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예바 [타스=연합뉴스]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7)가 징계 발표를 앞두고 최악의 성적을 내 러시아 스포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폐막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에서 4위에 그친 것이다.
4위를 '나쁜 성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발리예바에게 4위는 이례적인 성적이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카잔 그랑프리에서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발리예바가 3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말 발리예바의 이름은 러시아 스포츠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발리예바의 고향인 카잔에서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발리예바는 주니어 시절부터 남자 선수도 하기 어려운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압도적인 기량으로 세계기록 경신 행진을 벌이던 선수다.
발리예바가 출전한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그가 러시아 국내대회에서 입상에 실패한 것은 2018년 모스크바 시니어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2월 베이징올림픽에서 도핑 파문이 불거진 이후에도 2022-2023시즌 국내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했다.
러시아 선수들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시작한 이후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피겨 강국인 러시아의 국내대회는 국제대회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발리예바는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고는 선두를 달렸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132.50점이라는 초라한 점수를 받아 합계 213.59점에 그쳤다. 발리예바는 주니어 시절인 2018년 이후 220∼230점을 훨씬 웃도는 점수를 받아왔다.
이번 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하다가 넘어진 데다 코치진의 판단 착오로 프로그램 구성이 잘못돼 10점 이상의 감점을 받았다.
발리예바를 지도하는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는 넘어진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미끄러진 것'이라고 항의했다.
도핑 징계 발표를 앞두고 심리적 압박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 이틀 전 화상을 통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를 했다. CAS는 내년 1월 말 발리예바의 징계 여부와 수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발리예바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으나 시상식 직전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발리예바가 15살이던 2021년 12월 러시아 챔피언십에서 실시한 소변 검사에서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게 뒤늦게 알려져 문제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시상식을 무기한 연기했고, 발리예바는 강도 높은 조사와 비판 여론 속에 여자 싱글에서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발리예바는 2022년 도핑 파문 속에서도 정부 훈장인 '우호 훈장'을 받는 등 러시아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았지만, 최근 싸늘해진 반응도 나오고 있다.
피겨 전문기자인 옐레나 베이트세코브스카야는 "발리예바는 더 이상 예전처럼 심판들이 손을 댈 수 없는 선수가 아니다"라며 이번 대회 성적이 공정한 판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