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진표 감독 "박신혜=나의 잔다르크, '나의 세계로 온걸 환영해' 직접 만든 대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1-05 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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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지옥에서 온 판사’가 드리는 불편함은 이 세상에 던지는 저희 전체 제작진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악인을 향한 빛나의 거침없는 처단에 통쾌해하면서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정의가 맞는지 거침없는 그녀를 응원하는 게 맞는 건지까지도 한번쯤은 불편해하면서 의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회 뜨거운 반응을 얻은 '지옥에서 온 판사'는 마지막까지 통쾌하고 짜릿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유족까지 위로했다.

지난 3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연출 박진표 조은지/제작 스튜디오S/ 이하 '지옥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유스티티아 강빛나(박신혜 분)가 지옥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 분)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액션 판타지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메인 포스터/SBS


최종회는 전국 11.9%, 수도권 11.3%, 순간 최고 시청률 14.7%를 기록하며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토요 미니시리즈 1위,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차지했다.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2049 시청률 역시 4.3%로 토요일 방송된 전 채널 모든 프로그램 중 1위에 올랐다. ‘지옥에서 온 판사’가 최종회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각종 1위를 휩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옥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죄인들을 처단, 지옥으로 보내는 스토리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뤄진 교제폭력, 보험살인, 아동학대 등은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들이기에 더욱 시청자를 분노하게 했고 죄인들이 처단됐을 때 느끼는 사이다도 강력하게 만들었다.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SBS 시사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다'PD로 일하다가 영화 '너는 내 운명'(2005), '그놈 목소리'(2007), '용감한 시민'(2023) 등을 연출, 첫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천인공노할 사건인데 '악마가 울고 갈 판결' 이라는 댓글을 보고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박진표 감독은 스포츠W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종영 소감과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제작발표회/SBS


Q. '지옥에서 온 판사'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예상하셨는지? 흥행 소감은?


A. 먼저 저희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이하 ‘지옥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깊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막바지 후반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정말 큰 힘이 되었죠. 많이 든든했습니다.

 

사실 일부로라도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지옥판사’의 주요 배경과 설정인 지옥과 악마의 죄인 처단이라는 세계관, 판타지가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약간은 생경하실 수 있고 한편으론 약간의 항마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옥판사’에 보내주신 시청자들의 열혈 응원과 사랑에 전 스태프와 배우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Q. '지옥판사' 연출에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A. 제가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무래도 작가님의 훌륭한 기획의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였어요. 사실 제가 '지옥판사'의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가 기획의도의 몇 줄이었거든요.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있었던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이길 바란다' 그리고 또 한 줄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 였죠. 이 기획의도를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켜내야 '지옥판사'가 완성될 수 있다 믿었어요. 모든 답은 대본 안에 있으니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기본에 충실했고요.

드라마 내적으로는 뉴스에 등장했거나 등장할 법한 사건들. 살인을 저지른 자와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 처절하게 살아남은 유족들의 아픔,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시작되는 또 다른 재판과 강력한 처단, 그리고 지옥의 세계관. 인간의 몸에 들어간 악마. 사건을 뒤쫓는 형사. 그들의 금지된 사랑. 점점 인간화되는 악마와 흑화되어 가는 형사. 그들의 관계성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코미디. 거기에 악마와 악마의 대결까지. '지옥판사'에는 이렇게 여러 가지 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있는데요, 이 각각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 그들의 톤을 마치 백화점의 멋지게 포장된 종합 선물세트처럼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물 흐르듯 한 톤으로 만들어 내보자 라는 게 처음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방송이 나갈 때까지 제 숙제였고 고민이었고.. 끝까지 노력했죠.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악마 유스티티아(오나라), 바엘(신성록)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지옥의 비주얼과 지옥세계관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vfx와 특수분장, 미술, 소품, 의상, 분장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지옥의 비주얼은 이미 기존의 작품들에서 소비된 느낌은 답습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주 조금이라도요. 그래서 입구에서부터 지옥의 문을 만들어서(로댕의 지옥의 문을 참조)신곡에 등장하는 문구를 넣었죠.("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바엘(신성록 분)의 목소리를 입혔고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신비롭게 맑은 하늘에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빨간 꽃밭이 펼쳐져요. 언제나 꽃길을 걷고 싶은, 인간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욕망을 표현했죠. 그 꽃을 만지는 순간 꽃들이 눈을 뜨고 모든 게 잿더미로 변하면서 땅 밑으로 떨어져요. 지옥의 메인빌딩은 법원인데 현실과 똑같이 존재한다는 느낌으로 구상했어요. 지옥의 사자들이 지키고 있고 현실의 법정과 똑같은 크기의 법정이 존재해요. 지옥의 악마들은 현실세계와 비슷하게 계급이 존재하죠. 그곳에서 지옥 법으로 살인자들을 판결하는 거죠.

