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이승기 ‘대가족’ 겨울 극장가 찾은 힐링 코미디 “만두처럼 따뜻하고 맛있게 다가가길”

임가을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2 0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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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임가을 기자] 추운 겨울 날 따뜻한 만둣국 한 그릇을 닮은 영화 ‘대가족’이 극장가를 찾는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대가족’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양우석 감독, 김윤석, 이승기, 박수영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양우석 감독, 박수영, 김윤석, 이승기 [사진=연합뉴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에게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앞서 ‘변호인’, ‘강철비’ 등을 선보인 양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양 감독은 이번 ‘대가족’에 대해 “전작과는 결이 달라보이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전부 이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화두가 가장 큰 화두라고 생각해서 짧지 않게 고민을 해왔고, 지난 한 세대간 대한민국에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 관계가 굉장히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작업하게 됐다.”

‘대가족’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양 감독은 “20세기와 21세기의 경계선에서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설정했다”며, “20세기의 가족관을 갖고 있는 무옥과 21세기의 가족관으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중간 지점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주인공 ‘함무옥’이 잠시도 손에서 떼지 않는 만두도 영화의 주 소재 중 하나다. “만두는 원래 명절 음식이었고, 밀가루나 고기와 같이 조선시대 때 귀했던 식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이라고 운을 뗀 양 감독은 “우리나라의 양대 명절인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송편이라면 설에는 만두가 있으니까 가족과 혈육에 집중하는 무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만둣국은 좋은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은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은 만둣국 노포 맛집을 운영 중인 ‘함무옥’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는 맡은 역할에 대해 “굉장히 결핍이 많은 인물”이라 언급하며, “실향민의 느낌을 주기보다는 무옥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약한 모습을 투영해서 보고, 그런 모습을 보듬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피가 통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가족이 아닌가 하고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무옥은 한번도 쉬고 놀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전쟁 통에 여동생과 헤어지고 만두 하나로 악착같이 살아 남아 온 지독한 사람이다. 높은 빌딩이 4면에 있는 가운데에 300평짜리 단층 한옥집을 지키고 있는 걸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그게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쓰러지지 않으려 계속 버틴 것 같다. 무옥의 슬픈 현실은 본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잃어버렸고, 그걸 알기도 전에 힘들게 살아왔다는 거다. 그래도 늘그막에 무언가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라도 알게 된 게 그의 마지막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양 감독은 무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의 형태라는 것이 인류사 어디를 봐도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곳이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많이 변해왔다. 그 중에서 무옥은 변하지 않는 가족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전하며, “종로에 계속해서 빌딩이 올라가도 어떻게든 한옥만은 반드시 지키려하고, 버텨오면서 여기까지 온 평만옥이라는 공간이 무옥이라는 인물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또 김윤석은 ‘대가족’을 통해 김성령과 세 번째로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기도 했다. 그는 “첫 번째 작품을 찍을 때는 친해질 시간이 없었는데 대가족이 빨리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김성령 배우는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굉장한 능력이 있다. 편하게 대해 주시고, 배려심도 뛰어나셔서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 좋으신 분”이라 언급했다.

‘대가족’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승기는 함무옥의 아들이자 뜻이 있어 불교에 귀의한 주지스님 ‘함문석’ 역으로 분했다. 그는 “영화 현장이 촬영장이자 교육의 현장이었던 것 같다”며, “특히 제가 윤석 선배님의 팬이라 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바랬었는데 이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애정을 표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 중 한분과 호흡을 나누면서 배울 수 있다는건 큰 영광이었다. 지방 곳곳을 다녔기 때문에 촬영 이후에는 딱히 할 게 없었는데 방에 모여서 술 한잔 기울이며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게 제게는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촬영에 나가서 선배님을 바라보면 제가 준비하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셔서 이끌리는대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이승기와 부자 호흡을 맞춘 김윤석은 “승기 씨는 적응력도 뛰어나지만 흡수력이 좋고, 상대 배우의 연기에 대한 리액션 같은 것에서의 순발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속세 시절 형사였던 문석의 수행승 ‘인행’ 역을 맡은 박수영은 극 중 양 팔에 깁스를 한 채 등장한다. 두 손이 결박된 채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했던 그는 “영화에서와 비슷하게 세트장에서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깁스를 푸는데 시간이 한참 걸려서 까딱 잘못하면 저의 본연의 모습을 보일 뻔했다”면서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나오고 아찔하다”면서 유쾌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 사진=연합뉴스


