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선 첸(사진: 연합뉴스) |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유망주였던 네이선 첸(23·미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엄청난 발전 속도를 보였다.
첸은 올림픽 시즌에 남들은 1개도 제대로 못 하는 고난도 점프 기술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 6개 중 쿼드러플 악셀(공중 4회전 반)을 제외한 5개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뛰어난 기술과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첸은 평창올림픽 우승 영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첸은 끝내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고, 평창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3개를 모두 실패하는 등 실수를 연발하며 최악의 결과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첸은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좌절했다.
올림픽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첸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총 8개의 점프 가운데 6개를 쿼드러플 점프로 구성하는 승부수를 띄운 끝에 개인 최고점을 세웠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나온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멘털은 첸이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가 됐다.
그는 평창올림픽 이후 삶에 변화를 줬다.
피겨에 매몰되지 않고 학업과 다양한 취미 생활을 병행하며 피겨 선수로서 느끼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미국 명문 예일대에 진학한 첸은 한동안 학업에 전념하기도 했다.
4년의 세월은 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외신은 첸과 '피겨킹' 하뉴 유즈루(일본)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었지만, 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하뉴는 나와는 비교되지 않는 위대한 선수"라고도 말했다.
평창의 아픔을 딛고 베이징 무대에 선 첸은 담담하게 자신의 연기를 펼쳤다.
그는 두문불출하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하뉴와는 다르게 팀 이벤트(단체전)에 출전해 미국의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선 113.97점을 받아 하뉴가 보유했던 종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기록 111.82점을 넘어섰다.
첸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4명의 출전 선수 중 24번째로 은반 위에 나온 첸은 기술점수(TES) 121.41점, 예술점수(PCS) 97.22점, 총점 218.63점을 획득, 최종 총점 332.60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반면 경쟁자 하뉴는 미지의 영역인 쿼드러플 악셀 도전에 실패하며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욕심을 버리고 '미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는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