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임가을 기자]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음악 유망주들이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 이별을 겪으며 재능을 꽃피워가는 청춘물로, 불운의 신동 피아니스트 소년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가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며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라카와 나오시의 동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사카쿠치 리코 작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추정화 연출 등 창작진이 참여해 지난 6월 28일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
‘4월은 너의 거짓말’에서 ‘아리마 코세이’ 역으로 활약 중인 김희재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소재의 EMK 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스포츠W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과 라운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김희재는 트로트 가수 겸 배우로,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7위를 차지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모차르트’에서 타이틀롤을 맡으며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번 ‘4월은 너의 거짓말’을 통해 두 번째 뮤지컬에 도전하게 됐다.
요즘 현장에 가는 게 즐겁다고 전한 김희재는 “너무 기분 좋고 행복하다”면서 두 번째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기쁨에 대해 말했다.
“처음 공연했을 때는 모든 게 어색했다. 무대 위에서 하는 모션이나 동선도 가수로서 공연할 때는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뮤지컬에서는 배우마다 정해진 동선이 있고, 조명 위치나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정확한 위치에 서야 해서 다 지키고 외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번 작품부터는 좀 더 편해졌고, 또래 동료 배우들과 함께해서 더 즐겁다. 끝나고 나면 정말 행복하다.”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이미 원작 만화와 그로부터 파생된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탄탄한 팬덤이 형성되어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희재는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에 다녀왔었는데,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들께 '4월은 너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을 아시냐고 여쭤봤다. 그중 10분 중 8분이 아시더라. 그만큼 유명한 작품이었다”면서 “일본에서도 뮤지컬로 상연되었는데 잘됐다고 알고 있어서 한국 버전으로 초연을 올리는 만큼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또 작품을 준비하면서 애니메이션을 2번, 영화를 3번 봤다고 언급한 김희재는 “애니메이션은 어렸을 때 꿈꿔봤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봤던 것 같다”면서 “뮤지컬 무대에서 사용하는 동선이나 모션은 주로 영화에서 참고했고, 코세이의 성격이나 대사 톤은 애니메이션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카오리가 당차고 매력적이어서 와타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다 보니 카오리의 슬픔이 보이기 시작했고,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아름답고 동화 같은 사랑이 정말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동화같은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 코세이가 애니메이션의 코세이와 거의 비슷하더라. 외모도, 말투도 비슷해서 저도 코세이를 닮아가려고 노력했다. 원래 머리가 길었는데, 이 작품을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안경도 준비했다. 원래 준비해 주시지만 제가 직접 가장 ‘코세이’스러운 안경을 홍대에서 열심히 돌아다녀서 구매했다.”
원작이 원작인 만큼, 뮤지컬에도 일본 만화의 벅찬 에너지가 잔존해있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다고 밝힌 김희재에게 장르가 가진 특유의 감성을 소화하는데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질문하자 그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를 어떻게 작품에 녹여내고자 했는지 말했다.
“애니메이션만이 가진 특징이 있지 않나.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나 톤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존재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그런 요소들이 뮤지컬에도 들어있다. 그래서 그런 표현을 할 때 이걸 그대로 해야 할지, 아니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톤으로 바꿔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근데 일상적인 톤으로 바꾸니까 느낌이 잘 안 살았다. 그래서 결국 원작의 느낌,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이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다양한 형식을 통해 소모된 바 있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전했을 때, 뮤지컬 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에 대해서는 ‘넘버’를 꼽았다.
▲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김희재는 “노래를 통해 우리의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넘버가 가진 힘이 굉장히 크다고 느끼고 뮤지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대사와 연기도 중요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넘버가 감정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4월의 너의 거짓말’의 넘버만이 갖고 있는 강점으로 10대의 첫사랑이 가진 ‘풋풋함’을 꼽았다.
“사실 배우들 중에 10대가 없다. 코세이들끼리 처음 모였을 때 나눴던 이야기가 우리가 모두 30대가 넘었는데, 과연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이 어울릴까 하는 고민이었다. 저는 사실 고민 안했는데 듣고보니 그랬다. (웃음) 우리 모두 30대인데 10대 청춘 드라마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최대한 순수한 고등학생의 감정을 살려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뮤지컬에서는 19살로 나오기 때문에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살리려고 했고, 노래도 기술을 많이 넣기보다는 깔끔하고 심플하게 표현하자는 얘기를 많이 나눴다.”
‘코세이’가 아닌 인간 김희재의 고등학생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정말 순수했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설렜다”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고, 캐릭터와의 공감을 표현했다.
“저희 학교는 점심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먹을까,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를 먹을까 고민하는 게 정말 설렜다. 또 예술고등학교이다 보니까 오늘은 어떤 친구가 전공 실기에서 어떤 노래를 부를지, 무슨 춤을 보여줄지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1시간이 행복했다. 세상에 대한 고민도 없고, 단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이 참 많이 그립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때묻지 않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희재가 맡은 배역인 ‘코세이’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소년으로, 일명 ‘끼쟁이’라고도 불리는 그와는 이질적으로도 느껴지는 성격이다. 하지만 의외로 김희재는 “원래 제가 좀 소심하다”면서 코세이와 닮은 본인의 성격과, 배역에 어떻게 다가갔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대범한 스타일도 아니고, 조용하고 집돌이인 편이다. 그리고 I 성향의 90%가 넘어서 코세이의 소심함이나 겁 많음 같은 걸 표현하는 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고, 그냥 제 모습을 이 캐릭터에 대입해서 코세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엄마를 잃은 슬픔, 그리고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상황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사진=티엔엔터테인먼트 |
극도로 내향적인 김희재가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는 원천은 연습이다. “준비를 오래 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편”이라고 말한 그는 “실수할 거라는 생각 없이 연습한 시간을 믿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레퍼토리나 퍼포먼스는 충분히 연습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자신감이 나오는 것 같다. 무대에서는 저의 재능과 끼를 보여드려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대한 연습을 해서 발산하는 것 같다.”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코세이처럼, 김희재도 우여곡절을 거쳐 빛을 봤다. 특히 김희재는 어린 시절부터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성장기를 거치면서 되려 외면 받기도 했다.
김희재는 “인생이 참 그런 것 같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시절이 있고, 행복만 가득한 사람은 없지 않나. 코세이도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카오리를 만나 결국 극복해낸 것처럼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 같다”면서 과거를 통해 성장한 자신을 말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연예계에 데뷔해서 힘든 일들을 많이 겪었다. 어릴 때부터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에 도전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가요제에 나가 상을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때로는 버스비 2만 원, 3만 원이 없어서 참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는 것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성장하게 되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저는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예전 같으면 예민하게 반응했을 일도 이제는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하게 되더라.”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