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홍련’ 김이후 “캐스팅 보고 '역시 대본이 좋아 모였구나' 싶었어요”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9-19 15: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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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작 뮤지컬 ‘홍련’은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 설화’를 결합해, ‘홍련’과 ‘바리’를 가정 학대 피해자라는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으로, 두 주인공이 저승 천도정의 사후 재판에서 각각 피고와 재판장으로 만난다는 설정을 차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지난 2022년 CJ문화재단의 뮤지컬 창작자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을 통해 발굴된 ‘홍련’은 기획 개발을 거친 뒤 2022년 스테이지업 최종지원작으로 선정되어 리딩쇼케이스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올해 여름 초연을 올렸다.
 

▲ 김이후 [사진=글림아티스트]

 

스포츠W는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홍련’의 ‘홍련’ 역으로 출연 중인 김이후 배우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이후는 2017년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로 데뷔해 ‘해적’, ‘브론테’, ‘웨스턴 스토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다. 이번 ‘홍련’에서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해친 죄로 재판을 받게 된 ‘홍련’ 역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 7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이후는 “배우를 하다보니까 공연을 몇 개 하고 나면 1년이 확 지나가 있지 않나. 그만큼 공연으로 사는 것 같다”며 이번 ‘홍련’이 그에게 갖는 의미를 말했다.

“‘홍련’을 통해 딱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잘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제 상태와 이 공연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 크다. 특히 이 공연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서, 내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이 공연을 만나서 다행이다.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김이후가 ‘홍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대본이었다. 그는 “대본을 받아서 읽었는데 정말 재밌더라. 술술 읽히고 이해도 잘 됐다”며 “특히 홍련이랑 바리라는 두 인물을 만나게 한다는 설정이 참 흥미로웠고, 대본을 읽자마자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습 기간과 공연 기간 내내 그 사람의 시선으로 보고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인물이 매력 있고 좋다는 느낌이 들어야 시작하게 된다. 질리지 않고 계속 사랑하면서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어야한다.”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그렇다고해서 참여 작품을 결정하는 기준이 꼭 대본에만 있지는 않았다.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메시지와 더불어 함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사람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내가 맡은 인물이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공연 전체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으면 참여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연습하다 보면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니까 내 인생의 한 시기를 함께 살아내는 것이라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은 거다.”

‘홍련’은 대본 속 캐릭터가 좋아서 선택했기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이후 어떤 배우들이 함께하는지 확인한 김이후는 “역시 대본이 좋으니까 다들 이렇게 모였구나 싶었다”며 웃어보였다.

처음 김이후에게 ‘홍련’의 대본이 도착했을 때는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홍련’ 역에 대해 김이후는 “두 인물이 다 너무 좋았다. 더 어울리는 걸로 시켜주신 것 같고, 뭘 해도 좋을 만큼 두 캐릭터 너무 매력있다 느꼈다”며 그가 느낀 두 배역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첫 인상으로는 홍련이 표출하는 아이고, 굉장히 불같다고 느꼈다. 반면 바리는 그 홍련을 계속해서 받아주고, 들어주면서 어른처럼 포용해주고 사랑해주는 캐릭터라 그 둘의 매력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불꽃과 바다 같더라. 근데 극 중에서 그 둘의 교차점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나. 그래서 공연을 하면서는 점점 둘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매력이 다르게 보이지만, 그 안에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고, 그 아픔이 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보듬으며 가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다른 그 캐릭터들이 다 매력 있다고 느꼈다.”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김이후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창작 초연 작품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이번 ‘홍련’ 역시 정식 무대에 처음 오르는 창작 초연 뮤지컬이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공연했던 작품이라 해도 제가 한 인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처음 하는 거라서 굉장히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그럼에도 창작 초연일 때의 어려움은 더 크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집을 짓는다고 상상하면 이미 공연했던 작품은 그 터에 집이 있었다는 걸 알지만 창작 초연은 내가 짓는 이 공간이 단단한 바위 위인지, 모래사장 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짓다가 다 무너뜨리고 다른 데로 옮겨서 다시 짓는 과정들이 추가되는 것 같고, 그게 창작 초연의 어려운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예쁘게 완성되고,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실 때 더 뿌듯하고 기쁨도 크다. 또 배우 입장에서는 창작 초연에 참여한 만큼 책임감이 더 생기고, 누구든 올 수 있는데 내가 선택되었으니까 나만의 장점을 하나라도 발휘해서, 나라서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홍련’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이후는 단번에 “수도 없이”라며 긍정하고 “리딩을 여러 번 거쳐서 음악이나 대본이 완성된 상태에서 연습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니까 동선이 생기고 무대가 만들어지면서 리딩 때는 만나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장면을 더 매끄럽게 연결하려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특히 결말에 대해서도 여러 번 수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글과 음악으로만 들었을 때와 실제로 사람들이 씬 안에 들어가서 표현했을 때가 완전히 다르니까 그 다른 부분을 무대에서 보여드리고, 다시 보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도 해보고. 이런 과정을 엄청나게 반복했던 것 같다.”

김이후가 맡은 홍련의 캐릭터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계속 홍련을 다듬어갔다고 밝힌 김이후는 연습 기간 중에 같은 역할을 맡은 홍나현, 한재아의 연기를 직접 보면서 캐릭터 구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연습을 함께하면서 나현이와 재아 언니가 같은 역할을 각자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서 연기하는 걸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걸 보면서 홍련이 아이로 보이는 순간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모, 목소리, 성향, 성격이 모두 다른 제가 표현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 안에서 생각하고 있는 홍련의 연령 설정에 대해 계속 수정해갔던 것 같다. 어느 정도로 아이 같을지, 얼마나 차갑고 뜨거워질지를 계속 시도해보면서 찾아갔다.”

 

▲ 사진=마틴엔터테인먼트


김이후가 찾은 홍련의 키포인트는 ‘아이’라는 점에 있었다. 그는 “홍련이 너무 어른스럽지 않으면서도 무게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홍련은 원귀이지 않나. 그래서 홍련이 가진 분노가 크지만, 이걸 다 표현하면서도 밉게 보이지 않고, 결과적으로는 안타까움에 도달할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했다. 그 안타까움에 도달할 수 있는 핵심이 홍련이 ‘아이’라는 점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연습 영상이나 연출님에게 물어보면서 중점적으로 체크했던 것 같다.”

특히 김이후가 이번 홍련을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아픈 만큼 치유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공연을 할 때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할 수 있는 한 제일 멀리 가고 싶고, 끝의 끝까지 가고 싶지만, 동시에 돌아오는 것도 항상 생각한다”며 연기에 관한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련도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걸 끝까지 가지만, 마지막에 바리의 씻김굿을 지나 천도될 때 돌아오는 것까지를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실 때, 홍련이 모든 한을 씻고 천도되는 모습을 보실 수 있게 하려고 신경을 쓴다. 아프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도 마지막에는 이 인물이 회복되고 끝났으면 좋겠다는 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홍련’이라는 한 편의 극이 홍련이 아픈 만큼, 회복할 수 있게끔 전력으로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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