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과 성남시청 선수들, ′빅토르 안 밀어주기′ 의심 받는 이유

성남시청, 최민정 등 소속선수 호소문 연판장 사태에 빙상팀 코치 선임 보류 [스포츠W 임재훈 기자] 성남시청이 빙상팀 코치 선임을 보류했다. 성남시는 31일 빙상팀 코치 채용을 무기한 연기하고 지도자 공모를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성남시의 이번 결정은 최민정 등 성남시청 빙상팀 소속 선수들이 SNS에 공정한 코치 선임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합을 뛰는 건 결국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원하는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장이 커진 여파로 해석된다.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19일 빙상팀 코치를 뽑기 위한 채용 공고를 냈고, 이에 러시아로 귀화한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을 지도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김선태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 7명의 후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은 "빅토르 안은 러시아 귀화 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가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거짓말을 했고 김 전 감독도 한국 대표팀 감독 시절 심석희의 폭행 피해를 허위 보고해 징계를 받은 인물이기에 국내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자격이 없다"며 이들의 코치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결국 성남시청은 지난 29일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감독은 상위 2배수 후보에 들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코치 선임 결과 발표를 목전에 앞두고 이같은 소식을 접한 최민정은 자신을 포함한 6명의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의 서명이 담긴 연판장과 코치 선임에 대한 입장을 담은 호소를 31일 새벽 SNS를 통해 공개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이날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빅토르 안이 코치 선임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자신의 SNS 호소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최민정은 해당 게시물 내용을 수정해 "나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이 쓴 입장문은 지난 9일 이미 성남시에 제출한 것"이라며 "특정 인물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최민정(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최민정이 연판장을 성남시에 제출했다는 9일은 공교롭게도 빅토르 안이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 그 날이었다. 반면 김선태 전 감독의 지원 사실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이 지난 9일 뛰어난 역량에다 소통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뽑아달라고 성남시에 입장문을 제출한 단체행동에는 코치 선임 과정에서 빅토르 안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들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현재 국내 쇼트트랙 분야에 있어 최민정이라는 이름 석자는 누군가에게 권력으로 인식될 수 있고, 그 자체로 압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시가 빙상팀 운영에 있어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