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이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
한국 피겨 남자 싱글의 간판스타 차준환(21·고려대)은 어릴 때부터 많은 이에게 주목을 받았다.
유아 시절 예쁘장한 외모로 CF 모델로 활동한 차준환은 피겨 유망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케이팅할 때 두 뺨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좋다"며 본격적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길을 걸은 뒤에도 그랬다.
차준환은 뛰어난 연기력과 기술력으로 단숨에 국내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는데, 주변에선 '남자 김연아'가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형들을 제치고 국내 일인자 자리에 올랐다.
주변의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사춘기 시절 '원톱'에 오른 차준환은 작지 않은 압박을 받았다.
그는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스케이트의 경량화, 훈련 장비의 진보로 세계의 많은 선수가 쿼드러플(4회전) 점프 장착에 성공하자 차준환 역시 강도 높은 쿼드러플 점프 훈련에 나섰다.
탈이 났다. 쿼드러플 점프 훈련으로 수없이 넘어진 탓에 몸은 조금씩 망가졌다.
결국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고관절을 다쳤다. 설상가상으로 스케이트 장비에도 문제가 생겼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올림픽 직전에 심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차준환은 최악의 컨디션으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사상 올림픽 최고 순위를 기록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평창의 경험은 차준환에게 자양분이 됐다.
그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봤다.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펼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준환은 무리한 구성 대신 오랫동안 준비한 쿼드러플 살코, 쿼드러플 토루프 두 개의 점프를 갈고 닦는 데 집중했다.
'쿼드러플 점프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다수의 선수가 무리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연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준환은 한 계단씩 차분하게 성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기록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톱10'에 진입했다.
지난달에 출전한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 최고점인 273.22점을 기록하며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차준환은 기세를 몰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차분하게 자기의 연기를 펼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 99.51점을 기록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개인 최고점인 182.87점을 기록하며 282.38점으로 전체 5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280점 고지를 넘은 건 차준환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톱 5' 안에 든 것은 김연아(2010년 금메달·2014년 은메달)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