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예인 “‘카르밀라’와 ‘놀면 뭐하니’ 함께 소화…링거 꽂고 버텼어요”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4-07-24 08: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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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뱀파이어물이라 한다면 보통 피가 난무하고 서로의 목을 물고 흡혈하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극의 주인공 카르밀라는 인간이 피해를 입는 걸 거부하는 흡혈귀이기 때문에 아무의 목도 물지 않는다. 

 

따라서 카르밀라가 극중 인간의 피를 마시는 장면은 꽃의 가시에 찔린 로라의 손가락에 흐른 피를 빨아 마시는 장면 밖에 없었다. 작품의 분기점이기도 한 이 장면에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 사진=네버엔딩플레이, ㈜라이브러리컴퍼니

 

해당 장면에 대해 정예인은 “최대한 급하지 않게 하자는 게 모두의 의견이었다”면서 “소극적으로 느껴지시는 관객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카르밀라 입장에서는 전혀 인간의 피를 흡혈하지 않다가 처음 로라의 피를 맛본 순간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빨리 지나가버리지 말고 천천히 긴장감을 가져가보자는 방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 저는 정말 음미하는 거다. 카르밀라는 로라를 만나기 전 10년 동안 짐승 피만 먹었으니까 인간으로 치면 상한 음식만 먹다가 갑자기 뷔페를 차려주는 느낌인거다.(웃음) 이 장면 전까지 카르밀라는 굉장히 뱀파이어인데 소극적이다. 오히려 로라가 적극적이고 저는 밀어내면서 갈팡질팡하는데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카르밀라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서 천천히 긴장감있게 공들여서 보여주자고 연출님과 배우들 모두 얘기했다.”

또 손가락에 흐른 피를 마시고 점점 입을 로라의 목덜미 쪽으로 옮겨가는 건 원래는 없었던 흐름이며, 창작진과 배우들의 대화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원래 손가락 피를 빨다가 로라를 밀치는 걸로 끝이었다. 그런데 손가락보다는 동맥이 있는 목덜미에 피가 훨씬 더 많지 않나. 손가락의 피가 없어지면 목덜미 쪽이 제일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같은 이유로 뱀파이어가 목을 무는게 아닐까 싶다. 피가 팡 터지니까(웃음) 그래서 맥박이 두근두근 뛰는게 보이는 쪽으로 입을 옮기면서 긴장감을 유지해 보자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 같다.”

‘카르밀라’에서는 오히려 인간인 로라가 뱀파이어가 되기 위해 카르밀라의 목을 무는 장면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해당 장면에 대해 정예인은 “버전이 정말 많았다. 한 10개 넘었던 것 같다”면서 “로라가 뱀파이어가 된다는 결말은 변하지 않지만 복잡한 지점이 많았다. 로라는 송곳니가 없는데 카르밀라의 목을 어떻게 물 건지부터 시작해서 서로 무는지 로라만 무는지, 결국 카르밀라와 로라는 종속 관계가 되는 건지, 관련해서 정말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많은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 현재의 흡혈씬은 로라가 원해서 자의적으로 뱀파이어가 되는 게 명확히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맞춰서 구성된 장면이다.

“카르밀라는 극의 끝까지 로라가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달려온 인물이다. 근데 로라가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면서 갑자기 카르밀라의 피를 마시고 흡혈귀가 되어버리면 카르밀라의 입장에서 좋기만 한 건 아니라 로라가 자의적으로 카르밀라의 피를 먹고 카르밀라도 나의 피를 로라가 먹는 것에 대해 허락을 하는 걸 보여줄 수 있기를 원했다. 그런 이유로 로라는 칼을 들고 제게 권유하지 않는다. 그저 영원한 삶을 함께하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만 하는데, 그걸 본 카르밀라가 마음을 먹고 스스로 칼을 들어서 송곳니가 없는 로라를 위해 자신의 목을 살짝 베어서 로라가 피를 마시기 쉽게 상처를 내준다. 이 씬을 만드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 사진=네버엔딩플레이, ㈜라이브러리컴퍼니

 

이번 ‘카르밀라’ 초연에는 ‘카르밀라’ 역에 유주혜, 전민지, ‘로라’ 역에 이서영, 박새힘, 이재림, ‘닉’역에 송영미, 민도희, 김서연 ‘슈필스도르프’ 역에 한상훈, 반정모가 참여한다. 그중 주로 합을 맞추는 로라, 닉 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한 정예인의 감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재림 로라는 저보다 나이도 조금 어리다. 키와 체구도 저보다 작고 너무 귀여운 다람쥐처럼 생겨서 모든 씬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새힘 로라는 외모랑 목소리가 정말 여성스러운데 그 안에 강단이 있다. 단단한 무언가가 있는 로라라 믿음이 가고, 자신의 신념이 확실히 있는 로라 같아보인다. 또 카르밀라에게 반한 게 가장 많이 느껴지는 로라인 것 같다. 서영 로라는 연기하면서 가장 마음이 가는 느낌이 있다. 안쓰럽고 지켜주고 싶은 감정이 가장 많이 든다.”

“영미 닉은 너무 무섭고 중간중간 열받는 포인트를 너무 잘 살린다. 자기가 너무 세서 카르밀라가 어쩔 수 없이 질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영민한 닉이다. 또 회차를 거듭할 수록 터프함이 강해지는 것 같다. 관객으로서 영미 닉을 봤으면 정말 반했을 것 같다. 서연 닉은 무대에서 봤을 때 너무 예쁘고, 눈이 엄청 똘망똘망한데 그 초롱초롱한 눈에서 오는 무서움이 있다. 또 체구가 작은데도 파워풀한 연기를 너무 잘해준다. 닉의 강인함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도희 닉은 정말 ‘광기 닉’이다. 뽀글뽀글 볶은 머리에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운데 진짜 무섭다. 처키처럼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이 든다.”

