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1970년 엘리트 기숙학교라 불리는 바튼 아카데미, 학생과 동료 모두에게 미움받는 역사 선생님 ‘폴’은 동료 선생님의 거짓말로 인해 크리스마스 연휴 당번을 떠맡게 돼 주방장 ‘메리’와 학교에 남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시시때때로 다투고, 제멋대로인 학생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문제아 ‘털리’는 도중에 스키를 타러 학교를 떠난 다른 아이들과 달리 부모와 연락이 끊겨 학교에 홀로 남게 되고, 그렇게 ‘폴’과 ‘털리’, ‘메리’는 원치않는 동고동락을 시작한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
‘바튼 아카데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학교에 남게 된 역사 선생님 ‘폴’과 문제아 ‘털리’가 주방장 ‘메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슴 따뜻한 위로를 나누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연출을 맡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영화는 현재까지 해외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총 93관왕을 기록, 18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지난 1월 23일 노미네이션이 발표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비롯 총 5개 후보에 올랐다.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미닉 세사가 영화의 주연으로 분했고, 이중 도미닉 세사는 ‘바튼 아카데미’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신예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또, ‘라이언 일병 구하기’, ‘아메리칸 스플렌더’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온 폴 지아마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사이드웨이’ 이후 20년만에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재회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각본 작업 때부터 그를 ‘폴’ 역으로 염두에 뒀다고 전하기도 했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
‘바튼 아카데미’라는 국내 제목보다는 원제 ‘Holdovers’가 영화의 의미를 더 잘 나타내고 있다. ‘Holdovers’라는 단어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외롭고 상처입은 이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 속 이야기를 표현한다.
혼자인 것이 익숙한 ‘폴’과 2차 세계대전으로 아들을 잃은 ‘메리’, 무관심한 어머니와 새아버지에 홀로 남겨진 ‘털리’는 각기 다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닮은 모양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이들과 2주 간의 연휴를 함께하며 연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이들의 소소한 치유의 여정 중 절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완고한 선생님과 거친 반항아가 서로에게 융화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로를 나아가도록 이끄는 과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든다.
또, 영화는 어둡다고 일컬을 수 있는 세 사람의 사연을 말맛이 좋은 대사로 무겁지 않게 승화해낸다. 세 명의 아웃사이더가 처해있는 우울한 상황을 자조하는 블랙유머가 웃음을 유발하고, 특히 ‘폴’과 ‘털리’가 주고 받는 거침없는 티키타카는 극명한 이들의 세대 차이를 유쾌한 시선으로 비춘다. 그러는 한편, 자라나는 청년을 향한 진심어린 어른의 조언과 위로를 담은 대사는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리기도 한다.
▲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를 완벽히 재현한 것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스튜디오 로고부터 50년 전 영화를 연상케 하는 ‘바튼 아카데미’는 영화 속 장소, 패션 뿐만 아니라 필름의 질감, 사운드, 장면 전환 기법까지 모든 영화적 요소를 그 시절에 끼워 맞춘 듯한 철저한 고증을 선보인다. 이는 온기 가득한 색감의 영상미와 더해져 벽난로불과 같은 포근함을 선사한다.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가족 영화보다는 추운 겨울을 홀로 보내는 이들에게 좋은 위로와 웃음이 되어줄 것 같은 영화다. 폴 지아마티를 주축으로 모든 주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는 노골적인 신파 코드 없이도 깊은 공감과 뭉클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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