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연상호 감독은 매번 다른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 항상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 함께 조금은 희망적인 결말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옥2'의 엔딩은 열린 듯 하지만 절망에 가까운 결말이다. 박정자는 아들과 만났고, 민혜진은 재현의 손을 잡고 태양이 빛나는 곳으로 향했지만, 정진수는 지옥 사자가 됐다. 세상은 천사의 고지가 넘쳐났다. 연상호 감독은 정진수의 괴물화에 대해 "내면의 물질화"라고 했다.
"지옥 사자는 인간이 가진 혐오 감정으로 추동되는 에너지가 있다. 정신적인 에너지가 다양하다. 사실은 그런 면이 물질화된다면 어떤 형태일까라는 생각으로 지옥 사자의 모습이 시작됐다. 표현은 어렵다. 계속 모습을 변화해가고 하나의 모습을 유지하지 않고, 새카맣고, 그런 느낌들을 생각했었다. 그런 느낌들이 사실은 인간이 가진 내면들이 물질화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즌2 지옥 사자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른 이유도 원작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자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들도 사람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감독 연상호/넷플릭스 |
정진수가 지옥 사자가 된 후 박정자가 외치던 '종말'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상 모든 이들이 고지를 받은 것이다. 천사의 얼굴이 상공에 떠 있고, 이를 보며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의 모습은 소름이 돋고, 가히 충격적이다.
"박정자는 민혜진한테 종말이 온다고 한다. 박정자가 예측한 것은 종말이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만났고, 민혜진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다. 저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제가 느끼는 세상은 그것과 가깝다. 큰 애가 10살이고 둘째가 3살이다. 큰애 어릴 때는 'TV유치원', '번개맨'도 보고 했는데, 둘째는 그런 존재를 모른다. 유튜브 밖에 모른다. 이 세상은 TV방송이라는 개념이 다르다. 저는 그런 현상들이 대규모 고지 이상의 충격 같은 느낌이다. 옛날에는 지면 신문도 있었는데, 요즘은 다 휴대전화로 본다. 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종말보다는 새로운 시작으로 여겨야 할 것 같다."
'지옥' 세계관의 시작은 무려 21년 전이다. "'지옥'을 만든 게 20대 중반이다. 2003년에 만들었다. 21년 전이다. 그때는 뭣도 모르고 만들었던 것 같다. 막연한 불행에 대한 공포 같은 게 있었다. 불행은 이유도 모르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 불행이 언제가는 닥쳐올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집에 갑자기 불이 나면 어쩌지. 돈을 못 벌면 어쩌지 같은 막연한 공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공포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다 보니 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나 생각하다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감독 연상호/넷플릭스 |
'지옥'은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 '지옥'까지 많은 작품을 오랜 시간 협업하고 있는 최규석 작가와 협업한 첫 작품이다. 두 사람은 상명대학교 동문이다. "최규석 작가와는 상명대 96학번 동기다. 최규석 작가는 만화학과다. 미술학원 다닐 때 친한 친구가 최규석 작가와 동기였다. 친구의 친구로 친해졌다. 가장 친해진 친구라고 얘기할 수 있다. 작업하면서 좋은 대화 상대였다.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가, '지옥1'때 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한 것이다. 어릴 때는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하나 놓고 밤새 이야기 하던 친구였다. 근데 서로 바빠지고 볼수가 없게 되더라. 이러다가 못보게 되겠다 싶어서 작업을 같이하자 싶었다. 그때 '지옥'을 다시 만들어보자 싶었다. '계시록'이라는 작품도 같이 했고, 아직 발표하지 않은 작품도 같이 했다. 어릴 때부터 알다보니 성향이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고 다르지만 서로 잘 알아서 편하다."
연상호 감독의 작업하는 방식 중에 하나는 스스로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는 마중물은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데 원동력이 된다. "저는 스스로에게 외주 형태로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다. 팬픽의 형태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계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저도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저 혼자서 어떤 상황을 만든다. 특정 작가의 소설을 정하고 그걸로 팬픽 형태를 만들면 엉뚱하게 나올 때가 있다. 저는 '기생수'로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든 사람이다. 그런 상황은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작업한 독립영화 '얼굴'은 제작비가 2억이다. 처음에는 1억으로 실사 영화를 만들겠다는게 시작이었다. 마음대로 하겠다고 기획했던 작품이다. 그런 것들이 저만의 마중물인것 같다. 스스로에게 숙제를 주고, 외주를 저 자신한테 주는 것이다. 그런식으로 일하면 뭔가가 생각이 나게 되고 그게 다른 사람들한테 호응을 얻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지옥' 시즌2까지 완성했지만, 시즌2가 '종말'을 예고한만큼 시즌3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연상호 감독은 많은 창작자들과 '지옥' 세계관을 공유하고 함께 확장시키고 싶어 했다. 그는 스스로 "'지옥'이라는 마중물을 부었다"고 표현했다.
"저는 팬픽 문화가 많은 국가들에 동경이 있다. '건담'은 2차 창작물의 공식과 비공식을 넘어선 사이드 소설이 많다. 스'타워즈'는 뒤섞였고 그게 부럽다. 한국에서는 그런 문화가 많지 않다. 한국도 얼마든지 그런 세상이 될 수 있다. 마중물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옥'이라는 세계관이 시즌2를 한다고 할 때부터 확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계관을 닫고 결론내는 게 아니라 확장 시키기 위해 한 것이다. 최근 출판사 한 곳과 작가님들과 앤솔로지를 만들자고 했다. 어떤 시대여도 괜찮다. 제가 '지옥' 전문가로서 몇 가지 룰만 설명드렸다.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다. 거기서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콸콸 쏟아질 수 있는 것이다. '부산행' 때도 그런 생각이 있었지만 제가 원작자는 아니다. '지옥'은 원작이 제 저작권이라서 가능한 것이다. 팬픽과 같은 재미있는 시작은 유튜브 '지옥' 해석 영상들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작가, 팬분들이 난립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