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맷값 폭행' 최철원 아이스하키협회장 당선 논란, 불편하지만 반가운 이유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12-30 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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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대한아이스하키 신임 회장을 뽑는 선거에서 이른바 '맷값 폭행'의 가해 당사자인 마이트앤메인(M&M) 최철원 대표가 압도적인 득표와 함께 당선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 대표가 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출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의 임원 취임을 막는 아이스하키협회 선거관리 규정을 근거로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선거에서 당선되자 이번에는 국회에서 반사회적 범죄행위자의 체육단체 회장 취임을 막는 이른바 ‘최철원 금지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최 대표의 양심이나 염치는 애당초 기대할 바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를 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판으로 끌어들이고, 입후보 과정에서 그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회장 후보로 받아줬을 뿐만 아니라 선거에서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아이스하키인들의 후안무치와 윤리불감증은 조소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영화 '베테랑'의 소재로 쓰였을 만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맷값 폭행' 사건은 사건의 실제 주인공이자 가해 당사자인 최 대표가 2심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교도소행을 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삼 사람들에게 허탈함을 안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편으로 최 대표가 비록 감옥에 갇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얼굴을 들고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대표가 버젓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경기 단체장 선거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걸고 출마했고, 선거에서 여유있게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새삼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이 참으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줄기차게 스포츠계 폭력 추방을 부르짖었던 대한체육회의 개혁의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고는 하나 그가 정상적으로 회장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거쳐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최 대표의 아이스하키협회장 취임 인준을 거부한다면 아이스하키협회의 새 회장 선임 문제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 대표가 저지른 이른바 '맷값 폭행'이 이미 사법적 판단을 받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그에게 영원한 주홍글씨를 새기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맷값 폭행'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기억할 필요가 있고 추방시켜야 할 성격의 비윤리적이고 반인권적인 행동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공감을 얻기 어려운 이야기다. 

이 사안이 '공소시효'나 '소멸시효'와 같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는 그는 단 한 번도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법정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군대에서 맞은 빠따 정도라고 생각하고, 훈육 개념으로 때렸다"는 궤변만 남겼을 뿐이다. 

최 대표의 재력에 자존심을 팔아버리고 사회적으로 크나큰 물의를 일으킨 그의 행동에 애써 눈감은 아이스하키협회와 아이스하키인들의 잘못된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이제 대한체육회 뿐이다. 

대한체육회는 그 동안 스포츠계 개혁과 관련, 정부와 여러 가지 정책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왔지만 스포츠 인권 보호와 폭력 추방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이견이 없었다. 최 대표의 아이스하키협회장 인준 문제는 인권 중시와 폭력 추방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를 둘러싼 논란이 불편하지만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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