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 늦바람 김정진, '이친자-정숙한 세일즈'로 효자 등극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0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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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남들보다 뒤늦게 경험한 것에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을 늦바람이라 한다. 신인배우 김정진의 늦바람은 이를 보상하듯 거세다. 드럼으로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입학했지만, 전역 후 무려 4수 끝에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마침내 배우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22년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로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마친 김정진은 2023년 '모범택시2',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JTBC '정숙한 세일즈'까지 쉴 틈 없이 필모를 쌓고 있다. 남다른 피지컬과 강렬한 인상으로 주말극장을 섭렵한 김정진을 스포츠W가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영민-JTBC '정숙한 세일즈' 엄대근 역의 신예 김정진/크리컴퍼니
 

지난 15일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가 종영했다. '이친자' 최종회에서는 살인사건 진범이 김성희(최유화 분)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장태수(한석규 분), 장하빈(채원빈 분) 부녀의 용서와 화해 엔딩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김정진은 '이친자'에서 가출팸 리더 최영민을 연기, 안방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최영민은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가출팸 아이들의 입단속을 위해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김성희와 미래를 꿈꿨지만 결국은 뒷통수를 맞은 인물이다.

'이친자'의 연출을 맡은 송연화 감독은 신예 김정진에게 처음부터 '최영민 역'을 제안했다. "감독님과 먼저 만나서 대화를 나눴어요. 대화를 나눈 후 보통의 오디션과는 달리 감독님께서 먼저 '난 너랑 하고 싶은데 넌 어때?'라고 하셨어요. 좋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 신인이라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감독님과 같이 하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하고 싶어요.'라고 했었죠."

'이친자'는 한석규가 가장 먼저 캐스팅돼 있었다. 김정진은 대본 리딩날 대선배 한석규를 처음 만났다. "동경했던 분과 연기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하면서 바라봤는데 주의깊게 경청해주시는 느낌이었다. 웃으셨던 기억이 있어요.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신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울컥하고 벅찼죠."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영민 역의 신예 김정진/MBC
 

한석규와의 첫 촬영 두 달 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선배님과 리허설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 전에 긴장했던 것들이 다 평온해져요(웃음).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들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에요. 정말 따스함이 느껴졌어요. 편안함이 부담감을 잡아먹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대명사 한석규는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도한다. 김정진은 한석규와 취조실 씬을 촬영했다.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에 취조실 씬 대본만 6~70번을 봤을 정도다. 하지만 본방을 보고나서는 아쉬움만 남았다. 김정진은 한석규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최영민'이 아닌 '김정진'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선배님 눈빛이나 에너지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원래는 영민이로 반항하는 눈빛을 보여야하는데 김정진으로서 감상하는 순간이 잠깐 있었어요. 그때 정말 카리스마에 압도당했어요. 사실 저는 대본에 충실하고 싶었거든요. 다른 변칙적인 것들을 하기 보다 클래식하게 하고 싶었어요. 대본대로 하다보니 선배님이 대본 밖의 것들을 같이 찾아주셨어요. 제가 그런 것들을 가져갔다면 씬을 만드는데, 화합하는데 있어서 방향성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어 17일 종영한 JTBC 주말극 '정숙한 세일즈'에서 김정진은 엄대근을 연기했다. 대근은 지방대학 입학 후 약국에서 근무 중이다. 온가족의 실망을 한 몸에 받는, 자존감이 낮은 인물이다. 부모님께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심신' 닮았다고 말을 던진 이주리(이세희)의 응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대근의 사진 재능을 알아본 주리 덕에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JTBC '정숙한 세일즈' 엄대근 역의 신예 김정진/JTBC
 

김정진은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동시기에 다른 시간대의 주말극에서 감초로 활약했다. 하지만 다수의 네티즌은 '최영민'과 '엄대근'이 같은 인물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극과 극의 캐릭터인 최영민과 엄대근. 실제 김정진은 어떤 인물과 더 싱크로율이 높을까 궁금했다.

