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전 세계인에게 아름다운 선율로 치유와 위안을 선물한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 임종 전 그의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20곡의 연주가 피아노와 조명만으로 가득한 무대에서 흐르고, 힘겨운 숨결과 함께 거장이 건네는 아름다운 마지막 인사가 연주된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필름으로, 지난 3월 28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음악 생애를 아우르는 20곡의 연주를 담았다.
▲ 사진=미디어캐슬 |
1978년 데뷔 앨범 [Thousand Knives]를 발매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 인생을 걸어온 류이치 사카모토는 테크노 그룹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부터 팝 앨범, 클래식 작곡, 오페라, 올림픽 시그널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1983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주연과 OST를 맡은 것을 계기로 영화 음악 작곡가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인생에 큰 족적을 남겼다. 해당 영화에 삽입된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당시 제3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마지막 황제’로 아시아인 최초 미국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을 비롯,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어워드 등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음악상을 석권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올해 3월 28일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암 투병으로 몇 년간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힘을 모아 완성한 103분의 연주가 이 영화에 담겼다. 8일 동안 이어진 촬영은 하루 3곡 정도를 2~3번의 테이크를 거쳐 완성했고, 류이치 사카모토는 선곡과 편곡, 녹음, 연주 데이터의 기록 방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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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영화음악으로 익숙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인생을 그리는 만큼 영화에 담긴 20곡의 세트리스트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모든 곡이 피아노 한 대로 연주가 되는 만큼 미리 원곡을 듣고 간다면 새로 편곡된 곡을 감상하며 또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음악에 관련한 부분과 달리 연출적인 부분은 전적으로 제작진이 담당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연출한 감독 소라 네오는 영화제작자, 예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그는 단편 영화 ‘더 치킨’으로 로카르노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한 대의 피아노, 한 명의 연주자가 가득 채우는 103분을 선사한다. 오로지 그의 연주에만 집중한 영화로, 피아노 선율로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콘서트를 스크린을 통해 가까이서 감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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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음악을 담아낸 섬세한 사운드가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피아노 곁에 세워진 수많은 마이크로 심혈을 기울여 녹음한 소리는 콘서트홀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생동감 있다. 특히 피아노의 청명하고도 풍성한 사운드가 돋보이며, 느린 템포에 여백을 남기는 곡이 많은 만큼 건반에서 손을 뗀 후 남는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또, 피아노 건반을 눌러 나오는 음계 외에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숨소리와 페달을 밟을 때 들리는 발소리같이 보편적인 콘서트에서 듣지 못하는 사소한 소리까지 포착돼 연주의 한 부분을 이룬다. 이처럼 청각적 경험의 비중이 큰 영화인 만큼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영화는 흑백화면으로 이뤄져있다. 이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표정과 피부의 질감, 손등에 솟은 핏줄 같은 요소들을 부각해 음악에 몰입한 연주자의 모든 것을 세밀하게 담는다. 음영으로만 표현되는 흑백화면인 만큼 조명이 영상미의 핵심으로 자리한다. 램프, 스포트라이트, LED 라이트, 벌룬 타워라이트 등 다양한 조명으로 예술적인 영상을 완성시켰다.
한편,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오는 27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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