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늘 남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세계관, 디스토피아를 완성해내는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이 '지옥2'로 돌아왔다. 시즌2는 '지옥1'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부활자'를 중심으로 또 한번 세계관이 확장됐고, 호평 받는 중이다.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이하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시즌1 유아인/시즌2 김성철) 의장과 박정자(김신록)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등극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감독 연상호/넷플릭스 |
2021년 공개된 '지옥1'은 어느 날 기이한 존재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과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인 도시에 대혼란의 시대에 '신의 심판'을 외치는 정진수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말미 고지를 받고 지옥사자로부터 시연을 받은 박정자가 부활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예고했다.
3년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2. 기획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했다. "정진수라는 인물이 시즌1에서는 단죄를 통해서 대중을 바꾸겠다는 소망을 가진 인물이다. 시즌2의 정진수의 지옥, 그가 겪는 과정들이 그의 소망이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정자의 지옥은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려는 소시민으로서, 닿을 수 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닿아버린다. 진정한 그게 박정자가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부활자의 모습이 시즌2의 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정진수와 박정자라는 서로 다른 '지옥'을 경험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시즌1이 부활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엔딩에 나오면서 끝이 났다. 정진수가 부활하면서 시작해서 시즌1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화살촉도 그렇고 이수경(문소리)도. 현실을 살아가는 모습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이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고민해볼 것 같다. 지옥이라는 것이 장르에 기대어서 우리가 살면서 취할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어떤게 맞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생각은 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장르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오랜 시간동안 대화할 수 있는 것을 우화라는 장르로 풀어낸 것 같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메인 포스터/넷플릭스 |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부활한 정진수의 태도다.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지옥에 갇힌 박정자와 달리, 그는 거울을 보는 순간 지옥사자로부터 고통받는다. 이 과정에서 부모에게 버려졌던 어린 시절부터, 전반적인 전사가 그려지며 정진수가 겪은 아픔이 그려졌다. 연상호 감독은 정진수는 '가장 지옥에 떨어진 인물'이라고 했다. "정진수가 시즌1에 예기했던 공포가 인간을 해방시킨다는 논리가 시즌1에서는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시즌2에서는 가능할 것 같았다. 거울 속에 있는 괴물과 그 괴물은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이 정진수가 자신이 원했던 소원, 공포로서 단죄하는 자신의 소원의 끝이 된 것이다. 그런 소망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적극적으로 들어갔다. 박정자는 결국 마지막 아들 하율(배현성)이를 만남으로서 어느 순간에 닿아버린다는 것이다. 그걸 일종의 탈출이라고 생각했다. 박정자는 탈출에 성공했다."
정진수와 박정자가 시연을 받은 후부터 8년간 고지 받은 이들이 늘어나고, 지옥으로 변해버린 현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정진수가 사라진 후 제2의 의장을 선출한 새진리회와 광신도들이 뭉친 화살촉, 그리고 이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부, 인간으로서 정의를 지키려는 소도로 집단이 분열됐다. 정진수가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자신이 만든 것으로 돌파했다면, 시즌2에서는 대통령의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이 그런 시도를 한다.