정예인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근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우리들의 축제’에서 그룹 러블리즈가 3년 만에 완전체로 뭉쳐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예인은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면서 소회를 전했다.

“팀이 해체가 된 건 아니지만 각자의 일이 있어서 뭉치기가 쉽지 않았다. 저만해도 ‘카르밀라’를 준비하면서 [놀면 뭐하니]를 같이 준비해서 체력적으로는 되게 힘들었다. 8명의 스케줄을 다 맞추는 부분들이 쉽지 않았는데 이런 축제를 통해 모두가 한번에 시간을 빼서 맞추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할 정도로 행복했다. 오랜만에 언니들을 자주 봐서 너무 좋았다”

특히 정예인은 무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러블리즈의 팬들에 대해 “팬분들은 완전체 무대를 보는 그 감회가 정말 새로우셨던 것 같다”면서 “사실 전 팬분들이 그렇게 오열하실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뮤지컬을 할 때는 커튼콜이나 퇴근길에 직접 팬분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실질적으로 팬분들을 만날 기회가 정말 없다보니까 러블리즈를 좋아해 주셨던 팬분들이 계셨다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뵙는 팬분들이 우시는 얼굴을 보고 죄송하면서도 반가운 복합적인 마음이 들었다. 저도 제가 눈물이 날 줄 몰랐는데 인터뷰를 할 때 팬분들의 눈물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감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 사진=MBC

러블리즈 시절부터 정예인을 봐온 팬들은 ‘카르밀라’로서의 정예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정예인은 “팬분들은 제가 뮤지컬을 하는 걸 정말 신기해하신다”면서 웃어보였다.

“제가 팀에서 메인 보컬이 아니었고, 저희 멤버 언니들이 노래를 워낙 잘해서 그룹 활동하면서는 대외적으로 저의 노래를 보여줄 일이 없었다. 근데 뮤지컬을 한다 해서 왔는데 넘버도 너무 많고 팬분들 앞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낮은 중저음에 강단 있는 말투를 사용하다보니까 팬분들이 너무 놀라셨다. 며칠 전에 가족들도 보러왔고, 지애 언니도 보러왔는데 전 줄 몰랐다고 했다.(웃음) 새로워하시는 것 같고 너무 좋아하신다. 이런 모습은 ‘카르밀라’에서 밖에 볼 수 없으니까 다회차 관람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같은 러블리즈 멤버 케이는 동시기에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무대에 오르고 있다. 뮤지컬 선후배 사이기도 한 둘 사이에서는 격려와 응원이 오갔다.

“케이 언니랑 헤어 메이크업 샵이 같다. 그래서 제가 ‘카르밀라’ 공연을 하기 위해 샵에 가면 언니는 ‘4월은 너의 거짓말’을 준비하느라 샵에 와 있는 경우가 있어서 마주치면 세세한 조언보다는 둘 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서로 응원을 정말 많이 해줬던 것 같다. 특히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위윌락유’ 때 같이 공연 올린 연출님이시고 그때 같이 했었던 언니 오빠들이 ‘4월은 너의 거짓말’도 하고 있어서 꼭 보러갈 예정이다.”

뮤지컬 준비와 [놀면 뭐하니] 연습, 앨범 준비 같은 다수의 스케줄이 겹친 지난 5월은 정예인에게 있어서 매우 바쁜 시기였다. 당시 기억이 삭제된 것 같다면서 웃어보인 정예인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으러 다녔다. 영양 링거를 맞으면 순간 힘이 '팍' 몸에 돈다. 주사 꽂고 버텼다”면서 링거 투혼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돌 활동 할 때보다 좀 더 힘든 것 같다. 그룹 활동을 할 때는 그래도 8명이 체력도 함께 분배한 느낌이 있다. 그 때는 8명이 다같이 모여서 100%를 만들 수 있으니까 고된 스케줄을 7년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르밀라’를 준비하면서는 달랐다. 특히 솔로 넘버 같은 경우는 온전히 그 무대 위에 저 혼자니까 아무도 저를 도와줄 수 없다. 또 카르밀라로서 극을 끌고 가줘야하는 부분들은 정말 그 인물로서 투철하게 싸워가야하는 부분이라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 사진=정예인 인스타그램


정예인은 “솔직히 뮤지컬 배우로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면서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봤다. 뮤지컬 배우 정예인으로서 갖고 있는 목표점은 무대 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무대 연기로서 지켜져야 하는 것들, 노래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부족한 부분들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많다고 생각해서 이런 부분들이 제게 자연스러운 것들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무대에서 자유롭게 노래하고 연기하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카르밀라’를 하면서 하게 됐다.”

또 정예인은 자신의 연기에 대한 후기를 찾아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전 관객분들의 눈이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티켓 사이트에 적혀있는 후기들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신 것 중에 제가 꼭 적용하고 싶은 부분들도 있었다. 처음 후기를 볼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도달하지 못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좋은 부분들을 많이 생각해 주시면서 응원을 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뮤지컬 ‘카르밀라’는 이제 초입에 들어섰다. 정예인은 ‘카르밀라’의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이미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께 무한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남은 회차들 한 회차, 한 회차 소중하게 더 카르밀라스러운 모습으로 관객분들을 만날 예정이니까 많이 찾아와 봐주셨으면 좋겠고, 기대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카르밀라’는 오는 9월 8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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