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KB와 맞대결 승리 후 기뻐하는 우리은행 선수단(사진: WKBL)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2020-2021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정규리그 목표를 묻는 말에 "3위"라고 답했다.
그랬던 우리은행이 21일 부산 BNK와 원정 경기에서 이겨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019-2020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선수, 팬, 미디어 할 것 없이 모두 청주 KB를 정규리그 1위 후보로 지목했지만 우리은행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딛고 또다시 정규리그 왕좌를 지켰다.
우리은행은 임영희 코치가 2019년 3월 은퇴하고, 이번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제도도 폐지되면서 전력 약화가 예상됐던 팀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초반에는 주전 가드 박혜진이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고, 시즌 중반 이후로는 베테랑 김정은이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또 최은실마저 시즌 도중에 부상 때문에 시즌 초반과 1월 중하순에 결장하는 등 전력 누수가 컸다.
그러나 이때마다 예상 밖의 선수들이 등장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박혜진과 함께 '삼각 편대'의 두 축으로 성장한 박지현(21), 김소니아(28)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18-2019시즌 신인왕 출신 박지현은 지난 시즌 8.4점, 5.6리바운드였던 개인 기록이 15.4점에 10.2리바운드(이하 20일까지 성적)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김소니아는 지난 시즌 평균 8.6점에 6.9리바운드, 2.5어시스트의 성적에서 이번 시즌 17.6점에 10리바운드, 3.4어시스트로 껑충 뛰었다.
또 2018-2019시즌 0.6점에 0.7어시스트를 기록했던 김진희(24)가 5.2점에 5.4어시스트로 급성장, 일약 어시스트 1위를 다툴 정도로 일취월장했고 최은실(27)도 지난 시즌 5.6점에서 10.4점으로 2배 가까이 득점이 늘었다.
미모로 팬들의 큰 인기를 누린 오승인(21) 역시 장신 선수가 부족한 팀의 가려운 부분을 고비 때마다 긁어주며 소금 같은 역할을 했으며 김정은의 부상 이탈 이후로는 홍보람(33)의 기여도도 급증했다.
주전 선수들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화수분 농구'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역시 위성우 감독, 전주원-임영희 코치의 '올스타급 벤치'의 힘이 컸다.
2012년 4월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위성우 감독은 이번 시즌까지 9시즌을 치르며 2018-2019시즌만 유일하게 정규리그 2위였고 나머지 8개 시즌은 모두 정규리그 1위를 놓치지 않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 명장이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정규리그 목표는 3위'라며 또 엄살을 부렸지만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전주원 코치는 이달 초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됐고, 임영희 코치는 2019년 3월까지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구실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정규리그가 도중에 종료, 플레이오프가 무산됐으나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통합 우승'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27일부터 정규리그 4위 용인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3전 2승제)를 치르는 우리은행은 2017-2018시즌 이후 3년 만에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석권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