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샤렌 [AFP=연합뉴스] |
"신유빈의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요? 충분히 가능하죠. 아직 40년이나 더 뛸 수 있을 텐데!"
만 예순한 살 '할머니 탁구선수' 니샤렌(룩셈부르크)이 공동취재구역을 통과하는 데엔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그를 가볍게 돌려세운 세계 1위의 현역 최강자 쑨잉사가 극성맞은 중국 기자들과의 문답을 다 마치고 빠져나간 뒤에도 40여분이나 더 지나서였다.
니샤렌은 31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32강전을 치렀다.
이번 대회는 니샤렌의 6번째 올림픽 무대다.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중국 국가대표를 지낸 니샤렌은 1989년 독일로 이민했고, 룩셈부르크에 정착했다.
꾸준히 탁구를 즐기던 니샤렌은 룩셈부르크 대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다. 4년 뒤 아테네 무대는 밟지 않았으나 이후 다시 꾸준히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날 니샤렌의 움직임은 3년 전 도쿄 대회에서보다 느려 보였다.
하지만 얼굴에 가득한 미소는 여전했다. 쑨잉사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이걸 대체 어떻게 막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크게 웃어 보였다.
니샤헨은 3게임에서는 10-9로 잠시 앞서나가기도 했다. 그가 두 주먹을 흔들며 기합을 불어넣자 중국 팬들까지 손뼉을 치며 응원을 보냈다.
게임 점수 0-4 완패. 하지만 주인공은 패자인 니샤렌이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남편이자 코치인 토미 다니엘손과 두 손을 흔들며 화답하던 니샤렌은 끝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니샤렌은 "이렇게 많은 관중이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그렇게 높은 레벨의 선수(쑨잉사)와, 그런 분위기, 그런 광경 속에서 대결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대회가 열리는 4년 뒤엔 니샤렌은 65세가 된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인지를 묻는 말에 니샤렌은 "그건 말하기 힘들다. 생각하기가 두렵다"며 살짝 슬픈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는 다니엘손 코치는 "4년 뒤면 65세인데…그건 정말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니샤렌은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대한항공)을 상대해 패했다. 신유빈의 공을 쉽게만 넘기던 그에게 한국 팬들은 '탁구 도사'라는 별명을 붙였다.
당시 그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다'는 말을 남겨 한국 팬들에게 짙은 감동을 줬다.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니샤렌은 "그러니 오늘을, 매 순간을 즐겨야 한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아름다운 인생은 천천히 지나간다"고 말했다.
니샤렌은 전날 신유빈이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낸 사실을 언급하면서 "신유빈은 정말 사랑스러운 소녀이자 '빅 스타'다. 신유빈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에게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신유빈이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는 "언제나 기회는 있다. 다만, 신유빈은 아주 어리고 앞으로 그 앞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