현실에서 재판이 끝나고 열리는 악마(빛나)의 재판은 "이제부터 진짜 재판을 시작할게"로 시작해서 "바이알 인페르노(지옥으로!)" 주문을 외우면 빛나의 눈이 보라색으로 변화하면서 단도가 생성되고 처단이 끝나고 죄인(살인자)의 숨이 끊어지면 이마에 게헨나 인장을 찍고 비로소 지옥의 문이 주변에서 생성됩니다. 그리고 영혼이 빨려 들어갑니다.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죠. 문 정면에는 죄인(살인자)의 얼굴이 차례로 박힙니다. 문이 닫히면 재판 끝!

이처럼 처단의 모든 과정이 vfx와 조명효과, 특수효과, 특수분장, 특수소품, 무술, 드론이 어우러져 밤에 이루어집니다. 드라마의 짝수 회차에서 보이는 7번의 처단 시퀀스는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초 긴장 상태에서 집중해 촬영되었죠. 그리곤 ’지판사‘ 청소악마 재현, 동주가 출동해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합니다.

액션은 윤성민, 권태호감독의 책임하에 소품팀이 전력으로 만들어낸(진짜 고생 많았어요) 각종 칼, 창, 활, 총, 망치, 도끼 등을 활용하여 표정과 숨소리, 호흡이 살아있는 액션이라는 콘셉트 하에 리얼하게 연출되었어요. 특히 빛나의 액션은 살아있는 표정에서 시작해서 힘 있는 타격감 위주로 표현했어요.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배자영 처단하는 판사 강빛나

 
 촬영, 프러덕션 디자인, 조명, 녹음, 무술, 미술, 소품, 분장, 의상, 음악, 믹싱, 편집 등의 분야는 워낙 이 분야 최고의 명성을 가진 전문가들이고 창의적이라서 연출의 하위개념이 아닌 파트너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한 분만 빠졌어도 삐걱했을 정도로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주었어요. 제가 그들에게 부탁한 건 딱 한 가지였어요. 연출인 저를 포함해서 최대한 창의적으로 접근하되 배우의 연기나 감정보다 튀지는 말자였어요. 정말 흐뭇한 것은 그들의 노력이 화면에 다 보이고 빠짐없이 들린다는 거예요.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아주 조화롭게요.


특히, 연출의 시각을 갖춘 박성용 촬영감독과 스케일과 디테일의 마왕 김세영 프러덕션 디자이너, 무한한 상상력의 성형주 시각감독(vfx)과는 프리단계부터 끝까지 마치 한 몸처럼(물론 저만의 생각입니다만ㅎ) 움직이면서 연출적인 도움까지 받았어요. 최고의 제작사 스튜디오S의 제작시스템(이옥규CP님의 노하우와 판단력, 윤윤선, 권령아PD의 놀라운 추진력, 조연출을 겸했던 천재 조은지 B팀 감독과 조연출 김창환 주수연)도 아주 큰 역할을 했고요. '지옥판사'의 무사고 종영에 큰 힘이었습니다..

