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파과’ 노년의 여성 킬러 내세운 대담하고 도전적인 누아르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1 13: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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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아버지를 죽이고 “잊어버려”라는 말과 붉은 향기만 남긴 채 사라진 살인자, 그 치밀하고 냉철한 존재에 매료된 ‘투우’는 언젠가 그의 심장에 칼을 꽂고 말겠다고 다짐한다. 

 

20년 후, 투우의 기억보다 더 노쇠한 모습의 살인자 65세의 ‘조각’은 40여 년간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아왔지만 나이가 들면서 퇴물 취급을 받고, 오랜 시간 삶의 희로애락을 외면하고 살아온 그에게는 어느새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 사진=PAGE1


뮤지컬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로, ‘곤 투모로우’,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등을 선보인 제작사 PAGE1의 4년 만의 초연 신작이다. 창작진으로는 이지나 연출, 이나영 작곡가 등이 참여했다.

2013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설정의 주인공 ‘조각’을 바탕으로 한 여성 서사로, 노화로 표상되는 ‘빛나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찰나의 시선을 담았다. 세월의 흐름 속 자신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 조각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쫓는 것과 동시에 조각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투우’, 변화의 발단이 되는 ‘강박사’ 등과의 관계를 그린다.

작품은 ‘부서진 과일’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노화라는 이름의 상실과, 그로 인한 다면적인 변화를 받아들이는 ‘조각’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의 주인공인 ‘조각’ 뿐만 아니라 ‘투우’를 비롯한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사랑과 동경, 증오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인물 간의 관계성이 부각된다.

 

 

▲ 사진=PAGE1

 

‘조각’이 킬러 업계에 입문할 때의 나이인 15세부터 ‘투우’를 마주하게 되는 65세까지의 폭 넓은 타임라인은 ‘어린 조각’ 역을 도입해 회상 형식으로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조각’과 노년의 ‘조각’이 각각 애틋한 감정을 지닌 ‘류’와 ‘강 박사’ 역에 1인 2역으로 같은 배우를 캐스팅 해 두 개의 타임라인에 통일성을 부여한 것도 무대로 각색을 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새로운 연출이다.

 

‘파과’는 뮤지컬로서는 흔치 않은 누아르라는 장르를 내세웠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3층 구조의 철제 무대는 장르와 어울리는 삭막한 도시를 표현했다. 

작품의 시그니처는 액션이다. 춤으로 순화시키지 않고 제대로 합을 맞추는 무술에 도전한 작품은 칼, 총, 스카프와 같은 소품을 활용한 전투부터 단 둘이서 펼치는 맨손 격투, 앙상블을 활용한 단체 전투 등 여러 구성으로 이루어진 긴 호흡의 액션신을 라이브로 무대에서 선보인다. 이는 노년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작품인 만큼 신선하게 다가오는 요소다.

 

 

▲ 사진=PAGE1

도전적인 작품인 만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점도 여럿 보인다. 극 중 자주 등장하는 건조한 내레이션은 대부분 노래와 대사로 서사를 전달하는 보편적인 뮤지컬 형식과는 거리가 있다. 내레이션은 배우가 직접 대사를 치는 것이 아닌, 녹음된 음성이 송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가 직접 육성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관객은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살인이 난무하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내내 어두운 흐름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다양한 분위기의 넘버가 배치됐다. 특히 경쾌한 템포의 밝은 음악이 1막에 포진되어 있는데, 희망찬 음률과 잔인한 상황의 이질감으로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만 그 정도가 과한 장면은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와 어긋나게 느껴지기도 한다.

60대 여성 킬러로 분한 구원영은 ‘조각’ 그 자체가 돼 무대에 올랐다. 무뚝뚝하고 버석한 노년의 ‘조각’에게서 피어나기 시작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연기만으로 인물에 서사를 부여하고, 쓸쓸하고 공허한 감정을 전하는데 무게를 둔 서정적인 넘버를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한편, 뮤지컬 ‘파과’는 오는 5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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