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사진: WKBL)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이 21일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통산 13번째 정상에 오른 데엔 위성우(50) 감독의 존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위 감독은 2012년 4월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올해 10년 차를 맞이했다. 이번 2020-2021시즌까지 총 9번의 시즌을 치르면서 2018-2019시즌을 빼고 무려 8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자타공인 여자농구 최고의 '명장'이다.
'만년 꼴찌팀'이던 우리은행을 맡자마자 첫해인 2012-2013시즌 우승으로 자신이 코치 생활을 했던 '신한은행 왕조'를 무너뜨리더니 '우리은행 왕조'를 만들어나갔다.
우리은행은 2018-2019시즌 청주 KB에 밀려 정규리그 2위에 오르고 플레이오프에선 용인 삼성생명에 패하며 한 차례 주춤했으나 이후 2년 연속 정규리그 제패로 왕조의 부활을 알렸다.
'역대급 센터' 박지수(KB)의 등장 이후 우리은행의 정상 가도가 험난해진 건 사실이지만, 위 감독이 공고히 쌓아 올린 우리은행의 '우승 DNA'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없이 열린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위 감독은 "센터가 없다"며 여느 때처럼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끝내는 박지수가 버틴 KB를 따돌리고 2년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베테랑 김정은, 박혜진이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하며 KB에 밀릴 때도 적지 않았으나 위 감독의 꼼꼼한 지도 속에 성장한 김소니아, 박지현 이 팀의 주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아 정상 수성의 원동력이 됐다.
이번 시즌 쌓은 22승을 포함해 위 감독이 보유한 여자프로농구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 기록은 233승으로 늘었다.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훈련과 눈물이 쏙 빠질 듯한 호통은 위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질 정도로 유명했는데, 이번 시즌 그는 조금은 달라진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전 같으면 호되게 다그쳤을 법한 상황에도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에이스 박혜진을 잡으려고 그의 고향인 부산에 두 차례나 내려가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도 방식을 바꾸겠다고 말한 일화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순간이 오면 이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불꽃 같은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1강' 우리은행의 명성을 되찾는 길을 닦았다.
부활의 완성까지는 아직 두 걸음이 더 남았다.
이번 시즌엔 예년과 달리 1위 팀도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지 않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지난 시즌엔 우리은행이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터라 찜찜함이 없지 않았다. 위 감독도 "우리를 우승팀이라고 부르기가 좀 그렇다. 1위일 뿐"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번 시즌은 그 아쉬움을 털어내고 진정한 최강자로 돌아갈 기회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우리은행이 석권한다면 이미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 사령탑'인 위 감독은 그 기록을 7회로 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