일명 ‘스님 듀오’로 이승기와 함께 활약한 박수영은 둘의 합에 대해 “승기 씨는 굉장히 친화력이 좋다. 같이 한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안 것처럼 편안하고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고, 이승기도 “연기라는게 혼자하는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또 한 번 느꼈고, 선배님과 함께 했기 때문에 문석도 훨씬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승기는 ‘대가족’에서 스님으로 등장하는 만큼,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양우석 감독님의 작품, 김윤석 선배님과 부자 관계인 역할만 보고 선택했기 때문에 삭발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많은 분들이 삭발이 굉장한 도전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다른 배우가 했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수영 선배님도 큰 결심을 하신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영화의 주제가 가족인 만큼, 실제 배우들의 부자 관계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승기는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공익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살갑고,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하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화를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요새 나이가 들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부모님과 더욱 더 돈독해지고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며 가정을 꾸린 후 찾아온 변화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극 중 나오는 ‘부모에게 아이란 무엇인가, 부모에게 아이는 신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신. 우리는 그 신을 간절하게 섬긴다’라는 내레이션은 영화를 볼 때마다 울컥하는 포인트다. 촬영할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와닿지 않았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까 깊게 다가오더라. 다시 한번 따뜻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굵직한 배우들이 함께한 영화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역 배우들은 각종 장면에서 씬스틸러로 활약한다.
 

▲ 사진=연합뉴스

민국 역을 맡은 김시우, 민선 역을 맡은 윤채나와의 호흡에 대해 김윤석은 “두 배우 다 영리하고, 본인들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해도 빠르다.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민국, 민선이처럼 어른스러운 시우가 발랄한 채나를 잘 챙겨줬다”면서, “얼마 전 제작발표회 할 때 2년 만에 만났는데 ‘화이’ 때 만났던 여진구 배우를 ‘1987’때 다시 봤을 때 몸이 타잔이 되어있던 게 떠오를 정도로 민국이는 청년이 되어있더라. 두 사람은 저희들의 에너지원이었다”며 웃어보였다.

지난해 촬영을 마친 ‘대가족’은 강제추행 혐의를 받은 오영수의 분량 전체 삭제와 배역 교체라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양 감독은 “오영수가 맡았던 배역 ‘큰 스님’을 이순재가 대신하게 된 것에 대해 양 감독은 “분량이 많지 않지만 중요한 배역이라 오영수 배우가 함께하지 못하게 되고 나서 어떤 분이 해 주시면 좋을지 고민을 시작했는데 모두가 이순재 선생님이 최적인 것 같다 해서 바로 연락을 드렸고, 출연 여부를 여쭤본 지 이틀 만에 흔쾌히 하겠다고 결정해 주셨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전화위복이 되어서 이순재 선생님이 훌륭하게 빈자리를 메워주시고 큰 울림을 주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 감독은 “인물들이 각자가 소망하고 결핍된 부분에 대해 달려가는 영화다보니 상대적으로 레이어가 복잡하고 많은 작품이 됐다”면서, “만두에 피가 있고, 그 안에 어떤 속이 들어있는지 궁금한 것처럼 많은 내용이 하나의 만두처럼 따뜻하고 맛있게 다가가길 바란다”는 바램을 전했다.

한편 ‘대가족’은 오는 12월 1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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