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타국 내셔널 타이틀 걸린 KLPGA투어 개막전 '대략 난감'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2-12-04 06: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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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KLPGA-SGA 공동 주관으로 개최
2023시즌 KLPGA투어 개막전 겸 싱가포르 내셔날 타이틀 대회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세계 최고의 선수들, KLPGA의 스타들, 그리고 아시아의 미래 챔피언들이 참가하는 싱가포르의 제1회 내셔널 여자 오픈 골프 챔피언십을 놓치지 마세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싱가포르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 6,486야드)에서 개최되는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적혀있는 문구다.  
▲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 티켓 판매 페이지.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투어 개막전임에도 KLPGA 선수나 한글을 찾아볼 수 없다.
 KLPGA투어의 새 시즌을 시작하는 대회의 입장 티켓을 판매하는 페이지였지만 한글은 찾아볼 수 없었고, 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대회 홍보 배너에는 박민지나 김수지, 이소미, 유해란, 이예원 등 현재 KL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 대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아타야 티티쿨(태국), 노예림 등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누군가 이 웹페이지를 본다면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이 KLPGA투어 대회라고 여길 수 있는 구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회 티켓을 판매하는 이 페이지 뿐만 아니라 대회 공식 홈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KLPGA투어 개막전을 홍보하는 사이트임에도 한국 선수에 대한 게시물이나 소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KLPGA투어 개막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대회임에도 한국 선수가 대회를 홍보하는 간판이 되기는 커녕 대회 홍보에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희한한 상황인 셈이다.  
 
이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회가 2023시즌 KLPGA투어 개막전이라고 전하면서 한편으로 싱가포르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치러진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미국의 US 여자오픈이나 우리나라의 한국여자오픈 등 국가별로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그 나라 골프계의 대표성을 갖는 협회가 대회 개최의 주체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US 여자오픈을 주관하는 기관은 LPGA가 아닌 미국골프협회(USGA)이며, 한국여자오픈을 관장하는 기관은 KLPGA가 아닌 대한골프협회(KGA)다.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의 경우 싱가포르골프협회(SGA)와 함께 KLPGA가 공동 주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싱가포르 여자 골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를 한국의 프로협회인 KLPGA가 공동 주관자로 나선 이런 모양새는 싱가포르 여자 골프의 저변 확대라는 대외적인 명분을 감안하더라도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물론 대회의 정체성이 어떻게 됐든지 대회에 참가하는 국내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이번 대회가 초대 대회인 탓에 우승만 하면 거액의 상금을 획득함과 동시에 싱가포르 여자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초대 싱가포르 내셔널 타이틀리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102명(KLPGA 75명, SGA 27명)의 출전 선수 구성을 살펴보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신지애, 전미정을 포함해 한국 선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가능성이나 대회에 걸린 상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대회에서 기록하는 성적이 2023시즌 투어 공식 성적으로 산입되기 때문에 KLPGA 소속 선수들은 상금과 여러 가지 지표에서 모두 내년 국내 개막전을 치르기 전에 일정한 어드밴티지를 가질 수 있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하나금융그룹 입장에서 보자면 상금 110만 싱가포르 달러와 한 개 대회 운영비를 투자해서 한국의 KLPGA와 싱가포르의 SGA에 동시에 생색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남는 장사이고, KLPGA 입장에서도 상금의 절대적인 비율을 한국 선수들에게 안겨주면서 외국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른 실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SGA 입장에서도 이번 대회가 싱가포르의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싱가포르의 골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싱가포르 골프 발전을 위한 실적으로 남길 수 있는 대회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싱가포르 여자 골프 역사에 남을 첫 내셔널 타이틀 대회가 '남의 집 잔치'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떠안아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시즌 개막전을 일본이나 중국에서 치르는 이유는 야구와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를 알림으로써 야구의 저변,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저변을 넓혀 미래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다.  

 

KLPGA투어가 싱가포르에서 새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KLPGA투어의 새 시즌 개막전이 싱가포르의 첫 내셔널 타이틀 대회라는 또 다른 정체성을 갖게되면서 KLPGA와 KLPGA 선수들의 홍보 효과는 반감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스폰서나 협회, 선수 모두 손해 볼 것이 없는 장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싱가포르의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시즌 개막전이라는 수상한 정체의 대회를 바라보는 입장은 '대략 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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