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인터뷰]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감독 "한국도 공감할까 궁금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07 13: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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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안토넬라 수다사시 푸르니스 감독이 자신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65세 이상부터 90대까지의 2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모은 이야기를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우 솔 카르바요의 집을 배경으로,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과거와 현재로, 시간을 넘나드는 연출이 특징이다.


영화는 2024 베를린 파노라마 관객상을 수상에 이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10월 4일, 6일, 7일까지 총 3번 상영, 두번의 GV를 마쳤다. 부산을 찾은 감독이자 각본을 맡은 안토넬라 수다사시 푸르니스와 스포츠W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부문 초청작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감독 안토넬라 수다사시 푸르니스(Antonella SUDASASSI FURNISS) 코스타리카 출생의 작가이자 감독, 프로듀서. '오미가스'(2019)로 장편 데뷔했으며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중미 영화 최초로 고야상 후보에 올랐으며, 65개 이상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15개의 상을 받았다.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2024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 수상작이다.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솔 카르바요의 연기를 중심으로, 세 여성의 목소리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70대 여성이 주인공이 된 이유가 궁금했다. "나의 할머니와 대화를 시작하면서 영화도 시작하게 됐다. 우리 할머니는 기억에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0여명 정도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65세 이상부터 90대까지 어른들로부터 그들이 살아온 반증을 들었다. 하지만 모두 얼굴을 드러내며 촬영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야기는 갖고 있었지만, 촬영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고민 끝에 하나로 엮어서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개인사는 다 담지 못했지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들이 담겼다."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70대 할머니가 등장하지만, 그의 삶 속에서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출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배우 솔 카르바요는 샤워 씬을 통해 노출까지 감행해야 했다. 감독은 솔 카르바요에 고마움을 전했다. "캐스팅을 비공개 오디션으로 진행했다. 원하는 나이대가 있었지만, 다들 노출을 꺼려했다. 그러던 중 솔 카르바요를 만났을 때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몸으로서 주변의 것들을 감각하는 방식들이 좋았다. 전문 배우는 아닌, 발레리나 출신이다. 그래서 몸으로 다양하게 표현하실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감독은 "연기한 솔 카르바요의 개인사는 영화 속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도 영화를 찍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도 살아오면서 상처가 있었을테니까. 치유의 시간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BIFF 인터뷰]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감독 "한국도 공감할까 궁금했다"/영화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스틸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는 3명으로 추측된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따라 카메라의 빠른 전환되며, 집 한켠이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장소로 변한다. 하지만 실제 나오는 목소리는 8개다. "실제 등장하는 목소리는 총 8개다. 3명의 화자가 말하는 내용이 주가 되기 때문에 3명으로 느낄 수 있다. 나이대는 65세 할머니와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97세로 실제 내 할머니다."

감독이 20여명의 장년기 여성들과 나눈 대화 속 공통점은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랐으며, 여성들이 억압된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감정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여성으로서 첫 변화를 느끼는 첫 월경 시기부터 첫 키스, 첫 강간을 당했던 상처, 첫 출산등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는 특별한 의도 없는 보편적인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 "이야기를 나눌 때 특별히 억압받은 이야기를 원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기에 성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물어봤을 뿐이다. 대부분의 여성의 성이 억압된 상황이라서 그들의 이야기에 억압된 이야기가 들어간 것 뿐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와 나눌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다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할머니들의 삶은 어땠을까. 자라면서 성을 즐겼을까. 임신은 본인의 결정이었을까. 저희 외할머니는 11번을 임신했다. 마지막 아이에는 폐경기에 아이를 얻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뿐이지 특별히 어느 부분에 대한 의도는 없다. 사회 분위기 자체가 억악된 분위기였다. 결혼하면 이혼이 옵션에도 없었던 시대다. 그게 결혼이 별로일지라도 여성의 역할은 아이를 낳는 것이다.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대였다. 그 중에서는 원치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또 감독은 "이번에 영화를 촬영할 때 시퀀스 샷을 많이 찍었다. 전체 팀이 안무 짜듯이 촬영했어야 했다. 한쪽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팀과 다른 팀은 다른 시기를 보여주기 위해 바쁘게 협업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이다. 굉장히 제 마음에도 깊이 감동을 준 것 같다. 여성은 자라면서 많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6분에 걸친 롱샷이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하면서 죄책감 이야기 하는 장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BIFF 인터뷰]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감독 "한국도 공감할까 궁금했다"/영화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스틸
 

반면, 영화 속 현실에서 과거의 아픔이나 상처를 떠올리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그런 억압이 해소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그분들은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하셨다. 지금이 내 인생의 황혼기라고. 얘기하면서 스스로 깨달으셨던 것 같다.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보람차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어렵게 살았지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와 같이 지낼 지를 선택하는 삶을 살고 계신다. 그 자유를 영화에 담았다."

엔딩이야말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기자의 눈에는 여러명의 장년기 여성들이 등장, 마치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부터 성장 과정을 조금씩 담아내며 마침내 백발의 할머니에 도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장년기 여성들이 다 실제 인터뷰이들이다. 해석은 자유롭지만, 엔딩 장면들은 여성 예술자들이 그린 회화에 대한 오마주다.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지만, 여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예술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중에 여류 여성 화가들의 그림에 영감을 얻었다. 제가 알고 싶었던 점은 여성 화가들이 여성의 누드를 어떻게 다루는지였다. 그래서 여류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게 됐다. 그리고 실제 영화에 접목시킨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여성이 감독의 할머니다. 감독은 "나의 할머니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할머니가 영화를 보시긴 하셨지만, 여전히 기억이 온전하지 못하다. 아름답다고 말씀하셨지만 전체적으로 잘 이해하셨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BIFF 인터뷰]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감독 "한국도 공감할까 궁금했다"/영화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 스틸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코스타리카라는 한정적인 국가의 20여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됐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렇게 어려움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위대함과 강인함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듯하다. 감독에게 여성의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이 여성으로서 느낀 첫 느낌이 궁금했다. "나는 여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여자 형제가 둘 있다. 그들은 네일 받고 화장 하는 것 좋아하고 바비인형 좋아하는 친구지만 저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저는 그게 여성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라고 하면, 뭔가 좀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먼 길을 가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뭔가를 성취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더 잘 해야하는 사람들이 여성으로 다가왔다. 나 스스로는 여성으로 인지하기보다 주로 사람으로 인지했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를 사람으로 인식해야 한다. 저는 그 말에 공감한다."

감독은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은 장년기에 있는 한 여성의 얘기로, 70대 여성은 남편이 아닌 애인을 찾고 있다. 오랜 세월 타인의 욕망에 부응해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녀의 기억만큼 광활한 집에서 우리 과거의 꿈과 악몽을 발견하고, 생명과 기쁨, 자유로 가득 찬 현재를 만난다."

부산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타오르는 몸의 기억들'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할까.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국에서 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여성이 스스로를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도 똑같을까 궁금했다. 얼마나 공감할까 호기심이 생겼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나이 든 여성에게 대화를 요청하고, 그들을 탐구할 수 있길 바라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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