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떠나는 이재영-이다영 자매, 예의 있는 이별의 시간 아직 남았다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9-29 17: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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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의 한 시대를 책임져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학창시절 행했던 동료들에 대한 지속적인 폭력 행위가 밝혀지면서 사실상 국내 배구계에서 퇴출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우여곡절 끝에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28일 대한민국배구협회와 이들 자매가 계약한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구단에 공문을 보내 ITC 승인 절차를 설명했다. FIVB는 먼저 대한배구협회가 ITC 승인 수수료 성격의 돈을 받을 수 있도록 PAOK 구단에 은행 계좌번호를 중유럽 일광절약시간제 기준 29일 정오(한국시간 29일 오후 7시)까지 보내라고 적시했다. 배구협회가 이들 자매에 대한 ITC 발급 불가 방침을 천명했지만 FIVB가 직권으로 이들에 대한 ITC 발급을 결정함으로써 이재영과 이다영은 그리스에서 취업 비자를 받을 길이 열렸고, 그리스 리그에서 프로배구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의 학교 폭력 내용이 폭로된 직후 사과와 함께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가 했던 쌍둥이 자매는 물밑에서 학폭 관련 폭로 당사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들 자매가 그리스 구단에서 받을 연봉은 한국에서 뛸 때와 비교할 때 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대 중반 인생에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배구를 지구상 어디에서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바탕이 된 선택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이재영과 이다영 그 어느 누구도 자신들을 사랑했던, 그리고 현재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팬들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사과나 입장 표명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갈 때 가더라도 사과와 화해의 과정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지만 쌍둥이 자매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아무 말 없이 그리스로 떠난다면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한국 배구와 영원한 결별을 선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국과도 기약 없는 이별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배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거나 국내 리그에서 프로 선수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히 막히는 것이고, 자연인으로서도 고국의 거리를 활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들이 그리스와 한국 오가는 것을 막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들 자매가 국내에 입국하는 순간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에 머무는 시간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악의 이별만은 피했어야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최악의 이별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아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수 생활을 외국에서 모두 마친 다음 국내로 돌아오면 자신들을 둘러싼 모든 논란들은 시간이 해결해 놨을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한때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던 배구 스타라면 더더욱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나 10년 후나 이재영 이다영 자매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고, 지금 이대로 출국 비행기에 오른 이후 침묵의 시간을 이어간다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줄어들다 급기야는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 사진: 이다영 인스타그램
 그리스 리그의 일정상 이들 자매는 오는 10월 9일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때까지는 아직 열흘 가량의 시간이 남았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물론 쌍둥이 자매의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분한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리스로 떠나기 전 팬들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피해자들과 화해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말이다.  비록 최악의 이별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이별의 순간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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