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고민 → JLPGA 한국인 상금 1위...87년생 황아름의 통쾌한 반전 드라마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2-07-13 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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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아름(사진: 게티이미지/JLPGA 공식 소셜미디어)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34세의 베테랑 황아름(KLPGA 등록명: 황아름2)을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스포츠W 사무실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황아름은 오는 14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양주시 소재의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 / 6,539야드)에서 개최되는 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총상금 8억원)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황아름과의 만남은 그가 JLPGA투어 복귀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전 얼굴을 본 이후 약 11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자신의 주무대인 JLPGA투어 일정이 한창인 시기에 그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를 뛰어보겠다고 입국한 배경도 궁금했고, 지난해 하반기 JLPGA 투어에 복귀해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선수가 올 시즌 들어 두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5차례 톱10을 기록하며 J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 가운데 시즌 상금 순위에서 가장 높은 곳(12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던 것인지도 궁금했다.  2009년 JLPGA투어에 데뷔, 2019년까지 5승을 거둔 황아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시즌과 2021시즌이 통합해 치러진 지난 시즌 JLPGA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상금랭킹 86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가 퀄리파잉 테스트(QT)에서 6위에 오르며 올해 전반기 대회 출전 시드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황아름은 심각하게 현역 은퇴를 고민했다.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적도 문제였지만 일본 땅에서 어쩔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일본)서 못 버티겠는 거예요. 일본이 싫은 것도 아닌데 한 주 한 주가 너무 힘든 거예요. 그래서 작년에 몸이 그렇게 안 좋아도 계속 매주 시합을 나갔어요. 시합을 안 하고 일주일을 버틸 자신이 없었어요"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접는다는 말은 곧 선수 생활 자체를 접는다는 말이 됐다. 황아름은 지난해 말 일본 땅에서 그걸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일본에서 얻은 2022시즌 상반기 출전권을 가지고 투어 개막전을 맞았다.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일단 상반기만 뛰어 보자'는 의미였다. 마음 한 켠에는 '그만두는 것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도 자리잡고 있었다.  

"제 모토가 '후회없는 일을 하자'에요. '여기서 포기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내가 여기서 한 걸음만, 한 번 더 해보자'는 거죠. 그러면 여기서 내가 그만둬도 후회를 안 할 것 같은 생각인 거에요. 잘못해서 한 후회는 다음에 안 하면 돼요 근데 '그거 한 번 해볼 걸' 했던 후회는요 그 후에 평생 묶여서 앞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근데 그 시간은 어차피 돌아오지 않거든요."

 

▲ 지난해 스포츠W '내 골프백을 공개합니다'에 출연한 황아름(사진: 스포츠W)
 자기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나 이해관계인 등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 없이 오로자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떤 결정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상황이 황아름에게는 마지막 한 걸을 뗄 수 있었던 발판이 됐던 셈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골프에 대한, 그리고 골프 선수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애정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또 하나의 힘이었다.  "제가 느낀 건데 저는 골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골프가 아니라 시합을 뛰어서 그걸 즐기는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맞이한 2022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토너먼트. 황아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준우승을 이뤄냈다.  사실 대회 막판까지 2위 그룹에 5~7타를 앞선 선두를 유지하다 스스로 실수를 범하면서 우승을 놓쳤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불과 3~4개월 전 현역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퍼포먼스였다.  "그 시합을 하면서 저 스스로 그렇게 긴장되는 골프를 칠 수 있는 자체가 너무 즐거운 거예요. 긴장돼서 좀 지치고 힘들었지만 한 타 한 타 우승권에서 정말 손을 '달달' 떨면서 치는 골프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황아름은 개막전 준우승 당시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부활시킨 원동력을 '기본'이라고 짚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황아름은 이날 만남에서도 J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힌 나머지 골프의 '기본'을 잊은채 승리를 위한 '비법'을 찾는데만 몰두했던 것이 지난해 경험한 부진의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황아름은 개막전 준우승 이후에도 한 달 가량 상위권 순위에 오르지 못하는 소강상태가 있었다. 이때도 역시 더 좋은 성적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기본을 잠시 등한시 했다는 것이 황아름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소강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빨리 깨닫고 문제 해결에 나선 황아름에게 운까지 따라줬다.  5월 브리지스톤 레이디스 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오른 데 이어 6월 미야자토 아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골프 토너먼트에서 공동 8위에 오른 황아름은 2주 후 열린 시즌 최대 상금의 어스 몬다민 컵(총상금 3억엔)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3일 막을 내린 시세이도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대회 마지막 날 무려 8타를 줄이는 코스 레코드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 황아름(사진: JLPGA 공식 소셜미디어 캡쳐)
 그 결과 황아름은 시즌 누적 상금이 4천만 엔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시즌 상금 순위에서 현재 J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17개 대회에서 5차례 톱10에 집입한 황아름은 공교롭게도 비교적 상금이 많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상대적으로 상금 순위에서 큰 이득을 봤다.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상반기 출전 시드를 가지고 출발한 황아름은 사실상 하반기 거의 모든 JLPGA투어 대회에 대한 출전 자격을 확보한 상황이다.  황아름은 지금 심리 상태를 한 마디로  "성격이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JLPGA투어에서 안정을 찾은 황아름은 지난 달 KLPGA투어의 문을 두드렸고,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출전 선수 명단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다.  만 34세의 나이에 KLPGA 정규 투어 무대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   아마추어 시절 5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약했던 황아름은 2006년 19세(1987년 10월생)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2008년 JLPGA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뒀고 시드전 수석으로 JLPGA 정규 투어에 입성했다.   

'아시아의 별' 가수 보아가 활동하던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황아름을 JLPGA투어로 이끌었고, 프로골퍼로서의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하게 됐던 것.  

 KLPGA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JLPGA 투어 개막이 늦어지던 지난 2020년 점프투어(3부 투어)를 통해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1부 투어인 정규 투어 대회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가 이제 일본 가서 오래 있었긴 하지만 그래도 내 나라 내 땅에서 시합을 좀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막상 KLPGA투어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내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선 통과부터가 쉽지 않은 과제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들로부터 대회 마지막 날 갤러리로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대화 도중에도 황아름의 입에서는 "예선통과는 해야 하는데"라는 말이 연신 터져나왔다. 

 

하지만 프로 골퍼가 된 이후 처음으로 고국의 1부 투어 무대에 선다는 기대감이 표정 곳곳에서 뚝뚝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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