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최근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역사상 여성 감독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한 가운데, 평단이 주목하는 세 명의 차세대 여성 감독이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 감독 쥐스틴 트리에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추락의 해부’(2023)로 각본상을 거머쥐고 다섯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작가 산드라에 대한 진실 공방을 다루는 영화. 법정, 미디어, 타인에 의해 낱낱이 ‘해부’되는 부부 관계를 보여준다. 작품은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 (왼쪽부터) 쥐스틴 트리에, 그레타 거윅, 알리체 로르바케르 |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빅토리아’, ‘시빌’ 등의 작품에서 전문직 여성을 주인공으로 현대 사회에서 그들의 욕망이 어긋나고 충돌하는 과정을 치밀한 법정 드라마, 복잡미묘한 심리극 등으로 풀어냈다. 특히, 지난 1월 국내 개봉한 ‘추락의 해부’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 밖에 몰랐을 한 부부의 속내를 다각도의 스토리텔링으로 들춰내며 많은 질문거리를 던진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장편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8)를 통해 75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비’(2023)로 큰 성공을 거둬 여성 감독 영화 최초 10억 달러 돌파, 워너 브라더스 역사상 최대 흥행이라는 수식어를 거머쥐고, 타임지가 세상을 바꿀 차세대 리더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레타 거윅의 영화에는 여성이 사회적 규범과 관계 속에서 갈등하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 ‘작은 아씨들’(2019)은 고전의 주제 의식에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대 정신을 얹으며 모범적인 현대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고, ‘바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바비인형이 스스로 전형성을 넘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 최근 여성 영화의 대표격으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출신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은 시골에서 양봉업을 하는 아버지와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 ‘더 원더스’(2014)로 리얼리즘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색깔로 주목받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이어 한 신비로운 ‘바보’가 바라보는 자본주의 계급 현실을 담은 영화 ‘행복한 라짜로’(2018)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잡지 ‘사운드 앤드 사운드’에서 ‘20년 후 가장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칠 신인 감독 20명’에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을 선정하고 “경탄할만한 영화의 기적”이라고 극찬했다. 지난해에는 알폰소 쿠아론과 공동 제작한 디즈니 영화 ‘더 푸필스’로 단편 영화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신작이자 세번째 작품인 영화 ‘키메라’는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도굴꾼 아르투가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를 찾아 헤매는 기묘한 모험을 그렸고, 오는 4월 3일 국내 개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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