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내 안의 분노가 정당한가. 우리는 대부분 내 기준 정의에서 벗어났을 때 분노한다고 믿는다. 그게 과연 객관성이 있는 것인가."
'베테랑2'가 마지막 무대 인사와 함께 750만 관객을 돌파했다.(이하 2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전편과 색깔이 달라 호불호가 갈렸음에도 불구하고 '류승완'이라는 믿고 보는 감독과 말이 필요 없는 '국민배우' 황정민, 그리고 새로운 '젊은 피' 정해인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750만 관객 돌파한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CJ ENM |
'베테랑1'이 나쁜 놈을 때려잡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 서도철(황정민)로 유쾌함과 통쾌함을 안겼다면, '베테랑2'는 묵직해졌다. 빌런은 영화 시작 10분도 안되서 얼굴을 드러낸다. 이는 전편처럼 빌런을 찾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바다. 9년만에 돌아온 시즌2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일까.
"'베테랑'을 처음 출발할 때는 1번 타자도 아니고, 개봉도 한참 밀려서 개봉했다. 우리의 목표는 '좋아하고 잘 하는 것 해보자'였다. 근데 너무 큰 성공을 거두니까 불안함이 작용했다. 게다가 사회현상으로까지 번지더라. 영화 대사가 뉴스에 인용이 되고, 새로운 세대들이 이 영화를 연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영화를 통한 사적 복수를 해버린 1편이 분노를 분출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후에 비슷한 일이 계속되다가 어떤 사건의 비난의 대상이 시간이 흐르자 사실은 피해자였고, 가해자와 뒤바뀐 상황이 생겼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실제 가해자를 향한 비난의 온도는 처음보다 미지근해지더라. 잘못된 타점을 옹호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면서 순간 섬칫해졌다. 내 안의 분노가 정당한가. 우리는 대부분 내 기준 정의에서 벗어났을 때 분노한다고 믿는다. 그게 과연 객관성이 있는 것인가. 가치 기준이 잘못된 것에 선이 그어진 것은 아닌가. 내가 내로남불인 것은 아닌가 그때부터 괴로워졌다."
그래서 류승완 감독은 통쾌한 사이다를 넘어서고자 했다. "이런 식의 사이다 장르는 이미 재밌는 것이 많다. 사이다 먹고 트림하면 체증이 안 가신다. 위만 버리게 된다. 그래서 체증을 가시게 하기 위해 손가락을 따야 한다. 손가락을 따고, 피가 나오고 바늘을 봐야하는 공포가 있지만, 시원하게 체증을 해소하고자 했다. 물론 '베테랑2'가 해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750만 관객 돌파한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CJ ENM |
빌런의 활용법부터 전편과 달리했다. 류승완 감독은 "전작은 빌런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베테랑2'는 빌런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빌런이 벌이는 행태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여파다. 그게 더 중요했다. 그러니 오히려 빌런이 왜 저러는지, 어떤 인간이지를 궁금해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빌런='해치'는 사회가 명명한 것이다. '해치'는 죄가 있는 이들을 죽음으로 심판한다는 미명 라해 사적 제재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떠오른 존재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해치'로 지목되면 마녀사냥을 당한다. 해치는 그 이치를 이용해 자신 외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만들며 혼란을 야기시킨다. "중세시대 마녀사랑 가해자들은 당시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가족들도 자신들의 행동을 악행이라고 생각 안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겪는 사회가 돼버린 것이다. 자문을 구한 뇌과학자 박사님이 한국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너무 모든 정보들이 복잡해졌다고 하셨다. 근데 너무 바쁜 사회라서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진위를 파악하기 보다 분노해버린다고."
해치 박선우(정해인)는 전편에서 조태오를 때려잡는 서도철을 보고 경찰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서도철의 눈에 들어 강수대로 스카우트 되지만, 말과는 달리 서도철을 괴롭힌다. 하지만 서도철은 해치의 정체를 파악한다. 류승완 감독은 "박선우는 본질적으로 서도철이 자신과 같은 유형의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도철이 했던 말들을 채집해서 편집해서 놓으면 서도철이 해치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다만, 박선우가 놓친 것은 서도철은 돌아갈 일상이 있는 사람이다. 박선우는 자기 행위를 즐기는 사람이다. 서도철도 젊었을 때는 박선우처럼 될 수 있는 위태로운 경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도철은 지킬 게 있는 사람이고, 직업 윤리가 강렬하게 작용한 것이다. '너는 내 과'라고 하지 않나. 두 사람이 닮은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서도철은 변했을 수도 있다. 박선우가 계산을 못한 것 또 하나는 서도철의 아들을 아킬레스 건으로 봤다. 아들을 쥐면 서도철을 자기가 감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서도철이 엉뚱한 선택을 한다. 예상 못한 결과다. 박선우는 사법 제도도 믿지 않는다. 권력의 힘을 믿지 않는다. 서도철은 그 위에 있고 공권력의 힘을 믿었다. 박선우는 팀워크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서도철만 계산하고 이 외를 다 못 본 것이다. 박선우의 오만한 나르시즘이 승패를 가로질러버린 것이다."
