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나와 일상에서 소통하는 AI(인공지능). 감정도 느끼고 생각도 하는 AI는 과연 로봇일까.
수지, 박보검, 탕웨이, 정유미, 최우식까지. 배우들의 비주얼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원더랜드'. 하지만 이들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에서 가장 차가운, 인간의 이기심이 느껴진다. '원더랜드'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지만 AI에 대한 질문을 던져, 한순간 소름이 끼친다.
▲6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랜드'/㈜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내 곁을 떠나간 가족이 그립고, 사정상 함께 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AI로 라도 곁에 두는, 산 사람을 위한 시스템인 셈이다.
'원더랜드' 서비스는 사망했거나, 사망에 준하는 상태가 된 사람들만 신청할 수 있다. 절대 AI와 산 사람이 얼굴을 마주해서는 안되며, AI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서로 볼 수 있지만, 만질 수 없다. 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온기를 전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영화는 자신의 모친과 어린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바이리(탕웨이), 의식불명인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복원시킨 정인(수지), 어릴 때 양친을 잃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 복원해 성장해 온 해리(정유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누구나 겪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설정에 간절함으로 '꿈의 서비스'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네 사람 외에도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케이스도 등장한다. 사망하는 순간부터 서비스를 장례식장에 이용한 덕에 문상 온 조문객도, 가족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연출 돼 신선함을 더한다.
그러나 정인과 태주의 경우는 다르다. 태주가 의식을 되찾고 정인의 곁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오류는 시작된다. 정인은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듯한 태주보다, AI 태주에 기대는 모습이 그려지며 과연 원더랜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맞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바이리의 경우 어린 딸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을 보러 오라고 눈물을 쏟아내는 아이의 허전함만 더 커지고, 이를 보는 바이리의 모친도 속이 상한다. 해리 또한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함께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혼자라는 씁쓸한 기분이 여운을 남긴다.
실제 최근 오래 전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보낸 딸과 AI 시스템을 통해 만난 모친의 '너를 만났다'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원더랜드라는 AI 시스템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어필한다.
반면, 극 중 원더랜드 수석 플래너 해리와 신입 플래서 현수(최우식)도 AI 구성을 위해 해당 인물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다. 그렇게 정보가 입력돼 탄생 된 AI는 사람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표출한다. 이러한 AI가 쓸모가 없어진 순간에는 소멸의 단계에 이른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 놓고 쓸모가 다한 순간 인간에 준하는 AI를 소멸시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생각하게 만든다.
이처럼 '원더랜드'는 누구보다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끝을 맺기에 더욱 잔인하게 다가온다. 오히려 '원더랜드'에서 가장 따스한 것은 사람도 이야기도 아닌 AI 성준(공유)이라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 '감성장인' 김태용 감독이 던지는 마음을 울리는 AI 화두가 궁금하다면 '원더랜드'를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
개봉은 6월 5일, 러닝타임은 113분, 12세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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