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 (사진 : 국제빙상경기연맹(ISU)) |
1972년생, 한국 나이로 47세인 페히슈타인은 여자 빙속 장거리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여자 빙속에서 동계올림픽 3연패 기록을 가진 선수이자 지금까지도 세계 정상을 노릴 수 있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페히슈타인의 올림픽 대기록은 1992년 알레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0m 동메달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그는 군다 니만(독일)과 여자 빙속 장거리 종목의 대표 스타로 자리매김 했다.
2년 뒤인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5,0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페히슈타인의 올림픽 3연패 대기록이 시작되었다.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연달아 5,000m 1위에 오른 페히슈타인은 명실상부 빙속 장거리의 ‘여제’로 군림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3,000m 역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달성했다.
비록 2006년 토리노에서 5,000m 은메달로 그의 3연패 기록을 마감해야 했지만 여자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걸며 ‘금 행진’은 이어갔다. 꾸준히 성적을 유지한 페히슈타인은 39세가 되는 해인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역시 출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페히슈타인의 올림픽 연속 출전 기록은 잠시 멈춰야만 했다. 벤쿠버 출전 준비 중이던 2009년 2월, 혈액 도핑 규정 위반으로 2월 이후의 모든 기록이 취소 된 것은 물론이고 2년 뒤인 2011년 2월까지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당연히 2010년에 열리는 벤쿠버 동계올림픽 출전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페히슈타인은 징계가 끝난 2011년 2월 다시 빙판으로 돌아왔다. 같은 해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종별선수권 여자 5,000m와 팀추월에서 동메달을 따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 번을 건너뛴 다음 올림픽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 드는 건 실패했지만 여자 3,000m 4위와 5,000m 5위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마지막을 모르는’ 페히슈타인은 다시 4년이 지난 2018년 올림픽에 도전한다. 도전 자체로도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정상의 자리를 노리며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타이틀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그의 도전은 아주 허황된 꿈이 아니다. 올림픽을 앞둔 2017-2018 시즌의 기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번 시즌 페히슈타인은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매스스타트 금메달(8분 38초 89)을 따냈다. 2위인 엘레나 묄러 리가스(덴마크)와 24살, 3위 다카기 나나(일본)가 20살 차이가 나는 걸 생각해보면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5,000m에서는 6분 56초 60으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페히슈타인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이 ‘헛꿈’이 아님을 증명한 모습이다.
이번 평창에서 페히슈타인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역대 동계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도전 그 자체가 기록이자 전설인 그가 평창에서 새로운 기록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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