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포츠W |
▲이문규 감독(사진: 연합뉴스) |
전날 박지수가 인터뷰에서 중국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창피하다고 느꼈다"는 표현과 함께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우리 대표팀에 대해 '문제점'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지수가 작심하고 이번 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대표팀 운영을 비판했다는 보도였다.
주전 선수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문규 감독의 용병술과 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하는 데 박지수의 '작심 발언'을 근거로 활용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결론은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은 이문규 감독의 책임이고, 그러므로 도쿄올림픽 본선을 준비하면서 이문규 감독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은 거의 모든 언론이 이와 같은 논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이문규 감독의 팀 운영이 엉망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보면 '몰아가기'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보도의 방향이 한 쪽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모양새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점은 현장에서 박지수의 인터뷰를 함께 했던 기자 입장에서 과연 당시 박지수의 발언이 대다수 언론이 말하는 대로 '작심 발언'이었나 하는 점이다.
물론 박지수의 발언 가운데 외국 대표팀들과의 평가전 추진 등 협회 차원에서 지원이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기도 했지만 박지수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박지수(사진: 연합뉴스) |
이 역시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당시 박지수가 수 많은 언론사의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작심하고 감독의 팀 운영을 비판하기 위해 '창피'라는 단어나 '문제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고 보여진다.
한 마디로 박지수의 발언은 협회의 부족한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담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함께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코칭 스태프를 비판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이문규 감독의 팀 운영에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는 언론사마다 각자의 판단이 있을 것이고, 그 판단을 칼럼 형식이 됐든 해설 형식이 됐든 보도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 근거로 선수가 한 발언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이문규 감독이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에 대해 어떤 책임이 있고, 그 결과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질 것인지는 협회의 공식적인 논의 과정을 통해 토론하고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언론은 협회에 여론을 전달하고 바람직스러운 대표팀 운영 방향을 다양한 근거를 내세우며 제시하면 된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역들은 충분히 환영받지 못했고, 다시 정규리그 일정을 재개하는 여자 프로농구 역시 올림픽 본선 진출의 성과를 흥행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