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던 테니스 천재 ‘타시’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금은 남편 ‘아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연패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트’를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 ‘타시’는 남편의 옛 절친이자 자신의 전 애인 ‘패트릭’를 다시 만나게 된다.
‘챌린저스’는 테니스 코트 밖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끝나지 않은 매치 포인트를 그린 로맨스 영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본즈 앤 올’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젠데이아,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가 주연으로 분했다.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복잡한 관계를 제대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복잡한 상황으로 만드는 인물들’이라는 기본 전제가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라며, “욕망과 통제의 역학관계가 테니스라는 스포츠의 아름다움과 몸놀림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고 전했다.
남편과 전 애인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경쟁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 흥미를 끄는 소재이지만 그만큼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챌린저스’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애정의 방향을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특징적 요소에 빗대 표현함으로써 색다른 감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챌린저스’는 테니스 경기 도중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차용했다.
영화는 아트와 패트릭이 경기를 펼치는 결승전 도중 과거 시점으로 점프해 주니어 선수 시절부터 대학과 프로시절, 현재까지 모든 타임라인을 다룬다. 학창시절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같은 배우가 연기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도록 인물들의 스타일링이 확실하게 구별돼 헷갈리는 일 없이 전개를 따라갈 수 있다.
테니스 경기의 흐름 역시 세 남녀의 이야기를 축약해서 보여준다. 경기의 세트로 분기점을 가르고, 세트 포인트를 통해 타시와의 관계에서 아트와 패트릭이 잡은 승기를 표현했다.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영화가 다루고 있는 삼각관계의 감정은 ‘타시’라는 한 꼭짓점을 향해서만 흐르지 않는다. 12살 때부터 온갖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아트’와 ‘패트릭’의 끈끈한 유대감은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다. 그들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성적 긴장감과 승부욕, 질투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은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로맨스에 입체감을 형성한다.
다만, 세 명의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의 이유를 완벽하게 납득하고 이해하기는 힘들다. 후반부로 들어설 수록 급한 커브를 꺾는 감정선이 대화보다는 눈빛과 스킨십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갑작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극 중 벌어지는 로맨스와 스포츠를 박진감있게 담아낸 촬영 기법도 눈에 띈다. 세 사람이 주고 받는 시선의 랠리를 집요하게 따라 붙는 앵글은 얽히고 섥힌 인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테니스 코트 위에서 튀겨지는 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역동적인 경기 장면은 신선함을 더했다.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또,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을 연상시키는 격동적인 비트는 극 중 전개에 따라 격해지는 인물의 내면과 동기화된다. 이러한 독특한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게끔 하는 효과를 가진 반면, 특정 장면에서는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 명의 배우 모두 호연을 펼쳤지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단연 타시다. 자신의 매력과 두 남자 사이의 관계성을 매개체로 최고의 테니스 경기를 뽑아내고야 마는 타시는 ‘위플래쉬’의 플레처 교수가 연상되기도 한다.
‘타시’를 연기한 젠데이아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매혹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남자를 휘어잡는 알파로서의 모습과, 부상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탁월하게 표현한 그는 지배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가진 카리스마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영화 ‘챌린저스’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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