물론 안 물어보셨지만, 굳이 말씀드려 봅니다. 연출인 제가 생각하는 '지옥판사'의 성공(다들 성공이라고 해주시니까) 요인 5가지를 꼽는다면, 1. 훌륭한 의도를 가진 좋은 대본 2. 최고의 제작사와 스태프들 3. 박신혜 4. 모든 배우들의 열연. 5. 음악(전창엽 감독의 게헨나와 선미 OST)입니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Q. '지옥판사'에서 강빛나는 의도적으로 범죄자들에게 가볍게, 엉터리 선고를 내려 그들을 풀어 준 뒤, '진짜 재판'이라 불리는 사적 제재로 직접 처단합니다. 이 '진짜 재판'은 우리나라의 법적 체계를 비판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판결문'에 그런 죄인들의 무거운 죄가 가벼운 형벌로 처리된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현실은 더 지옥이고, 그렇게라도 죄 지은 자들을 벌주고 싶었던 마음이 드라마에 묻어 있지만, 이런 형태는 사적 복수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래서 다들 강빛나 판사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 증거를 지우는 것이겠죠. 혹시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런 괴리감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A. 우리 드라마는 지옥과 지옥법 그리고 지옥의 악마라는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빛나(유스티티아)의 행위도 처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지옥법에 의한 재판과 처단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께서 사적제재나 사적복수, 응징 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사적제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끔씩 우리를 아주 많이 놀라게 만드는 납득되지 않는 판결들 때문일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옥판사'는 법에 대한 불신이나 사적제재 옹호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조금은 다른 혹은 반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드라마죠.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겪는 현실의 고통을 드러내고 보여줌으로써, 사법체계가 피해자에게 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 '지옥판사'가 드리는 불편함은 이 세상에 던지는 저희 전체 제작진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악인을 향한 빛나의 거침없는 처단에 통쾌해하면서도 과연 그것이 진정한 정의가 맞는지 거침없는 그녀를 응원하는 게 맞는 건지까지도 한번쯤은 불편해하면서 의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적제재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작가님과 많은 논의를 했고, 연출을 하면서도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사적제재를 간절히 원할만큼 복잡 다난하기 때문에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죠. 이 복잡 다난한 현실에서 범죄와 피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온 경위나 김소영 경감(김혜화 분) 같은 경찰의 책무를 다하는 캐릭터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했어요. 해소되지 못한 현실의 갈증을 인간이 아닌 악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풀어내려 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문정준(장도하) 처단하는 강빛나

Q. 강빛나 판사는 형을 가볍게 내린 후 그를 지옥으로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죄인이 역지사지로 자신이 행했던 모습으로 벌을 받는 모습은 통쾌했습니다. 이는 마치 범죄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범인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제작진과 작가님의 바람이 묻어난다고 느꼈습니다. 연출 하실 가장 신경 썼던 지점이 궁금합니다.


A. 빛나의 처단방식이 통쾌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은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죄인(살인죄)에게 피해자의 고통을 똑같이 경험시키고 처단한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방식은 우리 조이수 작가님만의 신박하고 독특한 설정인데요. 보라색으로 변한 눈으로 악마를 리얼하게 연기한 박신혜 배우의 환상 연기를 특히 사랑해 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처단 시퀀스 연출을 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은 빛나의 표정과 말투, 심정이었습니다.

2화 문정준을 처단할 때는 악마로서 할 일을 하고 지옥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라는 심정으로 신나게(저나 제작진 심정 아니고요, 캐릭터가요) 하죠. 4화 배자영을 처단할 때도 그저 악마에게 주어진 일일 뿐 비슷한 심정이지만 조금은 분노한 감정(어린아이를 학대했으니까요. 빛나는 인간을 무척 싫어하지만 어린아이들을 좋아하고 믿는답니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6화 양승빈을 처단하면서 빛나가 조금씩 인간화되기 시작하는데요.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된 다온이에 대한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가슴이 아파 오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양승빈에게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8화 최원중을 처단할 때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발전해 인간에 대한 큰 사랑도 느끼게 됩니다. 분노도 커지고요. 이후 누나를 잃은 다온의 아픔에 눈물까지 흘리죠. 14화 마지막 정태규 처단 때는 거의 인간화된 모습과 감정으로 일처리(처단과 뒷정리)를 하게 됩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 고이 모시기까지 하죠. 이건 더 이상 일처리가 아니고 피해자와 유족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이 충만해지면서 신념이 되어버린 거죠.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놀이공원 대관람차에서 처단 당한 최원중(오의식)
 

