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 린지 본(왼)과 미카엘라 시프린 (이하 미국) (사진 : 린지 본, 미카엘라 시프린 인스타그램) |
알파인 스키는 뒤꿈치가 고정된 바인딩을 장착한 스키를 타고 눈 덮인 슬로프를 내려오는 종목이다. 경기 종목은 크게 스피드(속도) 종목과 테크니컬(기술) 종목, 2가지로 구성되며, 스피드 종목에는 활강과 슈퍼대회전, 테크니컬 종목에는 대회전, 회전이 있다.
이 중 본은 스피드 종목인 슈퍼대회전과 활강, 시프린은 테크니컬 종목인 회전과 대회전에서 강세를 보인다. 알파인 스키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가진 두 선수지만 라이벌 구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평창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무관으로 돌아간 본과 달리 회전 종목에서 1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목에 건 시프린이 “평창에서는 알파인 스키 모든 종목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프린의 그 말은 4년 뒤 점차 현실로 다가오며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본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시즌 주종목이 아닌 활강에서도 한 번의 우승을 기록한 시프린은 평창에서 알파인 스키 전관왕을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다. 반면 본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다소 고전 중이다.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활강 금메달을 딴 린지 본(가운데) (사진 : 린지 본 인스타그램) |
2010년 벤쿠버 역시 손목과 오른쪽 정강이 부상을 안고 출전했지만 활강에서 금메달, 슈퍼대회전에서 동메달을 걸며 명실상부 알파인 스키 최강자임을 알렸다. 하지만 4년 뒤 소치에선 무릎 부상으로 왕좌를 지킬 수 없었다.
그런 린지 본에게 2018년 평창은 선수 생활 마지막 올림픽이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인 그는 “평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다”라며 “대부분의 선수가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최고의 자리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둔 이번 시즌을 고전하며 다소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고작 1승만을 기록했다. 주종목이라 할 수 있는 활강에서 안전 그물에 박혀 넘어지며 레이스를 포기하기도 했고, 24위라는 다소 낮은 순위를 받아들기도 했다. 잦은 부상으로 7번 출전한 월드컵 중 완주는 단 3번에 불과했다.
다행히 지난 17일 프랑스에서 열린 FIS 월드컵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시즌 첫 우승을 기록하며 평창을 향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부상과 불운을 딛고 본이 마지막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회전 종목 금메달을 딴 미카엘라 시프린(가운데) (사진 : 플로리다 타임즈 유니언) |
4년 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전한 당찬 포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시프린은 주종목인 회전 3승, 평행회전 2승, 대회전 1승에 스피드 종목으로 분류되는 활강에서도 1승을 거두며 전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가 말한 평창에서의 알파인 스키 전 종목 우승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린지 본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각자 다른 이유로 평창에서 ‘금빛 질주’를 해야 하는 린지 본과 미카엘라 시프린.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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