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홍련’ 김이후 “나도 몰랐던 목소리-표정 나와…새로운 경험이었죠”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9 15: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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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김이후는 관객들이 홍련을 바라볼 때도 선과 악을 판가름하기보다는 단지 무력한 어린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해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도 그 아이의 무력함과,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었다. 홍련이라고 해서 절대 선은 아니지 않나. 언니를 외면하기도 했고,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는 등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생각하게 만든 행동들을 실제로 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홍련이 정말 옳고 선하며 완벽해서 이해받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홍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린아이들은 정말 사랑받아야 하고, 무력한 존재에게 폭력이 가해져서는 안 되며, 나조차도 스스로를 그렇게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한 김이후는 결국 ‘홍련’이라는 뮤지컬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랑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사랑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이 이렇게 아파하고 고통스러워지며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는구나, 이게 저희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다양한 가지들을 보시고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홍련’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인 홍련과 바리의 관계성은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이 두 인물의 관계성에 대해 김이후는 “서로를 살려주는 관계”라고 칭했다.

“바리가 아버지를 구하러 지옥에 떠날 때가 홍련의 또래였던 걸 비롯해 두 사람이 많이 닮아 있다. 바리가 홍련을 끝까지 놓지 못한 이유와 홍련이 소멸의 길에서 다시 돌아오는 이유도 ‘서로를 살리기 위해’로 같다고 생각한다. 무대에서 연기할 때도 둘이서 열심히 보고 느끼는 것 같다. 후반부에는 지금 바리가 절 어떤 마음과 눈빛으로 보고 있는지 제가 집중해서 본다면, 앞부분에서는 오히려 바리가 절 계속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제가 무슨 행동을 하든 잘 받아줄 수 있다. 이들이 나를 향해 있고,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걸 홍련이 그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해도, 모든 과정이 쌓여서 스스로의 한을 씻고 갈 수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의 김이후가 만난 홍련이라는 캐릭터는 색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홍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캐릭터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고 말한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련이 화를 내거나 울분을 토하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들이 많지 않나. 저는 평소에 감정을 막 터뜨리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장면들을 처음 대했을 때 대본을 읽으면서도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저 스스로도 잘 몰랐다. 그래서 연습하면서 나도 모르는 목소리, 호흡과 표정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내 안에서 이런 모습이 어디까지 나올지, 어떤 말에 반응하게 될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서 계속해서 시도했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강렬한 락 사운드 음악에 홍련의 폭발적인 감정이 겹쳐지는 넘버는 그가 안정적으로 소화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김이후는 “내가 어디까지 노래로 풀고, 연기로 해야 할지 고민이 사라질 때까지 연습했던 것 같다”며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해도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초반에 화를 내거나 노래로 싸우는 넘버들이 있다. 정말 연습만이 살 길인 게, 그 감정으로 노래하는 걸 계속 연습하지 않으면 감정에 초점을 맞췄을 때는 노래가 너무 흔들리고, 그렇다해서 노래에만 너무 신경 쓰면 연기가 잘 안되더라. 모든 뮤지컬이 그렇지만, 특히 ‘홍련’에서는 화를 내야 하니까 그게 좀 어려웠다. 이번 작품에서는 목을 많이 긁기도 한다. 그건 걸로 목이 상하진 않지만, 긁는 소리 자체가 저에게는 생소한 부분이라 체크하게 되고, 작곡가님의 조언도 구했던 것 같다.”

이번 ‘홍련’을 공연하면서 많은 팬들에게서 손편지, 이메일 팬레터로 많은 후기를 받았다는 김이후는 “편지만 봐도 얼마나 세세하게 다 보고 계시는지 느껴진다“면서 팬들에 대한 깊은 감사와 함께 애정 어린 걱정을 내보였다.

“이렇게까지 화를 내고, 목소리를 막 긁는 모습도 처음인데, 새롭고 좋다고 해주신다. 제일 기분 좋은 건 이 작품이 너무 재밌다는 반응이다. 연습 때부터 항상 많이 생각했던 건데, 아무래도 다루고 있는 소재가 소재인 만큼, 보시기에 힘들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팬분들께도 힘들 것 같으면 무리해서 보려고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게 1번이라고 항상 말하는 것 같다. 모든 마음이 상처받지 않고, 우리가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가 둥글둥글하게 잘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이번 ‘홍련’을 함께 만들어간 배우끼리도 많은 대화가 오갔다. 김이후는 “배우들끼리 얘기를 하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이 열리는게 창작 초연의 묘미”라고 말하면서 바리 역을 맡은 김경민과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동안 메신저를 했다. 처음에는 오늘 고생했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이 장면 어땠고, 저 장면은 어땠냐며 이야기하다 보니까 2시간 동안 대화를 하게 됐다. 사실 쉽지 않지 않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전화 통화도 아닌데 둘이서 갑자기 이런 대화에 불이 붙은 거다. 피곤한 와중에 이렇게 작품이나 방금 한 공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저한테도 너무 신기했다. 모범생이 된 것 같아서 멋져 보였고, 이렇게까지 말이 잘 통한다니 싶었다.(웃음) 그만큼 둘 다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걸 서로 아니까, 말이 계속 나오는 거다. 원래 덕질도 같이 해야 재미있지 않나. 그 맛이다.”
 

▲ 사진=글림아티스트

 

무언가에 빠지면 그 세계에서 사는 걸 정말 좋아해서 덕질도 좋아한다고 말한 김이후는 스스로를 “금방 좋아했다가 또 금방 다른 걸 좋아하는 금사빠”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을 다시 보고 있다고 말한 그는 캐릭터 중 이누마키 토게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이게 두 번, 세 번 볼 때가 찐이다. 원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디즈니, 지브리 작품도 많이 봤는데 비교적 자주 안 본 시리즈 만화를 다시 보니까 너무 재밌다. 성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다. 성우들의 연기는 방송, 영화, 무대처럼 전달되는 매체가 다 다르지 않나. 그걸 딱 인식하고 나니까 너무 새롭고, 다르게 보이면서 정말 재밌더라.”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김이후는 “뮤지컬의 좋은 점은 모든 것들과 융합이 잘 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추후 꿈꾸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했다.

“저는 참신한 것들을 좋아해서,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언제든 기회가 되면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다. 연기를 잘할 수 있게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고, 다른 것도 많이 읽고 보면서 언제든 어디서든 쓰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1인극 같은 게 좀 궁금하다. 스스로 자기 템포로 끌고 가는 그런 공연들이 매력 있는 것 같고, 내가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제 마음 속에 소소하게 있는 작은 꿈이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웃음)”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김이후는 한 공연, 한 공연을 할 때마다 대본의 메시지, 함께하는 사람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같은 의미로 이번 ‘홍련’은 그에게 새로운 욕심을 불어넣어준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홍련’을 공연하면서 이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좋으니까 이걸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걸 위해서 내가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제가 잘해 보이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던 것 같다. 같이 무대에 서는 4명의 사람들이 너무 멋있고 좋아서, 이 좋은 장면을 원래 의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내 욕심을 다 내려놓고 진짜 필요한 말과 눈빛, 에너지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지막으로 김이후는 뮤지컬 ‘홍련’을 찾을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모든 분들이 빠짐없이 진심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그래서 무엇을 얻어가시든 저희가 좀 좋은 걸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한 방울의 위로가 잘 전해지면 좋겠어요.”

한편 ‘홍련’은 한재아, 김이후, 홍나현, 이아름솔, 김경민, 이지연, 고상호, 신창주, 이종영 등이 출연하며 오는 10월 2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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