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FIBA |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 랭킹 3위 스페인에 완패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세계 랭킹 19위에 올라 있는 한국은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에 46-83으로 졌다. 이날 한국은 전반 2쿼터까지 스페인에게 18점 차로 크게 밀렸고, 후반전에는 벤치 멤버들이 고루 기용되면서 오는 8일 영국(세계 랭킹 18위)과의 경기에 대비한 컨디션을 조율하는 듯한 경기를 펼쳤다. 팀의 기둥인 센터 박지수 역시 경기의 절반 정도 수준인 22분34초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한국은 이제 영국과의 2차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은 도쿄올림픽 본선행에 8부 능선을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1차전에서 B조 최강 스페인에게 패한 반면, 영국은 도쿄올림픽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팀 가운데 한 팀인 중국에게 10점 차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만약 영국에게 이긴다면 영국은 2패를 안고 스페인과의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므로 스페인이 일부러 져주는 경기를 하지 않는 이상 영국이 도쿄행 티켓을 따내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이번 대회에서 조 3위까지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같은 조의 3팀 가운데 한 팀만 제치면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는 한국 입장에서 영국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한국은 최소한 올림픽 티켓 획득 커트라인인 조 3위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영국이 중국에 패했다고 해도 결코 만만한 팀은 아니다.
지난해 유럽선수권에서 4위에 오른 영국은 세계 랭킹에서도 한국보다 한 계단 위에 있고, 팀 내에 태미 페그벤리(미네소타), 칼리 새뮤얼슨, 크리스틴 아니그웨(이상 댈러스) 등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세 명이나 포진하고 있다.
높이 면에서는 평균신장 182cm로 한국보다 2cm 크지만 평균신장이 186cm에 달했던 중국을 지난 1차 예선에서 제압했던 한국 대표팀의 입장에서 영국은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높이의 팀이다. 특히 영국의 주전 센터인 페그벤리의 신장은 193cm로 박지수보다 5~6cm 정도 작다.
중국전에서 32분 14초간 뛰며 양팀 통틀어 최다인 26점에 5어시스트, 4스틸과 리바운드와 블록슛도 2개씩 기록하는 등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지만 박지수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중국의 센터진을 상대로 한 기록이다.
▲박지수(사진: AFP=연합뉴스) |
페그벤리가 WNBA에서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도 아니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 무대에서 이런저런 스타일의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쳐온 박지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상대할 수 있는 선수다.
한국 대표팀의 이문규 감독도 이같은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이 감독은 스페인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영국 14번 선수(패그벤리)가 중국을 상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중국 센터들이 체격 조건은 좋아도 느린 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박)지수는 키도 있고, 블록슛 능력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대표팀이 영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높이 보다는 그외 포지션에서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는 것. 특히 스페인전에서도 드러났듯 턴오버를 줄이고, 야투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을 준비해 왔던 한국 여자농구는 이제 8일에 있을 영국과의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에 패한다고 해도 남은 중국전을 통해 기적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영국을 잡는 것이 도쿄로 가는 가장 깔끔하면서도 안전한 루트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