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잘 자란 아역배우를 꼽는다면 남지현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무려 데뷔 20년차 베테랑 배우다. 아직 서른이 안된 비혼자로서 '이혼'이라는 키워드는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남지현이 '사회 초년생'의 얼굴로 안방극장에 이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남지현이 출연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 기획·제작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로, 최종회가 15.2%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라쿠텐 비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 한유리 역 남지현/매니지먼트 숲 |
남지현이 '굿파트너'에서 연기한 한유리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 대형 로펌의 기업팀 입사를 꿈꿨지만 이혼팀에 배정된 신입 변호사다. 한유리는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일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다. '변호사'라는 전문직은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를 사용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이지만, 한유리는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2030 세대를 대변하고 있기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유달리 한유리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감독님께 저를 캐스팅한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다. 완전 유리 같다고 하시더라. 유리는 저보다 감정적인 공감이나 정서적인 지지 부분이 더 좋은 능력을 가졌지만, 사회생활 면에서는 제가 더 나은 것 같다. 일도 오래하기도 했고, 유리보다는 시야가 좀 더 넓은 것 같다. 제 의견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다. 저는 이 역할을 잘해내고 싶었다. 이 드라마는 힐링을 하려고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최근 몇년간 장르물을 했다. 이 드라마는 일상에 닿은 이야기를 하고, 인간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독특한 소재가 아닌, 누구나 한번쯤은 직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니까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했다. 변호사는 실제 몇십년동안 공부한 것을 활용하는 분들이다. 몇개월동안 공부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그 캐릭터가 가진 성격이나 어떤 성정을 가지고 있어서 이 행동이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직업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하지 않았다."
한유리와 차은경은 극과 극의 성격으로, 극 초반 차은경의 목표는 '한유리 열받게 하기'였을 정도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른만큼, 서로 다른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배운다. 무엇보다 한유리가 차은경의 이혼소송을 떠맡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 차은경으로 분한 장나라는 남지현을 '복덩이'라고 극찬하며 너무 큰 의지가 됐다며 호흡 소감을 전했다. 남지현은 "너무 감사하다. 저는 느티나무 같은 분이라고 하겠다"고 화답했다. "든든하고 편안함, 아늑함을 주신다. 제가 오히려 더 의지하면서 찍었다. 선배님이 계셔서 재미있고, 위로 많이 받으면서 찍었다. 선배님과 대기하는 시간에 수다를 많이 떨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위로라는 말이 애매할 수 있지만, 치유 받았다(미소)."
▲SBS 드라마 '굿파트너' 한유리 역 남지현 스틸/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 |
그러면서 남지현은 "전작 '하이쿠키'에서는 어른 역할을 제외, 제가 첫째였다. 오랜만에 현장에 막내로 갔다. 되게 많은 선배님들이 저를 보살펴주시고 사랑을 주셨다. 또 촬영하게 되면 일상 생활과 일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배우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스태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셨다. 그래서 자동으로 속도도 빨라졌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촬영장이다.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느끼니까 좋았다. 현장 자체가 힐링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굿파트너'는 현직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가정폭력, 양육권, 재산분할 등 현실적인 이혼 문제를 다뤘다. 그 과정에서 한유리와 차은경은 이혼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혼 당사자들을 위로했다. '굿파트너'는 시청률보다 '이혼'이라는 부정적인 키워드의 이미지 쇄신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이 드라마를 선택하고 궁금했던 게 우리 드라마가 처한 상황에 따라 드라마 감상이 다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안했다. 설병 나이를 떠나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는 더 재밌었다. 가족끼리 앉아서 봐도 할 말이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어른들에 여쭤봤다. 연륜이 올라갈수록 개인사와 관련된 공감이 많더라.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감상이 있더라. 새로운 일인 것 같다. 이 과정을 겪고 계신 분들이 분명히 있다. 저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여러가지 시각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같이 참여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 뿌듯했다."
▲SBS 드라마 '굿파트너' 한유리 역 남지현/매니지먼트 숲 |
그러면서 남지현은 드라마 제목처럼 '굿파트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했다고 말했다. "좋은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결혼이나 이혼을 친숙하게 생각하기에는 좀 어린 것 같다. 지인이나 친구들도 그런 경험이 많이 없다. 이 작품 하면서 진정 좋은 파트너라는 것은 뭘까 생각하게 됐다. 한 사람을 개인으로서 존중 해주는 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인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다. 저도 평범한 시각이었다. 이혼은 무조건 헤어지는 일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이혼전문 변호사는 무조건 갈라서게 끔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혼이라는 것도 너무 필요한 과정이고 이 과정을 잘 마무리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한게 맞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항상 맞는 것도 없고 항상 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최선의 결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구나 느껴졌다."
남지현은 SBS와 인연이 깊다. 2006년 성탄특집극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로비스트', 2009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무사 백동수', '엔젤 아이즈' , 단막극 '미스터리 신입생', '수상한 파트너', '굿파트너'까지 20년 연기 인생 중 아역 시절부터 9개의 작품으로 연을 맺어왔다. "오랜만에 SBS에 컴백한 것이다. 어릴 때 작품을 해서 제 필모를 담은 영상과 인터뷰 영상을 붙여서 영상을 만들어주셨더라. 그걸 보는데 새삼 오랫동안 지켜봐주셨구나 생각이 들었다. 보통 복받은 일이 아니구나 생각해서 새삼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생애를 싹 다 훑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다양하겠다 뿌듯하겠가 생각했다. 그런 것들을 볼 때면 큰 힘도 얻고 의미도 있게 되는 것 같다."
남지현은 아역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연작들은 작품성과 화제성의 중심이 돼 왔다. '엔젤 아이즈'에서 구혜선 아역으로 시청자들에 아역이 아닌 '청소년 연기자'로 눈도장을 찍었고, MBC '쇼핑왕 루이'로 첫 주연을 맡아 여자 신인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후 '수상한 파트너', '백일의 낭군님',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작은 아씨들', '하이쿠키', '굿파트너'까지 흥행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식어는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데, 부담감은 덜 하다. 그 성과는 제가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불러주시는게 감사한 것 같다. 모두가 힘써서 낸 결과에 그런 수식어를 주시면 감사하다. 오랫동안 지킬 수 있게 노력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