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은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흑인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우뚝
▲ 브리트니 보(사진: AP=연합뉴스) |
에린 잭슨(30·미국)은 역사적인 레이스를 마친 뒤, 팀 동료 브리트니 보(34·미국)와 진한 포옹을 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동료의 축하를 받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잭슨과 보의 포옹은 특별했다.
보는 올해 1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했으나, 3위로 탈락한 잭슨에게 '올림픽 티켓'을 양보했다.
그는 "잭슨은 누구보다 500m 올림픽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있는 선수"라며 "나보다 잭슨이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양보의 이유를 설명했다.
양보는 기적을 불렀다. 다른 나라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불참 선수가 나오면서 미국에 출전권 1장이 더 생겼고, 보도 베이징올림픽 500m에 출전했다.
그리고 13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잭슨은 37초 04로 우승하며 '흑인 여성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는 새 역사'를 썼다.
미국 언론은 잭슨만큼이나 보의 소감도 듣고 싶어했다.
이날 16위를 한 보도 개인적인 아쉬움을 누르고,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 잭슨의 우승을 축하했다.
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얼마나 잭슨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잭슨이 엄청난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오늘(13일) 잭슨은 '올림픽 챔피언'의 자격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 후보라는 수식어가 선수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잭슨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며 "나는 잭슨이 우승하길 바랐고, 금메달 획득을 예상했다. 예상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무척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보는 '차별'이 화두인 시대에, 잭슨의 우승이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잭슨이 거둔 성과는 '자신과 다른 면이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고, 때로는 우러러봐야 한다는 걸 알려줬다"며 "잭슨은 정말 훌륭한 선수이자,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잭슨은 인라인 스케이팅 선수였다.
그는 올림픽 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2016년에 처음 아이스링크에 갔다. 그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서 있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잭슨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고자 2017년 9월 '종목 전향'을 결정했다.
당시 잭슨이 떠올린 사례가 '보의 성공'이었다.
보도 만 스무 살이던 2008년까지는 인라인 선수로 뛰었고, 세계 기록도 3차례나 세웠다. 보는 2009년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했고, 2010년부터 엘리트 선수로 뛰었다.
보는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등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의 성과를 이뤘다. 평창에서는 팀 추월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보를 '우상'이라고 부르며 따른 잭슨은 2018년 평창올림픽 500m에서 24위를 했다.
올림픽을 경험한 뒤, 잭슨의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는 500m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보는 그런 잭슨의 성장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잭슨이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레이스 도중 잠시 중심을 잃는 실수를 범해 3위로 밀리자, 자신의 출전권까지 양보했다.
당시 잭슨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는 보의 엄청난 양보로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평생 잊지 못 할 일"이라고 썼다.
이후에도 잭슨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00m 챔피언이 된 뒤에도 잭슨은 "보가 나를 안아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보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보의 양보는 미담을 낳았다. 잭슨은 보의 희생으로 얻은 기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