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 김성철. 2년전 영화 '올빼미'로 처음 스포츠W와 인터뷰 당시 김성철은 '아련함'이 자신의 주무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그 해 우리는'까지 연이어 짠내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축해낸 그는 불과 2년동안 다채로운 도전으로 스펙트럼이 확장됐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2'부터 영화 '댓글부대',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그리고 '지옥 시즌2'까지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연니버스'를 대표작으로, 좀비가 나오지 않는 K-콘텐츠가 글로벌 팬들에게 사랑받은 첫 작품이다. 2년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2'(이하 '지옥2')에 김성철이 정진수 의장으로 새롭게 등장,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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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공개 첫 주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5위, 2주째 역시 6위에 올랐고,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84% 등을 기록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성철은 갑작스럽게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으로 합류했다. 정진수는 '지옥' 세계관을 구축하는 핵심인물이다. 시즌1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이 마약 투약 논란으로 공석이 됐다. 그 자리를 김성철이 채우게 됐다. 비교는 당연, 부담감이 있음에도 김성철은 캐릭터의 매력에 매료됐다.
"정진수는 사이비 교주라고 하지만, 사실 사이비 교주는 아니다. 로마 시대 교황 같은, 엄청난 통치자인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면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한다. 사상적인 대통령이다.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힘이 센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즌1이 너무 큰 흥행을 했고, 캐릭터의 매력은 이미 어필됐다. 저는 후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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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 정진수는 말 하나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범한 능력자'였다. 하지만 시즌2 정진수는 부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옥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며 고통받는 인물이다. 김성철은 근육 포함 10kg에 가까운 감량을 통해 변화를 줬고, 웹툰 원작 매력을 살리고자 했다. "시즌 1에서는 비범해보일 수 밖에 없었던 플롯이라면, 20년동안 겁쟁이로 살아온 그가 다시 돌아온 현실은 지옥이다. 비범하다는 표현은 시즌1 정진수한테 어울린다. 외모적으로나 에너지, 사람을 다루는 말투 등 태도와 어떤 액션을 취하는지가 중요했다. 원작이 있으면 충실히 하려고 하는 편이다. 원작 정진수를 모델로 해석하려고 했다. 비교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즌2의 정진수는 자신이 실시간으로 겪는 지옥을 내색할 수 없었다. 김성철은 "시연 당한 후 8년이라는 시간 안에 끊임없이 온 몸의 사지가 절단되고, 그걸 견뎌왔을 것이다. 그건 인격이 없어져야 한다. 정신이 나가는 것이다. 부활하고 산을 걸어갈 때의 공허한 모습이 제가 추구했던 모습이다. 그걸로 인식이 강해지길 바랐다. 내가 그걸 인지하고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거기부터 짤 수 있으니까"라고 플랜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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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정진수는 화살촉 햇살반 선생 오지원(문근영 분)의 남편 천세형(임성재 분)와 주로 호흡을 맞췄다. "너무 재밌었다. 저도 기본적으로 날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날것과 날것이 부딪혔을 때 나오는 에너지는 이로 말할 수 없다. 카메라에 담기는지는 모르지만, 둘만의 공기가 흐를 때가 있었다. 그 공기가 정말 많이 완성됐었다. 촬영하면서 재밌었고, 서로 '아, 뭐야~'하기도 했었다."
똑같이 시즌2에서 부활했지만, 정진수와 박정자(김신록 분)의 지옥은 달랐다. 두 사람이 맞이한 결말은 특히 극과 극으로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박정자는 지옥을 탈출했다면, 정진수는 지옥에 사로잡혀 결국 지옥사로 삼켜졌다. "저도 감독님께 여쭤본 부분이다. '지옥 사자는 인간이었던건가요?'라고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하셔서 대화가 애매하게 끝났다. 두 사람의 지옥이 다른 이유는 가치관 혹은 두려움이 달라서라고 생각했다. 정진수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이 아는 것을 두려워 한다. 비범하고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고 싶지만 겁쟁이다. 그게 지옥으로 표현된 것 같다. 정진수는 그의 내제된 공포감과 두려움에 잡아먹힌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지옥으로 돌아간 것이다."
김성철은 연상호 감독을 만나 또 한번의 도전에 성공했다. 그가 정진수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도전은 언제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번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옥'은 감독님 상상과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굉장히 주관적이다. 그걸 최대한 많은 분들께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배우와 작품의 목표인 것 같다.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이었고, 얼마나 많이 설득시켰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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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은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했지만,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 김영철 역으로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고 '아스달 연대기'에서 잎생 역으로 극의 히든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짠내나는 짝사랑남 한현호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 호평 받았고, '그 해 우리는'에서도 아련한 과거를 가진 짝사랑남 캐릭터 김지웅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올빼미'에서는 소현세자 역으로 춘사국제영화제에서 신인 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 영화매체에 데뷔한 순간부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선과 악을 오가는 야누스 매력의 캐릭터부터 혼자 속 앓이하는, 지켜주고 싶은 짝사랑남 캐릭터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치고 있지만, 팬들은 김성철표 멜로, 그가 행복해 하고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도 궁금해 한다.
"예전에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시냐고 질문했다. 대학생 때 이후에 처음 들은 질문이다.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미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태초부터 백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하더라. 그때 머리를 뻑 맞았다. 누가 써줘야 백지에 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이미지 구축을 하자 싶었다. 그때 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의 사랑이었다. 짠내나는 캐릭터를 많이 하고 싶었다. 어느정도 이미지가 구축됐을 때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올빼미'는 사극을 하고 싶었고 위엄을 표현하고 싶었다. '댓글부대'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확실한 한방이 없어서 어려웠다. 그 한방을 위해서 달려가는 편인데 스며들듯이 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이 있었다. 앞으로는 저도 더 다양한 역할을 할 기회가 생겼으니 못보신 얼굴들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 배우는 신선해야만 된다. 물론 그 사람의 이미지 때문에 예상하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배우가 궁금해지면 그 배우는 오래 살아남는 것 같다."
또 그는 "행복한 연기는 무섭다. 고통받는 것은 애써 할 수 있지만, 영화 '어바웃 타임' 처럼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심은 있지만 갈망은 크지 않다. 저는 짝사랑하고 고통받는 역할이 너무 재밌다. 힘들고 뒤에서 바라보는 연기가 너무 재밌다. 로맨스나 멜로는 큰 그릇일수록 더 좋은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지그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해결될 수 있는 눈빛. 그런 눈을 가질 때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경첨치가 더 쌓인 후에 하고 싶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