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9월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미국 체조 선수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미국 체조 국가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지연됐다며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1억4천만 달러에 가까운 합의금 지불에 합의했다.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체조 대표팀 주치의 나사르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FBI를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천870만달러(약 1천909억원)를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합의가 나사르가 가한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범죄 피해자들이 지속적인 치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전했다.
1986년부터 미국 미시간대 체조팀과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나사르는 여성 선수에게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30년 가까운 기간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2016년에 드러났고, 2018년 1월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를 비롯해 전·현직 대표 선수 150명의 충격 증언이 이어지면서 나사르 사태는 개인 문제를 떠나 이를 방조하고 바로잡지 못한 미국 체조계·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이미 2017년 연방 재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은 나사르는 2018년 1월엔 미시간주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유죄를 인정해 최고 175년형을 또 받았고, 2월 판결에선 여기에 최대 125년 형이 보태졌다.
나사르 사태로 스콧 블랙문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위원장, 앨런 애슐리 USOC 경기향상 책임자 등 USOC 최고위층 인사들이 책임을 지고 무더기로 옷을 벗었고, 케리 페리 전 미국체조협회장 역시 임기 중 물러났다. 그의 뒤를 이은 베리 보노 회장도 올림픽 체조 스타들의 추가 폭로가 나온 지 나흘 만에 사퇴하고 말았다.
미시간주립대는 피해자들과 5억 달러라는 거금을 내고 겨우 합의했다.
이후 바일스와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 등 피해자들은 FBI가 나사르의 범죄를 인지한 뒤에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계속 됐다며 2022년 그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FBI가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첫 조사에 나선 것은 2015년 7월이었지만, 수사가 미뤄지면서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는데 수사 초기인 2015년 피해자 마로니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이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 감찰관실은 2021년 7월 나사르의 혐의에 대한 FBI의 대응과 수사의 특정 측면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FBI뿐 아니라 미국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도 나사르의 범죄를 방치한 책임에 대해 피해자 500여명에게 소송을 당한 뒤 2021년 12월 총 3억8천만달러(약 5천228억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소송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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