정진수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자신이 만든 것으로 돌파하려고 하고, 시즌2에서 이수경(문소리)이 그런 시도를 한다. "이수경은 다른 캐릭터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시스템이 의인화 된 캐릭터다. 개인의 목적성보다 시스템 자체다. 전달력 사실적인 느낌도 있어야 한다. 문소리 배우님은 영화제 같은 곳에서 몇번 뵀었다. 그리고 故강수연 선배님 장례식장에서 뵙고 술 한잔 하면서 얘기나눴다. 그때 선배님께 제안을 드렸다. 그 이후 대본을 드렸다. '수연선배가 만들어준 인연이니까 해보자'고 하셨다고 하더라.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 문근영 스틸/넷플릭스 |
광신도 화살촉의 리더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으로는 문근영이 연기했다. 예고편부터 강렬한 분장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바. 박정자의 시연을 본 후 광신 상태가 된 그는 신에게 죄를 용서 받아야 한다며 시연 현장에 뛰어들었다가 손목을 잃기도 했고, 광기 어린 목소리로 화살촉 멤버들의 활동을 강력히 선동했다. 결국 시연장에서 싸늘한 시체가 됐다. 연상호 감독은 "맨 처음에는 '지옥'이라고 하는 작품이 만화로 얘기할 때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해야하나 생각했다. 시즌1은 각 인물들의 이야기로 옴니버스 형식이었다. '지옥' 세계관 중 소시민의 모습 중 하나가 햇살반 선생님 부부 이야기다. 부활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짜다보니, 소시민적인 중심 인물이 들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OTT 작품으로 만난, 특별출연 배우 문근영에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봉준호 감독님과 GV할 때 감독님이 문근영 배우님을 '광물로 치면 땅 안에 매설량이 어마어마한 배우'라고 표현하셨다.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실제 문근영 배우가 연기에 대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에 대한 깊이가 문득문득 보일 가 있다. 더 많은 것을 보고싶은 배우이기도 하다. 대선배님이다. 문근영 배우는 항상 두 가지 연기 안을 제시한다. 제가 선택하면 그 연기를 그대로 하신다. 정말 대가의 연기다. 촬영장이 고요한 느낌이 있다. 임성재 배우는 저랑 장난을 좀 치는 편인데 문근영 배우는 고요하게 있는 느낌이다. 역시 대가는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문근영과 함께 부부로 호흡한 임성재(천세형)에 대한 극찬도 전했다. "임성재 배우는 연기를 엄청 잘한다. 문근영 배우는 거장이다. 작업 순서는 둘의 전사에 나올 소품 촬영부터 시작했다. 데이트했던 장면과 결혼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치킨에 술 한잔 하면서 둘이 얘기를 맞췄던 것 같다. 초반 1화의 연설 장면은 뒤에 찍었다. 박정자의 시연 장면을 보는 것을 촬영한 후 작업했다. 둘이 만들어낸 씬들이 많다. 시연으로 팔을 잃은 지원이 방안에서 연설할 때, 방문 포스트잇 장면은 임성재의 아이디어였다. 둘의 감정들을 밀도를 높이는 것을 상의하면서 순서대로 작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정진수 역 김성철 스틸/넷플릭스 |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으로 대체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시즌2의 정진수를 연기한 김성철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김성철의 확신에 찬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대체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 배우가 김성철이었다. 당시에는 관심이 높아서 조용히 만났다. 일단 에너지가 엄청 좋았다. 김성철만의 매력중의 하나가 확신에 찬 뭔가가 있는 것이다. 거침 없다. 그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쉽지 않은 선택인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존재구나 생각했다. 휼륭하게 감당해낸 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간다고 하지만 그건 좋은 일이다. 호불호라는 것은 들끓는다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뭔가 선보이고 들끓는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예술가들은 그런 존재가 되고싶어한다."
김성철표 정진수는 원작에 가깝다. "배우의 아이덴티티가 많이 반영됐고 저도 요구한 부분이다. 대부분 대중들은 원작이 아닌 시즌1 유아인의 연기를 봤다. 김성철 배우의 플랜은 원작이었다. 원작이 가진 조금 더 신경질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어했다. 관객들에게 김성철 배우를 실루엣부터 천천히 보여줄까 고민을 했는데, 시즌2의 정진수는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다뤄지면서 상당히 나약한 이미지로 시작했다. 박정자도 시즌1과 2가 다른 인물이다. 김성철 배우의 장점은 확신이 있다. 자신이 설게하고 가는 것에 대해 주저함이 없고 확신이 있다. 그런 확신이 좋았다. 비교는 당연한 것이다. 뮤지컬도 더블 캐스팅이 있지 않나. 봉준호 감독님이 김성철 연기에 대해 '양들의 침묵', '한니발'의 조디 포스터를 얘기하셨다. 저도 공감한다."
시즌1에서 송소현, 배영재 부부가 지켜낸 아이 '배재현'. 시즌2에서는 재현이 첫 부활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안겼다. 배재현을 연기한 아역배우는 최근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가족'에서 당차고 귀여운 매력으로 사랑받는 오은서다. 연상호 감독은 "후보가 있었는데 은서는 얼굴을 보니까 비범해보이더라. 배재현은 신비로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테크닉 좋은 아역도 많다. 은서는 테크닉도 좋지만 비범해보인다. 그건 연마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어린시절 김현주 배우와 똑닮았더라. 너무 신기하더라. 은서는 비범해보이는게 강점이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