"대근이는 되게 느리고 우둔한 구석이 있어요. 전 웃긴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진지할 때 주변에서 웃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느린 편이거든요. '소년시대' 할 때도 감독님이 그런 대사는 템포가 빨라야 한다고 디렉을 주셨었어요. 대근이는 제 호흡대로 할 수 있어서 득을 볼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영민이는 애정에 대한 결핍이 있는 인물이죠. 그걸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레벨을 맞춰주셨어요. 근데 촬영하면서 이유 모르게 눈물이 나온 적이 많아요. 그러면서 저를 알았어요. 영민이는 결핍을 가리기 위해서 폭력적으로 대하는 친구거든요. 그걸 연기하면서 제가 못 참고 울어버리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예상치 못한 감정이 나오다보니 제가 결핍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김정진은 "두 가지의 모습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결핍적으로 봤을 때 제가 울었던 것도, 대근이 가진 성향이 몸 속에 있어서 충돌 때문에 운 것 같아요. 저도 순한 모습도 있지만, 나름대로 집요하게 파고들 때도 있거든요. 대본을 보면 조금 저한테 칭찬할 법도 한데 제 자신한테 인색한 편이에요. 채찍질만 많이 하다 보니 대근이의 인정 욕구가 저한테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정진은 데뷔 3년차로, 배우로서 '탄탄대로'를 걷는 중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그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함께한다. 하지만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MBC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영민-JTBC '정숙한 세일즈' 엄대근 역의 신예 김정진/크리컴퍼니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드럼 전공으로 입학했어요. 1년 정도 다니다가 해병대에 입대했다. 전역 후 군대에서 만난 동기와 함께 하면서 자퇴하고 4수까지 하게 될 줄 몰랐죠. 서울예대 연기과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휴가 때마다 자신의 안양예고 동기들도 소개시켜주고 자주 만났거든요. 저도 모르게 스며들었어요. 그 당시 강기둥 선배님의 연극 '유리 동물원'을 봤는데 홀로 그 무대의 에너지를 채우는 모습이 너무 멋졌어요. 그분이 기타치면서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어요. 저는 창피해서 못할 것 같은데 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저런 걸 해야하나 생각하면서 해보고 싶어졌어요."

동기는 김정진에게 '너만의 리듬이 있다'며 연기를 제안했다. 김정진은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제 행동을 봤을 때 남들이랑 뭔가 다른 리듬이 있다고 했어요.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체성을 말한 것 같아요. 모두가 사고 방식이나 말투 등이 다르잖아요. 영민이와 대근이의 리듬이 다른 것처럼요. 아직 저만의 리듬은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로 나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 것이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은 마침 2025년 대학수학능력 시험날이었다. 4수를 한 김정진에게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수능날은 매번 한파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따뜻하네요"라며 웃었다. "4수까지 하면서 오기도 생겼고 절치부심의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내가 못하고,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4수를 하면서 기뻤던 순간은 대학에 붙었을 때는 아니었어요. 합격 소식을 듣고는 오히려 덤덤했죠. 저는 연기하려고 입시를 했는데, 대학가려고 연기하나 사고가 전복될 때도 있었어요. 배우라는 꿈에 대한 확신은 없었는데 그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만약 20대 때 쉽게 얻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시작했으면 지금의 안정감을 찾기보다는 권태로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름 합리화하고 있어요(미소)."

늦게 시작했지만, 현재는 누구보다 부모님에 최고의 효자다. 김정진은 "4수할 때 부모님께서 크게 내색하지는 않으셨지만 걱정이 많으셨죠. 지금은 지인들이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연락이 많이 와서 내심 뿌듯해 하세요. 어머니한테 드라마가 일주일을 살아가는 낙인데 그런 성취감이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베트남에 계시는데 기사 검색해서 저한테 보내주세요"라고 가족들의 반응을 전했다.

강렬한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김정진의 행보는 배우 류경수를 연상케 한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면서도 '순수함'은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제가 20대나 10대의 역할을 할 때 느끼는 감정이 있어요. 저는 이미 지나와버린 상태라서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감성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근이도 순애보잖아요. 저도 그런 때가 있었지만, 그걸 선입견으로 보는 시각들을 마음 한켠에 있는 것 같아요. 최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캐릭터 자체의 순수한 감정을 느끼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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