Q. 처단하는 과정에서 특히 노조위원장을 죽인 최원중을 놀이공원 대관람차 안에서 단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죄인을 단죄할 때 장소 선정에 가장 신경 쓴 지점도 궁금합니다.

A. 처단할 때의 로케이션은 상황에 맞게 이루어졌는데요, 문정준은 주로 집에서 범행했기 때문에 폐가에서 배자영은 자신이 남편 현수를 수장시켜 살해했던 강가에서 양승빈은 본인이 해리성 정체성 장애(다중인격)연기를 했기 때문에 연극무대처럼 소극장에서 꾸며봤고요. 최원중은 원창선을 청부 살해하기 전까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즐겼기 때문에 놀이공원 대관람차에서(본인이 박제한 강아지 미니가 잠든 철장 같아 보이지 않나요?) 처단했고요. 정태규는 주로 살인을 저지른 곳이 집안이었기 때문에 별장으로 설정되었습니다

 

Q. 박신혜-김재영-김인권-김아영을 비롯한 주요 배우들은 물론 특별출연으로 힘을 실어준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외적으로는 고정 주요 등장인물들, 에피소드 인물(특별출연) 포함 40여 명이 넘는 배우들과의 소통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이 가장 중요했고요.

 

박신혜 배우는 앞서 말씀드린 모든 것을 어깨에 지고 돌격한 뒤 맨 앞에서 시청자들과 만나는 우리의 히어로였어요. 맑고 투명한 큰 눈에서 안광이 발하는 중력 같은 배우예요(흔치 않은). 시청자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서 그녀의 세계에서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죠. "나의 세계로 온 걸 환영해"(이 외에도 많지만, 박신혜 배우가 손수 만든 대사랍니다. 포스터에도 메인 카피로 쓰였죠) 다들 이번에 경험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연출인 저 조차도 최후방 모니터에서 디렉팅을 잊은 채 그녀의 연기를 종종 구경하게 되더군요.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그녀는 강빛나였고 유스티티아였지만 제게는 잔 다르크였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왼쪽부터 시계방향) 강빛나(박신혜), 한다온(김재영), 이아롱(김아영), 구만도(김인권) 

김재영 군은 다온역을 맡을 배우를 찾는 과정 중 만난 배우인데..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머리 위로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당시 저의 눈을 똑바로 보지 않고 약간은 수줍어하는 표정이었는데 어?, 귀엽네? 라고 느끼는 순간 눈이 마주쳤어요. 그때 외로운 늑대같이 굉장한 남자다움이 느껴졌어요. 아시다시피 다온이라는 캐릭터는 어릴 때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경찰이 되었는데 악마인 빛나를 의심하고 사랑해야 하는 역할이죠. 나중엔 흑화도 되고요. 얼핏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지만 그 누가 했어도 정말 어려운 역할이죠. 김재영 특유의 긍정과 발랄함을 잃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지켰어요. 아주 성실하게요. 역할 소화도 멋지게 해냈고요. 이제 저도 그의 열혈 팬이 되어 그가 높이 날아오르길 응원합니다.