▲750만 관객 돌파한 영화 '베테랑2' 메인 포스터/CJ ENM |
서도철은 죄 지은 놈은 무조건 잡는 직업 의식이 투철한 형사다.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이 해치를 잡는 과정도 중요했지만, 서도철의 윤리의식, 직업 의식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서도철은 각자의 위치에서 원칙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보여준다. 박선우가 분노를 유발하고,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하지만 서도철은 박선우에게 심폐소생술을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위험한 상황에 있는, 꼴보기 싫은 사람을 감싼다. 그게 서도철이다. 다른 액션영화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또 류승완 감독은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 반성을 하지 않나. 아들에게는 사과한다. 사과하는 어른이 얼마나 귀한 세상인가. 그 위태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집에 왔는데 안방은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준 상태다. 서도철 부부가 정말 존경스러운 지점이다. 그 정도의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고 살면 사회적인 면이 다른게 아닌데, 꼰대의 마인드일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그 장면들을 이뤄내기 위해 달려간 영화다. 해치라는 인물은 결국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존재다"고 덧붙였다.
빌런 '해치'이자 신입경찰 박선우를 연기한 정해인을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왔지만 로맨스, 멜로 장르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정해인은 본 적 없는 섬칫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멜로 장르에 숨겨졌던 액션 귀재임이 밝혀졌다. "정해인씨는 이미 'D.P.'에서 훈련이 잘 돼 왔었다. 저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 현장에서 너무 잘해줘서, 저도 액션 잘하는 배우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이 친구가 액션할 때 눈이 돌아간다. 평소 절제된 삶을 살아서 그런지 연기할 때 폭발시키더라. 너무 몸 동작이 빠르고 날쎄서 오히려 말렸을 정도다."
▲750만 관객 돌파한 영화 '베테랑2' 류승완 감독/CJ ENM |
전편과 메시지는 달랐어도, '베테랑2' 오프닝은 전편의 재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베테랑' 시그니처 사운드와 함께 1970년대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올드팝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장식했다. 류승완 감독은 "1편에서 조태오 잡는다고 할 때 주부도박단을 잡으라고 하지 않나. 결국 그 근처도 못 갔다(웃음). 1편 에필로그가 주부도박단이었으니 2편은 무조건 가자였다. 연속성과 함께 '밀수'로 돈 번 해녀들이 도박장에서 돈을 쓰는 것이다. 그날 촬영장에는 염정아, 김혜수 선배도 오려고 했다. 원래 돈 세는 사람은 조인성으로 하려고 했다. 근데 관객들 입장에서 본 스테이지와 온도차가 심해질 것 같더라. 그래서 '밀수' 해녀팀만 나온 것이다"고 비화를 전했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에 대한 호불호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반복'하는 것이 싫었다. "대중들의 기대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반복한다고 대중들이 좋아해줄까? 그건 그것대로 게으른 선택이 아닐까. 실패확률이 있더라도 그 도전이 저 스스로를 긴장시켰다. 관객들을 믿는 구석도 있었다. 9년전 1편을 관람했던 사람이 성장했을 것이다. 새로운 관객들은 이 영화만의 새로움만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믿음을 가지고 만들었다. 영화가 공산품이 아니고 메뉴얼대로 만드는게 아니다. 기술이 있어야 만들지만 예술의 영역이다. 설명 못하는 감으로 할 때가 많다. 영화를 만들 때 근본적으로 태도나 방식이 크게 바뀐 적은 없다. 사회적 이슈를 더 첨가해야한다는 생각이나 소재를 선택할 때 그런 고민을 하거나 계산을 하지는 안는다. 자연스럽게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이 조금 더 쌓인다. 그걸 이론적으로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물론 내 관심사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자연스러운 행동의 변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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