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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효진(사진: 스포츠W 임재훈기자) |
[스포츠W 임재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가 마무리 된 지난 달 30일 대회장인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핀크스 골프클럽의 클럽 하우스 앞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이번 대회에서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올 시즌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소타 우승 기록을 세운 임희정(한국토지신탁)과 함께 공동 14위(6언더파 282타)에 오른 중학생 아마추어 선수 양효진(제주노형중 3학년)이었다. 이번 대회에 추천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양효진은 대회 최종일인 이날 하루 5언더파 67타라는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적어내며 전날보다 순위를 22계단이나 끌어올린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쳐 대회 종료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아마추어 1위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이번 대회에 출전한 98명의 선수 가운데 양효진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는 단 13명에 불과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면서 상금 순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민지(NH투자증권)를 비롯해 박지영(한국토지신탁), 홍지원(요진건설), 한진선(카카오VX), 장수연(동부건설), 성유진(한화큐셀, 지한솔(동부건설) 등 올 시즌 KL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챔피언들도 이날 만큼은 리더보드에서 양효진보다 낮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에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스스로 골프 선수를 하겠다고 아버지를 졸라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는 양효진은 전국 단위 대회에서 우승 경험은 없지만 초등학교 시절 박카스배에서 3위, 중학교 진학 후 중고연맹전에서 3위를 차지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제주지역 예선에서 아마추어 부문 1위를 차지, KLPGA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본선 무대에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 아마추어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해 주목을 받았고, 대회를 공동 51위로 마쳐 대회 시상식에서 아마추어 1위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나 역시 자신의 고향인 제주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한 양효진은 톱10에 가까운 성적으로 다시 한 번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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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출전 당시 양효진(사진: 스포츠W 임재훈 기자) |
양효진은 경기 직후 클럽하우스 앞에서 만난 스포츠W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던 데 대해 "3라운드 때는 스윙이 안 될 정도로 긴장을 했는데 한 번 긴장하니까 이제 오늘은 긴장이 진짜 하나도 안 되고 그냥 할 수 있는 걸 다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뿌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양효진은 올해 첫 학생부 대회에 출전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이후 출전 대회에 시드 없이 출전을 이어갔지만 첫 대회의 부진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고, 이후 출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최근에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양효진은 특히 지난 9월 열린 ‘제12회 KLPGA 회장배 여자아마골프선수권 대회’에서 톱5에 이름을 올리며 'KLPGA 준회원 실기평가 면제'라는 특전까지 받아 놓은 상태다. 양효진은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그런 상태에서 프로 대회를 나가니까 이제 멘탈도 흔들리지 않고 잘 잡고 마지막 날까지 칠 수 있었다"며 "작년 삼다수 때는 좀 어렸던 것 같아요."라며 멋적게 웃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양효진은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업과 대회 출전을 병행할 계획이다.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원격으로 학업을 이어가며 골프에 전념하는 일반적인 엘리트 학생 선수들과는 약간 다른 선택이다. 그는 "대회 출전은 수업 일수 맞춰서 큰 대회로만 나가야 될 것 같아요. 다시 프로 대회에 나가게 되면 정말 잘 칠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이답지 않은 당찬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대회에서 대선배 김효주와 함께 라운드를 펼친 이야기를 할 땐 골프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의 얼굴로 돌아왔다. "1라운드 때 김효주 프로님이랑 쳤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님"이라며 "제가 제일 처음 뵌 프로님이기도 했고 그래서 치시는 걸 진짜 다 눈에 담고 싶었는데 제가 할 게 있어서 그게 안 되잖아요. 그건 살짝 아쉬웠어요. 진짜 퍼트를 너무 잘하셔서 '저건 진짜 내가 보고 배워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양효진의 두 눈망울이 초롱초롱 했다.
양효진은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앞으로 저만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남한테 휘둘리지 않고..."라고 말했다.
3년 뒤 열 아홉 살이 되면 곧바로 프로로 전향하겠다고 밝힌 양효진은 '3년 남았다'는 기자의 말에 "그 때까지 열심히 쳐야죠"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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