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누군가에게는 그냥 '곰'일 수 있다. 가장 힘들었던 코로나19 기간에 푸바오를 통해 힐링을 얻은 분들이 많다. 자신도 모르게 팬이 된 분도 계실 것이다. 물론, 공감을 못하는 분도 계실 수 있다. 저도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동물을 내 곁에서 떠나보낸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다. 이 스토리에 가장 깊게 들어간 한 명으로서 저도 푸덕이가 됐고, 푸바오와 할부지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울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 푸바오. 중국 판다 소유 정책에 따라 지난 3월 4일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떠나 중국으로 갔다. 푸바오의 중국 송환 일정이 결정되고,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면서 푸바오를 비롯한 바오가족(러바오 아이바오 푸바오 루이바오 후이바오)을 가장 가까이서 케어했던 강철원 주키퍼(이하 '강바오'), 송영관 주키퍼(이하 '송바오')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터뷰①] 심형준 감독 "'안녕, 할부지' 푸바오와 재회 엔딩 독점...에버랜드가 힘 실어줬다"/심형준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
푸바오는 할부지 강바오가 태어날 때부터 이별을 예상하고, 슈'푸'스타가 되서 중국에서도 잘 케어받길 바라는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 푸바오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탄생하는 순간부터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송환까지 여정이 모두 공개되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푸덕이(푸바오 팬덤명)들을 양산다. 매주,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와 SNS를 통해 1354일의 여정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으로 공개된 데 이어 영화로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됐다.
영화 '안녕, 할부지'(감독 심형준, 토마스 고)는 개봉 첫날 3만 9555명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최초로 일일 박스오피스 종합 1위를 차지, 개봉 2일째에도 1위를 유지했다. 또한 개봉 첫 주말에는 누적 관객 수 15만을 돌파,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개봉 1주차 누적 관객수 6만 8천), '워낭소리'(개봉 1주차 누적 관객수 7만명)의 기록을 두배 이상 뛰어넘는 기록이다. 바오가족의 귀여운 모습과 가족, 연인, 친구 등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동 스토리는 입소문을 타고 n차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12일 기준 누적 관객수가 17만 3197명을 기록하며 20만 관객에 바짝 다가섰다.(이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인터뷰①] 심형준 감독 "'안녕, 할부지' 푸바오와 재회 엔딩 독점...에버랜드가 힘 실어줬다"/송영관 주키퍼, 푸바오 ㈜바른손이앤에이 |
연출을 맡은 심형준 감독은 평범한 40대 중년 남성이다. 자신의 고단한 삶에 찌들어 있고,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었던 그가, '안녕, 할부지'를 연출하게 된 것은 바오가족과 주키퍼들의 관계, 스토리를 알고나서부터다. "처음엔 난감했다. 다큐 경험도 없고, 관심이 있던 분야도 아니다. 제안을 받고 이틀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유튜브와 SBS '동물농장'을 보면서 공부했다. 푸바오의 탄생부터 너무 귀엽더라. 근데 주키퍼분들은 동물 케어가 익숙한 작업일 수 있다. 그분들이 특별한 애정이 있는지도 궁금했고, 그들의 삶에 푸바오가 녹여져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별을 앞둔 감정도 궁금해서 찍고 싶어졌다. 결론은 남이 찍었으면 배 아플 뻔 했다(웃음)."
'안녕, 할부지'는 어쩌면 푸바오를 잘 알지 못하고,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해본 일반 관객이라면 유튜브에서 짧은 영상들로 접해왔던 모습들을 담아내 특별한 점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강바오, 송바오, 오승희 주키퍼(이하 '오바오')의 뒷 이야기와 바오가족의 특별한 교감이 감동과 힐링 포인트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안녕, 할부지'에는 푸덕이들이 그토록 바래왔던 강바오와 푸바오 재회 장면까지도 담겼다.
"푸바오와 재회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저는 재회 첫 순간부터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재회 장면을 염두해뒀다. 9월로 개봉이 확정되고 7월까지도 저는 계속 편집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구간은 남겨뒀다. 어려웠지만 강바오님과 동행을 했을 때 너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 스토리의 중심이 둘이 재회하는 것인데 그 순간을 강바오님의 뒤에서 카메라로 찍고 있는 것 자체가 심장이 너무 뛰고 감정이 울컥해서 카메라 앵글이 아쉽더라(웃음). 강바오님은 저 이상으로 긴장하고 떨리셨을 것이다. 몇달 안된 제가 이 정도인데, 태어날 때부터 손수 케어하고 키웠던 분이다. 감히 그 마음은 제가 짐작하기 어려웠다."
▲[인터뷰①] 심형준 감독 "'안녕, 할부지' 푸바오와 재회 엔딩 독점...에버랜드가 힘 실어줬다"/푸바오, 강철원 주키퍼 ㈜바른손이앤에이 |
사실 강바오와 푸바오가 중국 선슈핑 판다보고연구기지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이미 공식 영상을 통해 공개된 바. 하지만 공개된 모습 외에 '진짜'가 숨겨져 있다. 이는 감독이 홀로 감추고 있던 독점 콘텐츠다. 푸덕이라면 영화의 엔딩까지 눈을 떼지 않고 봐야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첫째날은 3시간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근데 비가 왔고, 푸바오가 그 공간에서 생활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은 민감하고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가 오니까 푸바오가 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더라. 다음날 오전까지 볼 수 있는 일정이었다. 전날 피곤해보였던 푸바오라서 크게 기대를 안했다. 근데 둘째날 들어가자마자 대나무를 먹고 내려와서 할부지 근처를 서성이더라. 그 모습은 마치, 할부지한테 가까이 가기 위한 출구를 찾는 느낌이었다. 판다는 시야가 짧고 강바오님이 주키퍼 복장도 아니었음에도 푸바오는 할부지를 알아보더라. 그 모습을 옆에서 담는데 굉장히 찐했고, 가슴 아팠다. 정말 발이 안 떨어지더라."
심 감독에게도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드라마가 많았다. 그럼에도 재회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제 심장이 제일 빨리 뛰었다. 기쁨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되게 오묘한 감정이었다. 마치 미슐랭 음식을 먹었을 때 첫 맛이 레이어드가 많아서 다양한 감정이 드는 느낌이었다. 제가 감당이 안될 상태로 레이어가 쌓여서 그 재회를 통해 모든 것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 장면에는 음악도 엄청 고민을 했다. 저는 밝고 희망적이고 기쁜 음악으로 가고 싶다고 했었다."
무엇보다 강바오와 푸바오의 재회 순간을 독점할 수 있게 해준 에버랜드에 감사하다. "재회의 현장은 에버랜드도 함께했다. 정말 최소의 규모, 최소의 인원으로 갔지만 저만 찍고 싶은 콘텐츠였다. 그럼에도 동물이기 때문에 알 수 없어서 많은 우려가 있었다. 강바오님이 직접 가셔서 푸바오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장면이다. 이것 만큼은 독점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에버랜드 측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화에 힘을 실어주셔서 감사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