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키리에의 노래’ 이와이 슌지 “신인 시절 열광적인 팬 많아…인생의 강력한 힘 됐다”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11-10 14: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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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제 작품을 이해해주시는 팬들이 한국에 많이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뒤쳐지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하겠다. 한국 팬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 싶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키리에의 노래’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와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담은 음악 영화다.

‘키리에의 노래’의 정식 국내 개봉을 기념해 내한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미디어캐슬
 

이와이 슌지 감독은 과거 “오겡끼데스까”라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러브레터’로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1999년 한국에서 개봉한 ‘러브레터’는 현재까지 총 8번의 재개봉을 거쳤고, 현재까지도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115만)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이와이 슌지 감독은 “처음 한국에 왔던 게 ‘4월 이야기’(1998)를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을 때다. 이후 ‘러브레터’를 한국에서 정식 상영하면서 또 다시 한국에 왔는데, 당시 저는 신인이었음에도 열광적인 팬 분들이 많았고, 인생에 강력한 힘과 응원이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한국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한류를 중심으로 한 K-콘텐츠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만큼 이와이 슌지에게도 K-콘텐츠는 영향을 미쳤다. 감독은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한국 영화가 성장해 오는 걸 곁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에 친근감을 갖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빠져서 한번에 정주행했다. 한국의 콘텐츠는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콘텐츠의 차이점에 대해 “일본은 영화와 만화의 문화가 분리되어 그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는 한편, 한국 컨텐츠는 여러문화의 융합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며 냉정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 사진=미디어캐슬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재패니메이션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실사 영화는 주목받지 못하고 완성도가 낮다는 선입견을 없애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사 영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도 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에 대해 주관을 드러냈다.

“일본에서의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관객층이 완전히 다르다. 각각 다른나라에서 만들지 않나 싶을 정도로 환경이 다르다. 일단 애니메이션에 비해 실사 영화의 팬이 압도적으로 적고, 예산도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도 메우지 못한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ai와 새로운 엔진도 등장하고 있어서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모두가 자유롭게, 종이에 상상한 것을 그리는 것처럼 자신의 기술로 만드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이시이 유야 감독의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등 일본 영화감독과 한국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배두나 배우와 ‘장옥의 편지’라는 단편 영화를 찍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과거에 조명이 비춰졌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한국 배우와 협업 하고 싶다”고 전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배두나 배우와 단편을 찍은 적은 있지만, 장편 영화는 작업 해본 적 없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찍어보고 싶고,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와 만나서 악수도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해보고 싶다.”며 협업 하고 싶은 한국 배우를 밝히기도 했다.

 
▲ 사진=미디어캐슬
 

‘키리에의 노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음악 영화다. 그가 음악 영화를 시도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그의 전작에 있었다. 감독은 ”전작 ‘라스트 레터’ 안에 등장하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의 내용을 확장해 속편을 만드려 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대신 소설 속 나오는 인물이 ‘키리에의 노래’의 기본 설정이 됐다.”며 ‘라스트 레터’와 ‘키리에의 노래’의 연결고리를 밝혔다.

“원래 히로세 스즈가 연기한 ‘마오리’가 도쿄에 가서 가수가 되는 내용이었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노래를 하는 여자와, 그에게 매니저로 붙은 여자. 이들의 잘 풀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아이나 디 엔드를 캐스팅 하게 되면서 그가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주인공도 노래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음악 영화가 된 것 같다.”

‘키리에의 노래’는 동일본대지진을 떼놓고 말할 수 없는 영화다. 말을 못하고 노래로만 소통할 수 있는 주인공 ‘키리에’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을 구축할 때도 동일본대지진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노래를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 주인공이 말을 못하는 여자라는 것은 동일본대지진을 겪으며 생각한 아이디어였다.”며 “오사카에 말을 안 해서 ‘안해’라고 불리는 여자가 있었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 설정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노래하는 주인공과 말 못하는 소녀가 융합돼 ‘키리에’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 사진=미디어캐슬
 

