태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캐릭터다. 가장 받고 싶었던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다 보니 어린아이 시절에 머물러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어른이 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 시절에 멈추어 있는 ‘리카’ ,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어른이 돼야만 하는 ‘리카’가 항상 공존해 있는 캐릭터라고 해석했다.”
▲ '렌탈 파파' 스틸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렌탈 파파’는 우츠미 세이코의 첫 주연작이다. 거의 첫 작품을 준비하는 신인이었기에 캐릭터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한 그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적인 감정을 갖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감독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맡기면서 작품에 임했다. ‘리카’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떻게든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치는 캐릭터였는데, 이런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인 ‘리카’를 연기하려 노력했다.”
호나카 류스케 감독은 빛과 어둠 어딘가에 있는 ‘리카’의 핵심적인 이미지와 어울리는 우츠미 세이코의 프로필 사진을 포착하고 주연 배우로 기용했다. 감독은 캐스팅 당시 본 우츠미 세이코의 프로필 사진을 휴대폰 갤러리에서 직접 꺼내보여주며 설명했다.
“주연 배우를 고르기 위해 프로필을 200명 정도를 봤다. 이 사진을 보면 굉장히 콘트라스트가 대비되는데, 제가 그려내고 싶어 했던 ‘리카’의 빛과 그림자가 대비되는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또, 프로필 속에서는 웃지 못하고 있지만 웃으면 굉장히 예쁜 미소를 보일 것 같았다.”
전체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했을 뿐, 주연 배우를 신뢰하고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한 호나카 류스케 감독의 시나리오는 필수적으로 쳐야 하는 대사만 남겨두고 이외 지문을 빈칸으로 남겨놓는 방법을 선택했다.
“연출을 할 때 특정 지점에 골을 정해놓고 이거를 목표로 연기를 하라고 지시하면 그 골 지점까지밖에 성장을 못하는데, 감독은 이 이상을 봐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본을 통해 연기를 할 때도 특정 지점까지가 아니라 그 이상을 볼 수 있게 됐다.”
▲ 호나카 료스케 감독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극 중 ‘리카’가 ‘나카무라’에게 본인의 심정을 고백하는 롱테이크 씬은 감정이 점차 올라오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 대해서도 우츠미 세이코는 “반은 대본이고 반은 저의 즉흥 대사로 이뤄져있다.”고 밝혔다.
“지금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당시에는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연기에 대한 심각한 고찰이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겁도 안 나고,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연기를 하는 도중에는 ‘리카’로서의 감정을 느끼고 ‘리카’로서 ‘나카무라’와 대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촬영이 끝나고 ‘뭐야? 재밌네?’ 같은 생각을 했고, 그때 그 감정이 신기한 느낌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이처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호나카 류스케 감독은 촬영에 돌입하기 전까지 상대 배우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은 “대본에도 이름을 넣지 않았고, 두 인물이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대기실도 따로 있었다. 처음 들어와서 ‘나카무라’ 역을 맡은 사이가 마사카즈씨가 ‘나카무라라고 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장면이 두 배우의 첫 만남이다. 그 상태에서 40분짜리 원 컷 촬영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츠미 세이코는 “‘나카무라’로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100% ‘나카무라’로서 촬영을 했고, 그런 의미에서 배우인 사이가 마사카즈씨와는 접점이 별로 없었다."며, “(배우로서 연기 조언보다는) 부모 자식 간의 대화 같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렌탈 파파’의 제작 과정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만큼 이번 작품은 신인 배우인 우츠미 세이코에게 큰 자산이 됐다. 그는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촬영 방법이었기 때문에 제게는 그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귀중한 자산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우츠미 세이코가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정해져있지 않다. 그는 “감독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목표를 정해두면 그 목표까지밖에 안 갈 것 같아서 저는 목표를 정해두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오늘만 생각하고 달리는 타입이지만 열정은 항상 갖고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찍은 작품을 갖고 한국에 왔는데, 다음에는 한국의 작품에 출연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츠미 세이코는 이후 ‘렌탈 파파’를 만나게 될 관객에게 인사를 남겼다.
“여러 인물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각자의 시점에서 해석이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채로운 관점에서 봐주시기를 바라고, 다양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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