 

김인권 배우는 전 국민이 좋아하는 만능연기자니까 저는 희로애락이 담긴 그의 얼굴과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고마웠죠. 사랑스럽고 귀여운 악마니까요. 14부 내내 빛나와 아롱에게 구박만 받고 기죽어 살다가 교회에서 절로 옮겨 들어가서 종 치고 있는 장면은 촬영하면서 저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아영 배우는 아주 좋은 눈과 명쾌한 발음을 가진 배우죠. 맑눈광 외에도 선한 눈 살기 있는 눈. 누군가를 추종하는 눈 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좋은 배우입니다. 처음부터 아롱이로 점찍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디션 없이 프러포즈한 배우입니다. 아롱이는 김아영 밖에 없다고. 베나토임을 숨기고 빛나를 추종하는, 그래서 우여곡절이 많은 아롱역을 아주 신박하게 표현해 냈구요. 좋은 배우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그 밖에 힘께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동이고 무한한 영광인 김영옥 선생님. 든든하게 현장을 지켜주신 우리의 남능미 선생님. 카리스마 김홍파 선배님. 작은 역인데도 신나게 현장 분위기 이끌어주신 한상진 배우님. 후반부 시청자들을 울리신 3자매 김재화 김혜화 김승화 배우님. 환상 케미 청소팀 이중옥 하경민 배우님. 황천빌라 박지연. 오한결 배우님. 형사팀 정석용 김지훈 박지훈 배우님. 그리고 후반부 악역의 역사를 쓰신 이규한 배우님. 최동구 배우님. 법원팀의 이규회 이미도 김광규 도은하 동효희 배우님 이가연 배우님. 그리고 작은 인연과 작은 분량임에도 흔쾌히 특별출연하신 악마팀 박호산 오나라 신성록 정하담 윤태하 김상우 배우님. 천사 김현목 배우님. 현장 귀염둥이 막내 양희상 아역배우님. 박명신 선배님 정인기 선배님. 악역을 맡아 정말 많이 맞느라 고생하신 박정연 배우님. 맞다 못해 결국 돌아가신(극중에서) 장도하 임세주 양경원 오의식 최대훈 배우님.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로 분했던 강신일 선배님. 원미원 선배님. 이호진, 설유진, 서우승, 이소윤, 김남진, 이승주, 진성민, 황정윤, 남수현, 김한결 배우님 등. 

이 중에 단 한 분이라도 빠졌으면 삐걱거렸을 거라는 확신이 들 만큼 다들 온몸으로 온 맘으로 열연해 주셨고, 시청자들에 앞서 최전선 가까이서 그들의 연기를 본다는 것 자체가 제겐 특권이자 선물이었고 행운이었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스틸/SBS
강빛나에 의해 처단 당하는 정태규(이규한)

Q. '지옥판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A.13부 빛나의 재판, 정태규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 전 "결국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죽음 같은 삶을 살아온 피해유가족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피해자와 피해유가족이 용서하지 않은 죄는, 법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 빛나와 제작진, 작가, 연출인 저는 결국 이 대사를 하려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고 이 대사와 함께 14부에서 정태규를 처단한 뒤 고인들을 한 분 한 분 모신 장면에서 '지옥판사'를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시청자들께 전하고 싶었어요. 시청자들과 제작진, 빛나,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길 바란 거죠. 그리고 2년 후 우리는 빛나와 함께 그동안의 피해자와 유족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아주 조금씩 한 발자국 내딛으려 힘을 내고 있어요. '지옥판사' 는 그런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더불어 빛나가 장난스럽게 아이들에게 말하던 말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나쁜 사람은 벌 받는 거, 그게 정의야" 이 단순하고 정직한 한마디가 우리 마음속 희망이나 이상, 판타지가 아니고 아주 당연한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길 지판사를 만든 제작진은 바라봅니다. 

추천합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각각의 처단 시퀀스만 떼어서 다시 보시게 되면 빛나의 표정과 말투에 심정이 묻어 나오는 것을 또 한 번 재미있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판 끝! 이라고 말하는 마지막 대사들의 뉘앙스가 다 다르고 표정도 다 다르니까요. 이 모든 시퀀스는 치밀하게 짜인 대본과 박신혜 배우의 분석, 몸을 사리지 않은 괴물 같은 연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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