영화의 배경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저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며 극 중 자전적인 이야기가 함유됐다는 것을 드러낸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와 관련된 뭉클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마츠무라 호쿠토가 연기한 나츠히코는 학창 시절 친구를 빌려온 캐릭터다. 그 친구는 미야기현의 이시노마키에 살고 있었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숙소를 마련해서 공부를 하는 아이였다. 그 멘션에 자주 놀러갔던 기억이 있다. 나츠히코처럼 그 친구는 나중에 의사가 되긴 했지만, 최근 뇌졸중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 요양시설에 들어갔다.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영화는 옛 고향 친구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키리에의 노래’의 타이틀롤을 맡은 아이나 디 엔드는 일본의 아이돌 그룹 BiSH 출신 보컬리스트다. 그는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긴 분량의 장편 영화를 끌고 가야 했는데, 이에 대해 우려는 없었는지 묻자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아이나 디 엔드가 노래를 하고 있는 무대를 봤을 때 엄청난 표현력을 갖고 있어서 연기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성인인 아이나 디 엔드가 어린 고등학생 여자아이의 철없는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게 유일한 걱정이였다. 하지만 작업에 들어간 첫 날, 고등학생 때 장면을 촬영했는데 현장에서 연기하는 아이나 디 엔드의 모습을 보고 문제가 없겠다는 완전한 확신을 갖게 됐다.”

 
▲ 사진=미디어캐슬


첫 촬영부터 온전한 신뢰를 준 주인공인 만큼 이와이 슌지 감독은 캐스팅 만족도에 대해 “매우 만족”이라 말했다. 또, 그는 “아이나 디 엔드의 재능은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대단하고, 보여지지 않은 게 많다는걸 알고 있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 한해서는 100퍼센트 만족하지만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는 1000퍼센트 만족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키리에의 노래는’ 3시간 분량의 디렉터스 컷 버전이고,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2시간으로 분량을 줄인 정식 상영본이다.

 

무려 1시간의 분량을 덜어낸 것에 대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번 작품은 음악이 굉장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3시간 분량의 ‘키리에의 노래: 디렉터스컷’에서 영화 2시간, 콘서트 1시간이 패키지화가 되어있다면, 두시간 버전은 영화 1시간에 콘서트 1시간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시간 분량의 디렉터스컷 버전에도 포함되지 않은 이야기는 동명의 소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소설이 영화보다 먼저 쓰여졌지만, 영화를 촬영한 후 떠올린 내용을 소설에 추가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에 따라 ‘마오리’를 연기한 히로세 스즈는 촬영을 끝마친 후 연기한 인물의 서사를 알게 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오리’가 어떻게 ‘잇코’가 됐는지에 대한 중간 과정이 소설에 굉장히 많이 들어가있다. 그래서 영화를 찍은 후 히로세 스즈에게 소설에 마오리의 이야기를 추가했으니까 읽어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히로세 스즈도 연기할 때는 ‘마오리’가 ‘잇코’가 된 사연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됐다. 또, 영화 엔딩 마지막 인터넷 카페에서 노래하는 ‘키리에’의 옆방에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 속에 하나의 이야기로 들어 있다.”

 

▲ 사진=미디어캐슬


이와이 슌지 감독은 ‘화이트 이와이’와 ‘블랙 이와이’를 오가며 상반된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키리에의 노래’는 ‘화이트 이와이’와 ‘블랙 이와이’의 중간계에 위치해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한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차기작은 ‘블랙 이와이’가 될 전망이다.

“제 속에는 어두운 이야기가 훨씬 많다. 최근 새까맣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두운 소설을 썼는데 언젠가 영화화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블랙 이와이의 극치라 할 수 있겠다.”

상영관이 적은 와중에도 ‘키리에의 노래’가 1만5000명의 관객을 돌파한 현상은 여전히 이와이 슌지 감독이 한국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음에 서울에 오게 될 때는 영화 촬영을 위해 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이와이 슌지 감독은 한국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과거에 만들었던 작품들을 돌아보지 않고 늘 지금 내가 보고싶은 작품, 스스로 실망하지 않는 작품, 기대하고 있는 나의 작품을 열중해서 만들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제 작품을 이해해주시는 팬들이 한국에 많이 있어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뒤쳐지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하겠다. 한국 팬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만들고 싶다. 계속 응원을 해 주셨음 한다. 한국에서 소설도 출판되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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